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땅·바다(LAND·SEA·SKY)전'이 '갤러리 인', '옵시스 아트', '갤러리 스케이프', '아트선재센터'와 그 일대 '원앤제이 갤러리' '이화익 갤러리' 등 6곳을 순회하는 방식으로 3월 23일까지 열린다. 아트선재센터와 호주에서 아시아 최우수시각상을 수상한 'MAAP(아시아태평양 미디어아트 팀 Media Art Asia Pacific)'과 주최했다.
이번 전에는 유럽, 호주, 아시아 등 20여 명의 흥미롭고 도전적인 비디오작품을 선보인다. '하늘·땅·바다'는 제목 속엔 '지평선·수평선'이라는 키워드가 담겨 있다. 회화가 아니라 미디어아트에서 이런 선의 표현방식이 어떤 의미인지 탐구한다.
참여 작가의 면모를 더 보면 네덜란드작가 얀 디베츠(J. Dibbets), 호주작가 호아오 바스코 파이바(J. V. Paiva) 폴 바이(P. Bai), 로라 브린캣(L. Brincat), 바바라 캠프벨(B. Campbell), 데렉 크랙클러(D. Kreckler), 크레이그 월시(C.Walsh)가 있다.
또한 포르투갈작가 파이바(J. V. Paiva), 이탈리아작가 오졸라(G. Ozzola), 오스트리아작가 초베르니히(H. Zobernig), 중국작가 왕 공신(W. Gongxin), 왕 펑(W. Peng), 인도작가 굽타(S. Gupta) 그리고 한국작가 김수자, 정연두, 심철웅도 참가했다.
'갤러리 인'에서 폴 바이, 왕공신, 초베르니히 소개
우선 청와대입구에 있는 '갤러리 인'에서는 폴 바이(호주), 왕공신(중국), 하이모 초베르니히(오스트리아)가 소개된다. 여기서 대표적으로 초베르니히 작품을 살펴보자.
'빈'에 활동하는 초베르니히는 1958년 오스트리아 마우텐 출신이다. 연극, 퍼포먼스, 건축, 회화, 조각, 사진, 비디오, 설치 등 두루 활용하는 토털아티스트다. 모더니즘의 고정적이고 권위적이고 틀에 박힌 이념성에서 벗어나 형식과 내용 관계 속에서 '상황과 맥락'에 따라 예측하기 힘든 틀에서 벗어난 유연한 미디어를 선보인다.
위에서 보듯 영상은 파란 단색의 평면과 격자무늬의 창문 그리고 베네치안 블라인드를 통해 2차원 3차원 공간을 도입해 안팎의 풍경을 번갈아 보여주는 방식 등 빼어난 영상편집의 합성기술로 공간 확장을 시도하며 관객의 고정관념을 뒤집는다.
이번 전시는 관객이 6곳 전시장을 돌며 작품을 감상하게 되어 있어 갤러리의 개념도 확장시켰다. 관객은 각각 전시장의 특정한 '차별성'을 경험하게 되고 이런 점은 장소와 공간에 따라 같은 작품도 다르게 해석될 수 있음을 깨닫게 한다.
'옵시스 아트'에서 윌시, 오졸라, 심철웅 소개
다시 국제갤러리 쪽 골목길로 들어서면 '옵시스아트 갤러리'가 나타난다. 전시장이 공사를 하다만 버려진 공간 같다. 여기서 크레이크 윌시(호주), 지오바니 오졸라(이탈리아), 심철웅(한국)이 소개된다. 세 작품에는 역시 수평성·지평선이 보인다.
그 중 1966년생 호주작가 '크레이크 윌시'를 보자. 그는 장소 특정적으로 직접 가본 나라나 지역의 사진과 영상을 이용해 대안적 프로젝트를 제시한다. 이 작가는 디지털애니메이션을 통해 회화가 담을 수 없는 느리지만 역동적 풍경을 보여준다.
위 작품은 서(西)호주 필바라 지역 '버럽(Burrup)반도'에서 찍은 것으로 호주에서 가장 많은 96개의 선돌이 한곳에 밀집된 곳이다. 이곳을 '무루주가(Murujuga)'라고 호주원주민은 부르는데 그들에게는 이곳이 '성소(聖所)'와 같은 곳이다.
이 작품은 그곳 일출과 일몰에 바위형상을 가로지르는 빛의 변화를 기록한 것이다. 여기서는 관객이 그냥 영상만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그 지역의 독특한 분위기에 빠져들게 되고 거기에 몰일하다면 전에 보이지 않았던 시각도 보게 된다.
크레이크 윌시는 이렇게 지역문화에 관련된 자연환경과 예술축제 등을 주제로 하는 작품이 많다. 그는 광주비엔날레 등 영국, 일본, 인도네시아 등 세계 유수 미술행사에 참여해왔다. 그밖에도 건축공간과 공공미술에도 관심이 많다.
'원앤제이 갤러리'에서 크랙클러, 캠벨, 웡펑 소개
세 번째 코스로 '원앤제이 갤러리'에서는 데렉 크랙클러(호주), 바바라캠벨(호주), 웡펑(중국)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여기서는 '해안선(Littoral)'이라는 제목이 붙은 1952년 생 '데렉 크랙클러'의 작품을 소개한다.
이 작가는 퍼포먼스, 비디오 음향, 사진 등 여러 매체를 통해 작품을 한다. 그리고 가장 큰 특징은 역사적 사건을 현재의 시점에서 재구성한다는 점이다. 위 작품 역시 조지 모타이머(G. Mortimer)가 1903년에 찍은 사진을 차용한 것이다.
그는 해안의 암벽위로 거칠게 파도치는 수평선과 수직스크린을 재구성하여 미디어아트의 장점을 살려 거친 파도가 조각조각 부서지며 해벽 위로 떨어지는 장면을 생생하게 연출한다. 그러면서 거친 파도소리와 고요한 수평선은 대조미를 이룬다.
'이화익 갤러리'에서 브린캣, 굽타, 정연두 소개
네 번째 코스로 '이화익 갤러리'로 가보자. 여기서는 로렌 브린캣(호주), 실파 굽타(인도), 세계적으로 큰 활약을 하는 정연두도 소개된다.
여기서는 한국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은 젊은 여성작가 '로렌 브린켓'를 보자. 그녀는 1980년 호주출신으로 자신을 1인 퍼포먼스의 주인공으로 삼아 영상에 담는다. 위 작품은 60-70년대 초에 나온 해프닝아트 전승을 따르되 그걸 재해석한 버전이다.
화면은 지루할 정도로 단순하나 마치 불교의 걷기명상처럼 오랜 사색과 반복 속에서 나온 언어로 관객과 소통한다. 그 장소가 유럽냉전의 상징인 베를린이고 2008년에 폐쇄된 공항활주로라는 게 이미 많은 걸 암시한다. 20세기 획기적 과학문명에도 21세기에 우리가 왜 살며, 어디로 가야하고, 어떻게 살 것인지를 묻게 하는 작품이다.
그리고 '갤러리스 케이프(삼청동)'에서는 '로렌 브린켓'와 '크레이크 윌시' 작품을 주간이 아닌 야간에만 2층 창문을 통해 오후 6-10시에 상영한다.
'아트선재센터'에서 디베츠, 파이바, 김수자 소개
이제 끝으로 아트선재센터에서는 영상으로 개념주의미술을 담는 얀 디베츠(네덜란드)와 호아오 바스코 파이바(포르투갈) 그리고 김수자의 작품을 보자.
우선 2013년 베니스비엔날레에 한국대표로 참석한 김수자(1957-)의 '보따리 시리즈'가 보인다. 그녀는 사진, 영상, 설치, 행위예술 등 장르를 넘나드는 작가다. 그의 경향은 동양적 사유를 평범한 일상에 대조시켜 문명 비평적 안목으로 시각화한다.
위 나이지리아 알파해변은 얼핏 보기에 평온하고 낭만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 너무나 슬프고 충격적 역사가 숨겨져 있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식민지시대, 이곳에서 아프리카노예들이 악명 높은 노예선에 실려 신대륙으로 팔려간 곳이다.
이런 숭고하고 장엄한 바다의 수평선에서 뭔가 무언의 묵시록이 들려오는 것 같은데 사실 여기에 담긴 진실을 관객이 추리하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관객들이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무의식적으로 그 어떤 영감을 받는 것도 사실이다.
아트선재센터 전시작품 중 '수평선시리즈'로 유명한 '디베츠' 작품 하나를 더 소개한다. 1941년생인 그는 네덜란드출신으로 1970년 이래 사진과 영상을 이용한 개념주의미술을 해왔다. 국제적 작가로 구겐하임미술관, 뉴욕현대미술관, 영국테이트미술관, 암스테르담 스테델릭미술관, 쿤스트할레 베른미술관 등에서 전시했다.
그는 공간에 대한 독특한 해석을 바다를 담아내는 고차원방정식 같은 접근방식을 도입한다. 카메라프레임을 기울이기도 하고 바꾸기도 하면서 수평선이 스크린을 나눠 영상의 환상과 평면적 공간을 와해시켜 보다 폭넓은 시점을 보게 한다.
이 전시는 4-7월에는 상하이, 9-11월에는 호주 브리즈번에서 전시가 이어진다.
덧붙이는 글 | 전시 무료. 전시 문의 아트선재센터 02)733-8945 www.artsonjae.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