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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교육의원인 필자가, <오마이뉴스>에 연재했던 소설 <라일락꽃 그늘 아래>를 출간하면서, 다음과 같이 그 소회를 밝힙니다.

민주화를 열망하던 80년대를 반추하는 계기가 되기를

장편소설 <라일락 꽃그늘 아래> 앞표지
 장편소설 <라일락 꽃그늘 아래> 앞표지
ⓒ 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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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장편소설을 썼습니다. 전부터 책을 내자고 출판사들이 아우성이었는데, 심지어 대필까지 해줄 테니 서둘러 책을 내자고 하였으나 명색이 문인 출신인 제가 그럴 수는 없다 했습니다. 그래서 제 삶의 여정을 다룬 책 <우행호시의 마음으로>는 다음 기회로 미루었습니다.(선거를 앞두고 출판기념회가 많은 때라, 무슨 정치적인 목적이 있어 책을 내나 오해하는 분들이 있는데, 말 그대로 순수한 문학작품 출간입니다.)

지난해 가을에 내려다 바쁜 일정으로 못낸 소설을 미루다 이번에 출간하는 것입니다. 저는 국어교사 출신으로 시와 소설을 쓰는 문인이기도 합니다. 마치 묵은 숙제를 하는 기분입니다. 다시 퇴고한다고 했지만 여전히 세상에 내놓기 부끄럽네요. 산고보다 탈고가 더 어렵다더니, 장편소설의 경우 정말 그러네요. 저도 이 소설을 출간하는 데 15년이 넘게 걸렸습니다.

영화 <변호인>의 영향인지, 또는 거꾸로 가는 시대상황 때문인지, 80년대의 낭만과 아픔을 조명한 저의 장편소설 <라일락꽃 그늘 아래>에 큰 관심을 보여주어 우선 고맙고 감사하다는 말씀부터 전합니다. 

저 역시 이른바 '386세대'입니다. 계절이 바뀌고 강물이 흘러 어느새 486을 지나 올해 586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우리 사회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나이들이 되었으나, 과연 386세대들이 젊은 시절 품었던 그 꽃답고 푸르고 뜨거웠던 꿈과 초심을 간직하며, 그 뜻의 실현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며 살고 있는지 의문입니다.

컴퓨터 등 IT 기술은 일취월장, 상전벽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정말 하루가 다르게 무섭게 진화하고 발전하는데, 왜 우리 사회의 속도는, 특히 민주주의와 정신문화의 발걸음은 이렇게 한없이 더디고 느린지, 아니 오히려 제자리걸음하거나 뒷걸음치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무너질 때가 많습니다. 아무리 성숙을 위한 과도기이고 진통기라지만, 그래도 너무 아프게 '성장통'을 앓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할 것입니다.

돌아보니 80년대도 참으로 암울하고 고단한 시기였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무지갯빛 희망과 열정이라는 단단한 끈이 있어 나름대로 뜻있고 아름다웠습니다. 이 소설은 창작된 지 꽤 오래된 작품입니다. 진작 출간했어야 했는데, 많이 늦어졌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밀린 숙제를 하는 기분입니다. 다시 퇴고(수정, 보완)한다고 했지만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네요. 그러나 사랑은 원래 유치하고 낯간지럽다는 말로  위안 아닌 위안을 삼아 봅니다,

10여년 넘게 품속에 고이 묻어두었던 연애편지를 꺼내 우체국으로 달려가는 기분입니다. 낯설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고, 또한 설레기도 하고 쑥스럽기도 하네요. 오랜만에 찾아온 벗들에게 고향집 농익은 술을 꺼내 건네는 마음으로 이 소설을 세상에 내어놓습니다. 여전히 우리 사회 곳곳에서 마중물 역할을 하며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7080세대들에게 특별히 이 작품을 선사합니다. 또한 우리들이 잊고 있고 잃어가고 있는, 우리 시대의 가슴 떨리던 첫사랑과 같은 소중한 것들을 회복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작품은 2004년 오마이뉴스에 연재했던 소설이기도 합니다. 참고로 그 때 연재를 시작하며 썼던 <여는 글> 일부를 옮겨오겠습니다. 

--- 소설 <라일락꽃 그늘 아래> 연재를 열며 ---  

먼저 제 소설을 연재할 수 있는 글마당을 마련해주신 <오마이뉴스>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오늘부터 제가 연재하고자 하는 소설은 첫사랑을 소재로 한 장편소설입니다. 

여자는 첫사랑을 잊어도 남자는 첫사랑을 평생 잊지 못하고 가슴속 깊이 묻어둔 채 무덤까지 가져간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제가 볼 때 이 말은 맞는 것 같습니다. 제 경우가 그렇고 제가 아는 남자들의 경우 대개가 그렇습니다. 잊었다고, 잊혀졌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불현듯 무의식중에, 또는 꿈에 보이는 첫사랑의 여인….

어디다 내놓고 말도 못하고, 행여 들킬까 싶어 죄인처럼 가슴 밑바닥에 숨겨놓고 살아가는 것이 한국 남자들의 삶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꾹꾹 눌러 숨겨놓아도 술 한 잔 먹으면 떠오르는 옛사랑의 추억! 이 작품은 바로 이런 첫사랑을 소재로 한 감성소설로, 사랑 때문에 속 태우고 가슴앓이 하는 남성의 입장에서 풀어본 이야기입니다.  

참으로 어둡고 춥고 그늘졌던 1980년대, 그 암울한 시대에 최루탄 가스를 마시며 대학시절과 꽃다운 청춘을 보내야 했던 386세대, 그들의 눈물겹도록 슬픈 사랑이야기! 다시 말해, 80년대 자유와 민주와 통일을 뜨겁게 갈망하던 대학캠퍼스를 배경으로, 첫사랑 얘기를 풀어보기로 한 것입니다.  

고교시절 바람처럼 스친 인연, 그로 인해 대학에서 다시 만난 두 주인공(철민과 초희)은 어렵게 사랑의 꽃을 피우지만,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시련과 역경 또한 계속됩니다. 철민과 초희, 두 사람은 서로 진실로 사랑하여 장래까지 약속하는 사이로 나아갔지만, 그러나 곧 커다란 벽에 부딪히고 맙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동성동본이라는 점과,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양가에서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표면적인 이유에 불과했습니다. 철민과 초희, 두 사람이 헤어진 진정한 이유는 서로를 너무나 끔찍이 사랑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한 치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어쩌면 목숨까지도 담보해야하는 그런 서슬 퍼런 독재정권의 어두운 시대 현실 속에서 인권목사의 푸른 꿈을 키우는 철민! 민주화 운동을 위해 자기가 겪는 고초야 감내할 수 있지만,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까지 차마 고생시킬 수는 없다는 판단 아래 사랑하는 여인 초희의 행복을 위해, 눈물을 머금고 그녀를 떠나보내는 철민! 그것이 진정으로 그녀를 사랑하는 방법이라고 믿었기에…. 그러나 뜻하지 않은 초희의 의문의 죽음! 그를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자책 아닌 자책으로 마흔이 가깝도록 가정을 이루지 않고 홀로 살아가는 노총각 철민의 가슴 아픈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내용이 다소 무거워질 수 있다싶어 작품 중간 중간에 시(詩)와 노랫말, 편지 등을 감초처럼 섞어가며 서정적으로 그려보려고 애썼습니다. 전형적인 소설의 시각에서 보면 다소 파격일 수도 있겠지요. 또한 동성동본, 종교, 시대 문제 등의 아픔을 80년대 현실에 걸맞게 자연스럽게 풀어보려고 애썼고, 그리고 소설의 재미를 위해 철민, 한철, 노진 3총사를 중심으로 파노라마 같은 우정과 애정관계를 구축했습니다. 

이 작품을 통해 독자들은 민주화를 열망하던 80년대의 향수에 젖어들 것이고, 동성동본의 부당함을 알게 될 것이고, 종교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것이며, 무엇보다 요즈음 보기 드문 두 주인공의 아름다운 순애보에 가슴이 찡해지리라 사료됩니다. 

그럼, 여러분들의 큰 관심과 사랑을 바라면서, 연재를 시작합니다. / 김형태

작가의 말을 쓰고 있는데, 라디오에서 김광석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과 안치환의 '내가 만일' 그리고 김종환의 '사랑을 위하여'가 흘러 나오네요. 이 노래들처럼 한세상을 살아도 좋으련만, 왜 저를 비롯한 많은 남자들에게 사랑은 인생의 일부이고, 사랑보다는 시대적 아픔이나 일이 우선이어야 했을까요? 

어쩌다보니 저도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잘나지도 똑똑하지도 못한 저에게 많은 사람들이 늘 분에 넘치는 응원과 지지를 보내주어, 정말 고맙고 감사하다는 말씀을 고개 숙여 올립니다. 여러분의 뜨거운 사랑과 관심에 조금이라도 보답하기 위해, 물빛 사람처럼 초심을 잃지 않고 "우공이산, 우보천리, 우행호시"의 마음과 각오로 살겠습니다. 

끝으로 소설 출간을 맡아 수고를 아끼지 않은 북인출판사에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2014년 2월, 라일락꽃 향기 가득한  새봄을 손꼽아 기다리며 
리 울 김형태

덧붙이는 글 | 김형태 시민기자는 현재 서울시 교육의원입니다. 이와 유사한 글을 서울시의회 공보실에도 보낼 예정입니다.



태그:#장편소설 라일락 꽃그늘 아래, #교육의원 김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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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포럼 <교육을바꾸는새힘>,<학교안전정책포럼> 대표(제8대 서울시 교육의원/전 서울학교안전공제회 이사장) "교육 때문에 고통스러운 대한민국을, 교육 덕분에 행복한 대한민국으로 만들어가요!" * 기사 제보 : riulkht@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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