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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 비치> 겉표지
<소울 비치>겉표지 ⓒ 알에이치코리아
사랑하는 가족이 죽은 이후에, 그를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어떨까. 예전에 들었던 어떤 소설 이야기가 떠오른다. 교통사고로 처참하게 몸이 찢겨서 죽은 자식이 이상한 마법으로 다시 살아났다.

그리고 그 망가진 몸 그대로 집으로 돌아와서 현관을 두드리며 자기를 들여보내 달라고 울부짖는다.

집안에 있던 노부부는 "제발 저 괴물이 사라지게 해주세요"라고 기도하고 결국 그 '괴물'은 사라지고 말았다.

이런 이야기는 대부분 겪고 싶지 않을 것이다. 사람이 죽고나면 좋은 점만 기억할 가능성이 많다. 그가 평소에 얼마나 단정하고 쾌활했는지, 얼마나 다른 사람들에게 호감과 신뢰를 주는 사람이었는지 등을 기억한다.

그러니 '다시 살아 돌아올 수만 있다면...', 이런 식의 희망이 실제로 이루어지는 것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실제로 이루어질 가능성도 희박하지만.

살해 당한 언니가 보낸 이메일

케이트 해리슨의 2011년 작품 <소울 비치>의 주인공 앨리스는 열 여섯의 나이에 사랑하는 언니 메기를 잃는다. 메기는 영국에서 방송되는 리얼리티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스타였고, 빼어난 외모와 가창력으로 많은 남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슈퍼스타 K' 같은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런데 그 언니가 하루 아침에 사라졌다. 사고로 죽은 것도 아니고 자살한 것도 아니다. 메기는 누군가에게 살해 당했다. 그러니 그 가족의 충격이 얼마나 대단할까. 그 이후로 가족의 삶이 바뀌었다. 아빠는 위스키와 땅콩으로 매일 끼니를 때우고 앨리스는 학교 친구들과도 서먹해진다. 어찌 보면 그럴만도 하다. <햄릿>의 오필리어는 슬픔 때문에 미쳐버리지 않았던가.

집 앞으로 기자들도 찾아온다. 가족의 비극을 취재하기 위해서 찾아오는 것이다. 당연히 앨리스는 이들을 혐오하고 증오한다. 경찰은 메기를 살해한 범인을 수사하고 있지만 별 진전이 없다. 누가 메기를 살해했는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그러던 어느날 앨리스는 한 통의 이메일을 받는다. 이메일의 발신자는 바로 메기였다. 언니가 살해당한 것은 몇 달 전이고 언니는 이미 땅에 묻혔다. 그러니 언니가 메일을 써서 보냈을 리는 없다. 앨리스는 누군가가 언니의 메일 계정을 해킹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정체불명의 메일은 그 다음에도 이어진다. 다음 메일에서는 '소울 비치'라는 이름의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의 운영자가 앨리스를 그곳으로 초대한다. 그 사이트에서 살아있는 메기가 앨리스를 보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죽은 어린 영혼들이 머무는 공간

'죽은 자들과 소통하는 사람' 또는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 돌아온' 이야기는 많다. 스티븐 킹의 <애완동물 공동묘지>나 딘 쿤츠의 <살인예언자>처럼. 신화 속에서 오르페우스는 죽어버린 에우리디케를 찾아서 스스로 지옥으로 걸어 내려 갔었다.

작가 케이트 해리슨은 그 영역을 사이버 공간으로 불러왔다. 요즘처럼 사이버 공간에서 많은 대화와 소통이 이루어지는 세상이라면, 죽은 자의 영혼이 저승으로 떠나지 못하고 사이버 공간에 머무는 것도 이해가 된다. 이승을 떠난 영혼이 구천을 떠도는 것이 아니라 사이버 공간을 떠도는 셈이다.

그 사이버 공간이 아무리 평온하고 한가로운 곳이라도 그곳에 계속 머무는 것은 망자의 도리가 아닐 것이다. 그래서 앨리스도 그 안에서 갈등한다. 언니를 소울 비치에서 계속 보고 싶지만, 언니가 편안하게 소울 비치를 떠나게도 해주고 싶다.

<소울 비치>는 같은 이름의 시리즈 3부작 중 첫번째 편이다. 메기를 살해한 범인이 누구인지도 의문지만, 앨리스와 메기가 어떻게 만남을 이어가고 어떻게 영원이 헤어질지, '소울 비치'라는 사이트의 정체가 과연 무엇으로 밝혀질지가 더욱 궁금하다. 죽은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 또는 죽은 사람들이 사는 세상에 관한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롭다.

덧붙이는 글 | <소울 비치> 케이트 해리슨 지음 / 이영아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펴냄.



소울 비치 - 상처 받은 영혼들의 파라다이스

케이트 해리슨 지음, 이영아 옮김, 알에이치코리아(RHK)(2012)


#소울 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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