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17일 내란음모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에 대한 법원의 1심 유죄 판결에 환영의사를 밝혔다. 지난 총선 당시 통합진보당과 연대한 민주당을 향한 본격적인 공세도 시작했다.
앞서 수원지방법원 형사12부(부장판사 김정운)는 이날 이 의원의 내란음모와 선동,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모두를 인정하고 징역 12년과 자격정지 10년을 선고했다.
함진규 새누리당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재판부의 판결을 존중한다"며 "이번 재판부의 결정이 우리 사회의 갈등과 반목을 털고 대한민국의 성숙한 법치주의를 확인시켜주는 이정표로 남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판결로 사건이 종결된 것이 아니고 향후 항소심 및 상급심 등의절차가 남아있는 만큼 끝까지 검찰과 사법 당국은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히 수사 및 재판 절차를 진행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함 대변인은 또 "앞으로도 대한민국의 헌법질서를 수호하고 지켜내기 위해 앞장설 것"이라며 "우리 사회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세력으로부터 멀어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당의 나머지 '입'들도 나섰다. 홍지만 새누리당 원내대변인도 "국민 상식과 눈높이에 맞는 이번 판결을 존중한다"며 "법원에서 이 의원에 대한 내란음모 혐의가 인정됐고 RO의 총책이 이 의원이었다는 선고가 있었던 만큼 통합진보당은 국민 앞에 머리를 조아려 석고대죄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태흠 원내대변인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 전복을 시도한 혐의에 대한 사필귀정의 결과"라며 "이 의원은 북한의 대남혁명론에 따라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하려 한 반국가세력의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무엇보다 "오늘 재판결과에 대해 민주당 또한 자유로울 수 없다"며 "민주당은 지난 총선에서 무분별한 야권연대를 통해 대한민국 체제를 거부하고 내란음모까지 획책한 이석기가 국회까지 진출하도록 한 원죄가 있으므로 국민들에게 석고대죄를 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법부는 향후 진행될 재판을 신속히 마무리 해 이석기 등의 이적세력들을 우리 사회에서 격리하고 그 모체가 되는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 심판 청구도 조속히 마무리해줄 것을 당부한다"고 밝혔다.
'거리 두기' 나선 민주당과 안철수... 정의당 "역사 오점 남긴 판결"민주당은 통합진보당과 거리 두기에 나섰다.
새누리당이 이석기 의원 사태와 관련, 민주당을 묶어 공세를 펼치는 것을 차단하려는 목적으로 보인다. 실제로 홍문종 새누리당 사무총장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 소속 경기도의원들이 이석기 석방 탄원서에 서명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된 바 있는데 여기에 민주당 이해찬 의원, 정동영 상임고문 등이 동참했다는 언론보도를 듣고 눈을 의심했다"며 "민주당이 지난 총선의 잘못된 연대에 대한 손톱만큼의 반성도 않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윤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민 상식에 반하고 시대 흐름과 동떨어진 위법행위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이 있었다"라며 "민주당은 헌법의 가치와 민주주의 질서를 훼손하는 그 어떤 행위에 대해서도 타협하거나 용납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흔들림이 없다"고 강조했다. 또 "민주당은 앞으로 계속될 재판도 국민과 함께 엄중히 지켜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철수 무소속 의원 측은 한 발 더 나아갔다. 금태섭 새정치연합 창당준비위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현직 국회의원이 내란 음모죄로 유죄선고를 받은 데 대해 다시 한 번 충격을 금할 수 없다"며 "헌법과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반드시 단호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앞으로 상급심의 판단을 유심히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반면, 정의당은 "국민을 대표하는 헌법기관인 국회의원과 공당의 책임 있는 인사들의 적절치 못한 언행들에 대해서는 정치적으로 평가받아야 할 문제"라며 재판부의 판결을 비판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국정원과 검찰이 내란죄 혐의를 적용했으나 재판과정에서 이에 대한 사실관계를 충분히 입증하지 못하였다"며 "재판부가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확인되지 않은 내란음모 혐의에 대해 실형을 선고한 것은 사법부의 역사에 오점으로 기록될 무리하고 부적절한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이 대변인은 "국정원과 검찰의 공작수사가 국민들로부터 이번 판결에 대한 신뢰성을 현저히 떨어뜨리고 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며 "정의당은 사법부의 정의와 헌법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진보당 "불법정권의 합법정당 죽이기 공작에 부역한 것"한편, 통합진보당은 "검찰에 이어 사법부까지 박근혜 정권의 영구집권 야욕 앞에 충성을 맹세했다"며 1심 유죄 판결을 성토했다.
홍성규 통합진보당 대변인은 "애초 국정원과 검찰은 수년간에 걸친 조사로 입증은 문제없다고 호언장담했지만 결국 (이번 사건에서)남은 것은 매수된 프락치와 의도적인 오기로 너덜너덜해진 정세강연회 녹취록뿐이었다"며 "(재판부가) 조작과 위조의 '범죄소굴' 국정원의 프락치 공작에 합법성을 부여하여 불법정권의 합법정당 죽이기 공작에 부역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국정원이 창조해냈으나 정작 검찰조차 자신없어했던 이른바 'RO'는 오늘 재판부에 의해 완성됐다"며 "이는 우리 사회의 시계바늘을 순식간에 40년 전으로 되돌리는 명백한 정치재판이자 사법살인"이라고 비판했다.
통합진보당은 이날 저녁 청와대 앞 청운동 동사무소 앞에서 정당연설회를 열고 이번 판결을 규탄하고 나설 예정이다. 또 오는 18일 이정희 당대표의 기자회견, 중앙위원회를 연달아 열며 향후 대응입장 등을 정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