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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대사관 영사부가 지난 13일 서울고등법원에 보낸 사실조회 회신서. 검찰측 증거문서들이 위조됐고, 변호인측 증거문서는 합법적인 정식서류라는 내용이다. 또 위조공문에대한 조사를 진행할 것이니 위조문서의 상세한 출처를 알려달라고 했다.
 중국대사관 영사부가 지난 13일 서울고등법원에 보낸 사실조회 회신서. 검찰측 증거문서들이 위조됐고, 변호인측 증거문서는 합법적인 정식서류라는 내용이다. 또 위조공문에대한 조사를 진행할 것이니 위조문서의 상세한 출처를 알려달라고 했다.
ⓒ 중국대사관 영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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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유우성씨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항소심에서 검찰이 제출한 유우성씨의 조중 출입경 기록이 조작된 것임을 확인했다(관련 기사 : 중국 "서울시 '공무원 간첩' 검찰증거는 위조문서"). 아울러 중국 정부는 한국 정부에 "한국 검찰 측이 제출한 위조 공문은 중국 기관의 공문과 도장을 위조한 형사범죄에 해당한다"며 "범죄 피의자에 대한 형사책임을 규명할 것이다, 위조 문서의 상세한 출처를 제공해 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위조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는 소리를 하고 있고, 국정원은 '해당 자료가 중국 선양 총영사관을 통해 입수한 것으로 사실과 부합하는 것'이고 '앞으로 재판과정에서 유우성씨의 북한 출입 내용이 사실임을 자세히 입증할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나 이미 중국 정부에 의해 유우성씨의 출입경 기록이 조작됐음이 밝혀진 이상 검찰이나 국정원의 발표의 신빙성을 인정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검찰·국정원의 말은 다가올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대비한 명분 쌓기요, 정국에 미칠 영향을 차단하기 위한 레토릭에 불과하다. 그 연장에서 국정원의 말은 지금 국정원 내부에서 관련자의 진술을 맞추고 조작의 증거를 은폐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유신시대도 아닌데 간첩 사건을 조작할 수 있다는 것이 충격적이긴 하지만, 간첩 사건 조작을 위해서라면 다른 나라의 공문서도 버젓이 위조할 수 있는 대담성이 더 충격적이다. 진상이 밝혀졌는데도 이를 은폐하고 거짓말로 시간을 버는 모습에 어안이 벙벙하다.

증거 조작 사태에 '특검'이 필요한 이유

이 충격적인 사태에 신속하고도 전면적인 수사가 필요함은 당연하다. 그런데 문제는 검찰 역시 공범이라는 점이다. 항소심에서 '1차로 제출된 자료가 조작된 것'이라고 변호인이 주장하자, 조작 여부를 검토해보지도 않고 다시 조작된 자료를 제출하면서 변호인의 주장을 반박한 주체가 검찰이기 때문이다. 증거 조작 사태의 수사를 검찰이 맡아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이번 증거 조작 사태에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명확해졌다. 바로 '신속한 특검'이다. 특검을 통해 진상을 완전하고도 신속하게 규명해야 한다. 그 전에 조작의 진상을 은폐하는 데 부심하고 있을 조작 가담자 전원에 대한 구속수사가 필요하다.

헌법 제7조가 명언하고 있다시피 '모든 국가기관은 국민을 위한 봉사자'의 지위를 갖는다. 그런데 국정원과 공안검찰은 국민이 아닌 특정 정권을 위해서만 봉사한다. 그리하여 정권에 봉사하는 일이라면 국민에게 해가 되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박근혜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초헌법적인 선거 개입을 일삼아 원세훈 전 국정원 원장이 구속되고, 전 3차장 이종명과 전 심리전 책임자 민병주가 기소된 게 그 단적인 예다. 이번 사건 역시 그 연장선에서 벌어진 일이다.

과거 공안당국의 전비(前非)를 제도적으로 완전히 털어내지 못한 데다 부정선거로 당선된 박근혜 정권이 정권을 유지하고자 김기춘·남재준 공안 쌍두마차를 가동하게 한 게 공안기관의 대담성을 더욱 증대시켰다. 33년만에 등장한 내란음모 사건과 헌정사상 초유의 위헌정당해산심판청구 사건 또한 이들 공안기관의 대담성이 빚은 참극이라 할 것이다. 이번 사건에서 중국과의 외교 마찰 따위는 개의치 않는 공안당국의 인식을 엿볼 수 있다.

민주공화국으로의 가치, 더 이상 잃어서는 안 돼

박근혜 정권의 지난 1년은 끔찍했다. 불법·부정선거를 지적하는 목소리에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전교조에 대한 탄압, 내란음모 사건, 위헌정당해산 사건, NLL 대화록 공개 등으로 응수했다. 그 과정에서 민주주의는 위기에 빠졌다.

공안당국의 브레이크 없는 인식이 드러난 이번 증거 조작 사태는 하나의 결론을 도출한다. 이번 사건을 통해 국정원과 공안검찰의 고삐를 조이지 않으면, 나중에는 이들에 의해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얼마전 부림사건과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의 진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하지만, 그동안 당사자가 받은 고통이 얼마이며, 그 사건으로 훼손된 민주공화국으로서의 가치가 또 얼마인가? 중요한 것은 지금, 여기서 저들의 불법무도한 공세를 근절시키는 것이다.

이번 증거 조작 사태와 관련해 특검을 도입, 진상을 규명하고 가담자 전원에 대해 상응한 처벌이 내려져야 한다. 나아가 남재준 국정원장·황교안 법무장관·김진태 검찰총장을 해임하고 적정한 인사를 통해 반민주적이고 반국민적인 관습에 찌든 두 기관이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국가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개혁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 앞에 놓인 과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이광철님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사무차장을 지냈으며 현재 참여연대 실행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그:#간첩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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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딱 한뼘씩만 사회가 진보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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