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외면해 민간인이 진행하는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지 발굴 현장에서 유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26일 오후 경남 진주시 명석면 용산리 용산고개에서는 비가 내리는 속에 비닐가림막을 설치해 놓고 발굴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박선주 충북대 명예교수를 비롯한 10여 명이 지난 24일부터 발굴작업을 하고 있다.
이날까지 드러난 유해는 10여 구. 유해는 뼈 등이 불규칙적으로 묻혀 있었다. 유품은 여름옷에 매달았던 단추와 카빈 소총에 사용된 탄피다.
유해와 유품은 땅 지면에서 10~30cm 정도 파고 들어갔을 때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박 교수는 "유해는 정연하지 않다"며 "정확한 매장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더 발굴작업을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매장지에 묻힌 사람들은 카빈 소총을 맞은 것으로 보인다"며 "다른 민간인 학살지에서 나온 유품과 비슷하다, 이곳 주민의 증언 등을 종합해 볼 때 이곳은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지가 맞다"고 밝혔다.
발굴작업은 당초 1주일 정도 예상되었지만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진주유족회 강병현 회장을 비롯한 유족들은 거의 매일 현장에 나와 발굴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또 민족문제연구소 진주지부 회원과 산청 간디학교 학생들이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이번 발굴작업은 한국전쟁유족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족문제연구소, 민주화운동정신계승국민연대, 4.9통일평화재단, 포럼진실과정의로 구성된 '한국전쟁기 민간인 학살 유해발굴 공동조사단'에서 처음으로 벌인다.
용산고개에는 민간인 희생자 매장지가 두 곳으로, 한국전쟁 전후 이곳에서는 민간인 700명 이상이 희생된 것으로 추정된다. 학살 당한 지 60년이 지나서야 유해 발굴이 이루어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