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학교 '도시속작은학교'의 제 9회 졸업식이 지난 19일 오후 7시에 카톨릭청년회관에서 열렸다.
㈔한국청소년재단 김병후 이사장을 비롯한 많은 내빈들과 도시속작은학교 졸업생, 가족들이 가톨릭 청년회관을 가득 매워 일반학교 학생들보다 조금은 더 파란만장했던 이들의 졸업에 박수를 보냈다.
'지식 중심 교과 학습이 싫어서', '학교 교장의 거부로'등 개성 넘치는 이유로 이곳 도시속작은학교에 입학한 김원준(19), 양서영(19), 조기원 (19), 나태균 (19), 김동수(19) 5명의 첫 시작은 다소 힘들었지만, 졸업을 앞둔 이들의 얼굴에는 지난 날들이 떠오른 듯 후련함과 아쉬움이 뒤섞여 있었다.
도시속작은학교 졸업식전통 <자서전 낭독> 아이들은 졸업식 전날 오후 늦게까지 연습한 '음악시간'이라는 곡의 밴드공연으로 졸업식의 문을 열었다.
"왜 우리는 다 다른데 같은 것을 배우며 같은 길을 가게 하나... 왜 음악을 잘하는데 다른 것을 배우며 다른 길을 가게 하나..."로 시작하는 가사는 학생들이 같이 정한 '틀린 게 아냐...그냥, 조금 다를 뿐'이라는 졸업주제를 미리 말해주는 듯 했다. 흥겨운 리듬에 졸업생 뿐만 아니라 그들을 바라보는 졸업식 손님들의 입가에도 웃음이 번졌다.
그러나 도시속작은학교 졸업식의 전통인 자서전 낭독 시간이 되자 졸업식장은 숙연해졌다. 졸업생 양서영 (19) 학생은 도시속작은학교에서 보낸 지난 1년, 더 나아가 지금까지 살아왔던 짧지만, 결코 가볍지 않았던 19년을 담담하게 읽어냈다.
"자퇴하고 나서는 많이 힘들었었다. 내가 힘들었던 것은 자퇴때문이 아니라 자퇴했다는 이유로 나를 문제아 부적응자로 바라보는 사람들과 주변의 시선들이었다. 그런데 아침 일찍 교복입은 아이를 보는데 갑자기 기분이 이상했다."마음 속에 담겨있던 딸의 진심을 듣던 양서영 학생의 어머니는, 답례로 학부모 편지를 읽다 끝내 눈물을 흘렸다. 평소 한 장의 글쓰기도 힘들었던 아이들에게 30장 이상 분량의 자서전은 어쩌면 무모한 도장이었을 터. 하지만 분량보다 더 아이들이 힘들어했던 것은 자서전에 고스란히 써내야하는 자신들의 아픈 상처들이었다.
아이들이 쉽게 쓰지 못했던 자서전에는 가출, 학교에서 교사들에게 받았던 억울했던 처벌, 친구들과의 다툼등이 솔직하게 담겨있었다. 이 상처들을 끄집어내는 데에는 한참의 시간이 걸렸다.
학생 한 명당 30장 이상의 자서전을 쓰기 위해 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합숙까지 했던 교사 김재민씨(32)는 "쉬운 일은 아니었다. 자서전을 쓴다고 학교에 합숙해서 함께 밤을 지새우기도 했지만 자서전 한 장도 다 못 채우는 일이 많았다"며 졸업 준비 일정이 평탄치 않았음을 짐작케 했다. 그러나 김재민씨는 "처음에는 내일부터하면 안되냐고 하던 아이들이 마지막에는 자기들이 먼저 합숙해서 조금만 더 쓰자고 하더라. 주말에도 학교에서 보자고 해서 죽는 줄 알았다"며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
처음 졸업식 준비할 땐 '내일부터 해요', 마지막 날은 '왜 지금 끝나요'
실제로 졸업식 날은 멋지기만 했던 밴드연습도 처음에는 우여곡절이 많았단다. 오후 4시부터 연습시작이면 학생들이 다 모이는 것은 겨우 오후 8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졸업식 이 다가올수록 아이들은 연습시간보다 더 먼저 오기 시작했다. 실제로 졸업식 마지막 날에 아이들이 가장 많이 한 말은 "야, 조금 더 빨리 와"와 "조금만 더 하자"였다.
어쩌면 일반학교를 졸업해 평범하게 살아가는 아이들과는 조금 다른 길을 걸었던 아이들이다. 졸업식 직전까지도 아이들은 물음표였다. 그러나 졸업식 날 아이들은 마침표가 되어가고 있었다.
처음에 아이들은 왜 졸업식이 다른 학교처럼 간단하게 끝나지 않고 준비해야할 것이 산더미냐며 투덜거렸다. 자서전이라는 책을 한 권 만들고, 초대장부터 포스터까지 아이들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이 없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러나 졸업식 날짜가 되자 아이들은 이제야 그 의미를 알겠다는 듯 희미하게 웃었다.
그렇게 도시속작은학교의 '작기만 했던 아이들'은 누구보다 큰 거인이 되어 새로운 세상에 힘차게 발걸음을 내딛었다. 천방지축이었지만, 소중했던 그들의 학창시절과 미래에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