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윤인순·이학영 민주당 의원이 지난 24일 국정원을 비롯한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도입을 촉구하며 청와대 앞에서 노숙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민주당이 지난해 11월 장외투쟁을 끝내고 국회로 돌아간 이후 특검 등 현안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가운데 당 내 개혁성향 두 의원이 거리로 다시 나선 것이다. 이들은 2월 임시국회가 종료되는 오는 28일까지 민주당과 정의당, 안철수 의원이 공동으로 발의한 특검법안 통과를 요구하며 노숙과 단식을 계속할 예정이다.
25일 오전 청와대 앞 농성장에서 만난 남윤인순 의원은 "민주주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어떤 것도 의미가 없다"라며 "박근혜 정부가 시간끌기로 가려는 것을 그냥 두고봐서는 안되기 때문에 이 문제를 환기하기 위해 청와대 앞으로 나왔다"라고 말했다. 이학영 의원은 민주당 지도부가 특검 관철에 소극적이라는 지적과 관련해 "빠르게 해결하지 못한 것에 민주당의 잘못이 있지만, 결코 이 문제를 소홀히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문제는 박근혜 정부 끝까지 끌고 갈 것"이라고 말했다.
두 의원은 최근 출범한 민주당 내 혁신그룹인 '더 좋은 미래' 일원으로, 지난 총선에서 시민사회를 대표해 국회로 진출했다. 남윤인순 의원은 오랫동안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를 맡아 한국사회 여성운동을 이끌었고, 이학영 의원 역시 전 한국 YMCA 사무총장으로 시민운동에 몸담아 왔다. 이들은 현재 국회 시민정치포럼의 공동대표를 맡고 당 내에서 시민사회 소통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다음은 두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민주당이 할 일이 많다, 우리가 대표로 먼저 나온 것"- 지난해 11월 민주당이 장외투쟁을 끝내고 국회로 복귀한 이후 처음 거리로 나섰다. 다시 장외에서 농성을 시작한 이유와 목적은 무엇인가?남윤인순 = "박근혜 대통령 취임 1년이 됐다. 여러 가지 공약파기 문제도 있지만 국정원을 비롯한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문제만큼은 반드시 책임 있게 답을 해야 한다. 하지만 오늘 담화문에서도 전혀 이야기가 없었다. 이 문제를 그냥 시간끌기로 끝까지 가려는 것이다. 국회에 오기 전부터 오랫동안 시민사회에서 민주화 운동을 해왔던 경험을 바탕으로 민주주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어떤 것을 이뤄도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 통일은 대박이라고, 경제를 활성화 하겠다고 외치는 것도 민주주의 없이는 의미가 없다. 국가기관 대선개입 특검을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된다. 이 문제를 환기하기 위해 청와대 앞으로 나와야 했다."
- 민주당 지도부가 특검을 관철하려는 의지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 문제가 이번 농성의 계기가 된 것은 아닌가?이학영= "민주당 의원들의 마음은 다 똑같다. 국가기관의 선거개입 문제가 중요한 민주주의 문제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를 청산하지 않으면, 또 그런 일이 발생할 것이고 더 이상 민주주의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민주당 전체로는 너무 많은 일이 산적해 있다. 국정원의 간첩사건 공문서 위조와 민생 문제도 심각하다. 대선개입 하나에만 매달릴 수 없다는 한계가 분명히 있다. 국정원 싸움만 하고 민생을 돌보지 않는다는 비판 여론도 있다. 빠르게 해결하지 못한 것에 민주당의 잘못이 있지만, 결코 이 문제를 소홀히 생각하지 않는다.
국가기관 대선개입 문제는 박근혜 정부 끝까지 끌고 갈 것이다. 지금은 국정원만 이야기 되고 있지만, 사이버사령부와 국정보훈처, 안정행정부까지 다른 기관은 건드리지도 못하고 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어떻게든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민주당 의원이 전부 여기 나와서 앉아 있을 수는 없다. 국회가 마비되면 역풍을 맞을 수도 있고 당장 국민들에게 필요한 일을 하지 못한다는 비난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우리가 대표로 나온 것이라고 보면 된다. 국가기관의 불법적인 대선개입은 민주화를 이끌었던 의원들이 끝까지 끌고가겠다."
- 최근 민주당 내 혁신그룹인 '더 좋은 미래'가 출범했다. 두 분 모두 참여하고 있는데 이번 농성이 그룹 안에서 논의되고 결정된 사안인가?남윤인순= "(농성에) 다들 공감하지만 각자 의원들에게 많은 현안들이 쌓여있다. 민생을 다루는 법안을 놓고 여당과 국회에서 다퉈야 한다. '더 좋은 미래' 차원에서 나온 것은 아니지만 이런 방법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고, 우리가 먼저 나섰다고 보면 된다. 또 청와대 앞은 여러 명이 나와 있을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각자 의원들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행동에 나설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 당시의 시대정신 번복했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1년을 맞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60%가 넘었다. 국가기관 대선개입, 대선 공약 후퇴 등 많은 문제가 있는데 지지율이 계속 높게 나오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이학영 =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90%가 넘었었다. 그 시절 민주화 운동을 지지했던 여론은 1~2%정도 밖에 되지 않았을 거다. 그러나 민주화 요구가 정당한 것이었기 때문에 독재가 무너졌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60% 넘을 수 있다. 70%~80%도 가능하다. 잘못된 것을 90%가 지지하더라도 잘못된 것은 잘못된 것이다. 옳은 것을 지지하는 게 1%밖에 되지 않아도 옳은 것은 옳은 것이다. 부정시험으로 회사에 입사했는데, 그 사람이 끝까지 거기서 성공할 수 없다. 사필귀정이다. 지금 선거부정이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여론은 50%가 넘는다. 지지는 하지만 옳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는 얘기다.
박근혜 정부는 모든 정책을 뒤바꾸고 있다. 선거 때는 서민을 위하는 것처럼 하다가 이제는 재벌 대기업을 위한 정책만 내놓는다. 서민복지는 다 뒤로 밀리고 있다. 돈은 재벌 대기업에만 쌓인다. 정의롭지 않은 정부와 이것을 통해 이득을 보는 세력이 있는 것이다. 이들이 연합해 민주주의를 억누르고 있다. 그래서 민의가 왜곡되고 잘못 전달된다. 부정선거가 무슨 문제냐, 국가기관이 여론을 조작한 게 무슨 문제냐라는 인식을 퍼트리고 있다. 그러나 90%가 지지해도 잘못된 것은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한다. 그 증거를 18년 박정희 독재정권의 몰락이 보여주고 있다."
- 박근혜 정부의 1년이 지났다. 앞으로 남은 4년 어떤 정부가 될 거라 생각하나?남윤인순= "어떤 정권이든 1년차가 굉장히 중요하다. 자신이 내세운 공약을 지키기 위해서 법을 고치든지, 예산을 확보해야 하는데 박근혜 정부는 그런 게 없었다. 대통령이 돼서 무엇을 해야겠다는 자기 비전과 철학이 박 대통령에게 없는 것이다. 도대체 창조경제가 무엇인지 국민들은 여전히 알 수 없다. 그러면서 대통령에 당선될 때 가졌던 시대정신은 완전히 번복해 버렸다. 경제민주화는 사라졌고 규제 완화로 돌아섰다. 후보 때 이야기 한 것과 정반대의 대통령이 됐다. 공약은 그저 당선되기 위한 수단이었다. 앞으로 4년의 모습도 뻔히 보인다. 남은 기간 지금과 달라질 수 있는 전기가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 단식 농성은 언제까지 할 예정인가?이학영 = "우리는 국정원과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특검을 관철하러 나온 것이지 여기서 쓰러져 실려 가려고 나온 건 아니다. 농성을 지속하면서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특검을 실시할 수 있는 힘을 모으고 문제를 해결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