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요? 뭘 했습니까. 이렇게 집권 첫해를 허비한 정권도 없을 거예요. 한마디로 망쳤지요. 정치도, 경제도, 사회도…."작심한 듯한 말이었다. 예상보다 강한 톤이다. 김진표 민주당 의원에게서 이런 말까지 나올거라고는 생각 못했다. 그는 잘 알려진 것처럼 정통경제관료 출신이다. 진보진영 일부에선 그를 두고 '모피아'(옛 재정기획원출신 경제관료를 일컫는 말)라며 비판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크게 게의치 않는 듯했다. 이미 김대중정부 시절부터 참여정부에 이르기까지 각종 사회 경제개혁에 앞장서 왔다고 했다.
그를 지난 7일 의원회관서 만났다. 올 6월 지방선거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재수(?)하는 속내를 들어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올 들어 기업들의 실적이 부진하고, 초유의 카드사태까지 이어지면서 경제위기 해법에 대한 그의 생각도 궁금했다. 그에게 먼저 '당신이 지금 경제부총리라면 어떻게 했을 것인가'라고 물었다.
"1년 동안 국가경영 망친 박근혜 내각, 총사퇴해야"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는 참여정부시절 경제부총리를 지냈다. 당시에도 북핵위기와 신용카드 대란 등으로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경제위기론이 확산됐었다. 김 의원은 "경제는 심리"라고 말했다. 경제 수장이 불안한 심리를 잠재울 수 있도록 신뢰를 심어줘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경제위기는 반복돼 왔다"면서 "경제수장이 직접 현장에서 기업이든, 누구든 만나서 설득하고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현 부총리의 리더십을 아쉬워했다. 현 부총리가 임명됐을 때부터 이미 예견됐었다고도 했다. 김 의원은 "작년 초 그가 (경제)부총리로 언론에 나왔을 때 이미 그런 부분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면서 "(현 부총리가) 학자로서는 어떨지 모르지만, 여러 경제부처와 기관 등을 조율하는 경제수장으로 잘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현 정부의 경제기조로는 우리 경제의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했다. 이어 경제패러다임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했다. 김 의원은 "우선 국민 신뢰를 잃은 경제팀을 포함해서 내각이 총사퇴하는 것이 옳다"고 했다. 물론 박 대통령이 먼저 변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문제는 그럴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라며 고개를 절레 흔들었다.
그에게서 경제이야기만 듣고 있을 순 없었다. 인터뷰 시간이 한시간을 훌쩍 넘었다. 김 의원은 6월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의 경기도지사 후보로 다시 나섰다. 4년 전인 지난 2010년에도 그랬다. 하지만 당시 유시민 후보와의 야권단일화에서 고배를 마셨다. 각종 공약 등을 야심차게 준비를 했지만 정작 본선에서 꺼내지도 못했다.
경기도지사 재수? "이번엔 4년 전의 악몽 되풀이 안 할 것"'왜 또 경기도지사에 나서느냐'고 물었다. 그는 "경기도민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말했다. 4년 전 제대로 뜻을 펴보지도 못한 아쉬움이 짙게 배여있었다. 김 의원은 "4년 전 유시민 후보와 힘든 단일화 과정 끝에 얻은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고 열심히 (선거를) 도왔다"면서 "이제는 정말 경기도를 위해 일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현재의 경기도 경제 상황이 최악의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경기도와 관련한 각종 경제지표 등을 보이면서, "경기도민의 소득수준이 전국에서 꼴찌 수준이며, 재정도 최악"이라며 "경기도의 경제위기는 곧 우리나라의 위기와 같다"고 말했다.
그는 스스로 경제도지사를 내세우며, 이미 각종 개발공약 등도 내놓은 상태다. 정보통신과 반도체 등 첨단산업 유치를 비롯해 남북 산업협력을 통한 평화경제 전진기지 육성 등 그의 비전도 상당히 구체적이다. '4년 전과 달라진 공약이 있는가'라고 묻자,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공약을 더 정교하게 짰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특히 복지 분야에 더 많은 고민을 했다"면서 "단순히 예산지원에 그치지 않고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여건과 환경을 만들어주는 '어깨동무 복지'를 꼭 실행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또 좋은 일자리 만들기 뿐 아니라 전셋값 폭등에 따른 주거복지 등을 위한 대책도 조만간 내놓을 것이라고 했다.
'너무 성장일변도의 개발중심 공약아닌가'라고 묻자, 그는 곧장 "단지 굴뚝공장 더 세우고, 도로 넓히겠다는 것이 아니다"고 답했다. 바이오 등 생명공학과 첨단 정보통신 등의 융복합 투자를 이끌어내는 친환경 미래산업의 전략기지를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그와의 인터뷰가 끝날 즈음 다시 야권단일화를 꺼냈다. 이번에도 경기도지사 민주당 후보로 나서더라도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연합 쪽 후보와 다시 맞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4년 전 같은 단일화를 할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이어 "국민을 감동시키고, 야권의 대통합을 전제로 하는 단일화라면 할 수 있다"면서도 "단지 승리를 위한 기계적인 단일화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연 그의 뜻대로 될 수 있을까. 4년 전의 악몽을 다시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그의 뜻은 분명해보였다. 하지만 사람의 일이라는 것이 뜻대로만 되란 법이 없지 않은가. 게다가 선거는 더더욱 그렇다. 그 역시 이를 잘 알고 있었다.
[일문일답①] "현오석 부총리, 경제는 정치로 하는 거야"[일문일답②] "민주당 지방선거에서 지면 해산할 수밖에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