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로 취임 1주년을 맞이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62.7%로 조사됐습니다. 지난해 하반기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 등으로 50%대 이하로 추락했던 지지율을 곧 회복한 셈입니다. <중앙일보>가 지난 21일~22일 전국의 성인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결과 그렇습니다. 이 조사는 집전화(442명)와 휴대전화(558명)를 병행 실시했고, 최대 허용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은 18.7%였습니다.
전문가들은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고공행진 하는 이유로 ▲ 30% 안팎에 달하는 박 대통령의 개인 지지층 ▲ 종북 논쟁에 따른 보수층 결집 ▲ 야권의 수권능력 미흡에 따른 반사 이익 등을 꼽습니다.
정당 지지율은 새누리당이 43.0%로 가장 높았고, 제1야당 민주당은 11.1%, 안철수 의원이 추진 중인 '새정치연합'은 13.9%였습니다. 새정치연합은 지난해 세 차례 이어진 여론조사(6월 25.3%, 9월 26.3%, 12월 23.6%)에 비해 지지율 하락세가 뚜렷해졌습니다. 민주당과 새정치연합 합쳐도 지지율 25.0%. 새누리당과 비교하면 18%p 차로 열세입니다. 지표로도 '진보와 보수' 기울어진 운동장이 확인됩니다.
박근혜 지지율 왜 고공행진 할까지난 23일 민주당 정세전략실은 박근혜정부 취임 1주년 평가 자료집을 배포했습니다. 몇 가지 자료를 볼까요? 첫째, 박근혜정부 1년간 언론자유지수는 1년 전과 비교해 6계단 하락했습니다. 부패지수도 세계 46위를 기록해 2010년 39위에서 7계단 떨어졌습니다.
지난해 말 가계부채는 1012조 원으로 가구당 빚이 5836만 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자영업자 대출은 190조 원.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요. 지난해 장바구니 물가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의 2.7배나 올랐습니다. 가구당 월평균 소득증가율은 2009년 이후 최저를 기록했고, 지난해 청년(20-29세) 경제활동 참가율은 6.16%로 10년 내 가장 낮았습니다.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2645만 원 상승했고 3억 원대 수도권 53만 가구에서 전셋값은 5천만 원 이상 급등했습니다. 국민의 59.7%는 "1년 전보다 주거여건이 악화됐다"고 밝히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지난해 11월 혼인건수는 2만8400건으로 2009년 이후 최저를 기록했고, 출생아 숫자도 3만4천명으로 2000년 이후 최저였습니다.
통계와 지표로 확인된 박근혜정부 1년, 만족하십니까. 국민의 삶의 질은 점점 추락하는데 왜 대통령 지지율은 고공행진일까요? 제1야당 정책의 기수, 변재일 민주정책연구원장도 그 이유를 잘 모르겠다며 고개를 갸웃했습니다.
학원연합회 로비에 당한 '선행학습 금지법'
변 원장은 "올 지방선거에서 민생이슈로 정책선거를 할 수 있을까"라며 "박 대통령이 말하는 새로운 소득의 배분은 전부 부자들에게 쏠리는데 왜 사람들은 박 대통령에게 환호를 보내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유는 있습니다. 대안 부재 때문입니다. 민주당에서 수권능력을 전혀 엿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민주당과 야권이 제대로 된 대안을 만들지 못하니까 국민들은 '사안별로' 박근혜정부에 대한 지지를 보내는 겁니다.
민주당과 범야권은 새누리당이 친 덫에서 못 벗어나고 있습니다. '이명박근혜' 정권이 종북과 친노 프레임을 짜고 모든 이슈를 그 프레임 안에 넣고 갈아버리는 이상 다른 이슈는 살아남을 재간이 없습니다. 논쟁도 안 됩니다. 야당 국회의원들조차 '비노'는 '친노' 때문에 되는 게 없다며 눈을 감고, '친노'는 '비노' 때문에 안 된다고 외면합니다. 서로 네탓 공방하며 시간을 죽이는 거죠.
그러나 이건 양념에 불과합니다. 반 새누리당 전선에서 범야권은 모든 이슈에 대해 싸우며 브랜드 가치를 높여야 하는데 판판이 실패하고 있습니다. 싸우지 않는 야당은 무능 그 자체로 보이지요.
최근 선행학습금지법만 해도 그렇습니다. 변재일 원장에 따르면 "원래 사교육비 절감 차원에서 마련된 법안으로 반드시 학원에 대한 규제가 담겨야 했는데 학원연합회 로비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며 "공교육 정상화, 사교육비 절감이 될 수 있겠냐" 한숨을 쉽니다.
야권의 정책과제로 얼마든지 브랜드화 할 수 있었던 의제를 전부 새누리당에 빼앗기는 것은 물론 그들의 성과로 만들어 줍니다. 왜 민주당 지도부는 새누리당 이중대 역할 그 이상을 못하는 걸까요? 새누리당 이중대 노릇을 하는 민주당에 기대를 걸 '바보'가 있을까요?
김한길-전병헌 두 대표 체제로는 더 이상 할 게 없다는 주장은 이미 민주당 안에서부터 제기되고 있습니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과 가톨릭 정의평화위원회 그리고 국민들이 가까스로 살려놓은 '특검의 불씨'를 꺼트리기에 바쁜 그들이니까요.
이학영과 남윤인순... 왜 청와대 앞에 멍석 깔았나
말로만 해서 안 되겠다고 판단한 시민단체 출신 두 의원이 기어코 24일 청와대 앞에 멍석을 깔았습니다. 노숙 단식농성입니다. 2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범정부적 대선개입 사안 등의 진상규명 특검' 임명이 통과될 수 있도록 결단을 촉구한다는 것입니다.
남윤인순 의원에게 물었습니다. 김한길 대표가 뭐라고 했느냐고. "(노숙단식) 안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는 것입니다. 당 대표가 노숙단식 말리는 건 당연합니다. 그러나, 제1야당이, 새누리당에 엄청난 '표 도둑질'을 당해놓고도, 또 2014년 지방선거에서 아니 2016년 총선에서 또 당할지 모르는 '표 도둑질'을 눈앞에 두고 그저 '원내외 병행투쟁'이라는 모호한 전략으로 간들 해답이 있을까요?
김한길 대표가 최근 몇몇 의원들에게 "도대체 내가 무엇을 하면 좋겠느냐"고 물었다고 합니다. 지난해 당대표가 된 뒤 서울광장에 천막을 치고 노숙농성 등 안 해본 게 없는데 도대체 뭘 더 해야 하느냐고 물었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국민은 민주당이 모든 국면마다 열과 성을 다해 싸웠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특히 연말 예산안 투쟁 때는 싸울 의지가 있는 사람들인가 의심하는 눈길도 꽤 셌습니다. 민주당은 싸우는 시늉을 할 뿐 중요 국면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투쟁이 실종됐다고 생각합니다.
야당이라면 당연히 국가기관 대선개입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야 합니다. 자기 문제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낭만적으로 말합니다. 다음엔 절대로 그런 일이 없어야 한다. 소가 웃을 일입니다. 이 말을 국정원과 새누리당이 귓등으로라도 들을까요?
오는 6·4 지방선거에서 50대 이상 유권자 비중이 2012년 제18대 대통령선거 때보다 0.7% 포인트 늘어난 40.7%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보고됐습니다. 연령층이 높아졌으니 민주당의 정책과 전략은 더 보수화 돼야 할까요? 우향우 전략이 옳을까요? 아닙니다.
드러난 민생의제에 불독처럼 물고 끝까지 싸우고 대안을 만들어 낸다면 국민은 민주당에 큰 박수와 지지를 보낼 것입니다. 지금 국민이 민주당에 지지를 보내지 않는 이유는 민주당이 열심히 싸우지 않기 때문입니다.
국민을 위해 싸우지 않는 야당에 박수 칠 국민이 있습니까. 이학영, 남윤인순 두 의원의 투쟁의 첫발. 과연 민주당 의원들은 어떻게 할까요? 힘을 보탤까요? 아니면 '운동권 출신' 두 사람, 언제까지 굶고 버티나 보자, 뒷짐을 질까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