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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의 선전물.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의 선전물. ⓒ 노동세상

안녕들 하십니까? 가슴 뜨거웠던 대자보의 이름, 기억하시지요? 저는 금속노조 유성기업 아산지회장 홍종인입니다. 경부고속도로 옥천나들목 옆 광고탑에서 140일이 넘게(3월 3일 기준으로 142일째) 고공농성 중인 이정훈 금속노조 유성기업 영동지회장을 생각하며 이 글을 씁니다. 저 역시 그곳에 129일 동안 있다 유성기업 문제를 조금 더 널리 알리기 위해 며칠 전 내려왔습니다.

2011년 비가 많이 오던 그해 여름. 유성기업 아산 공장 근처 비닐하우스에서 먹고 자던 노동자들이 있었습니다. 도로 하나 건너 회사 정문이 보이지만, 노동자들은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 대신 노동자들은 용역업체 직원들이 던진 소화기에 두개골이 함몰되고, 광대뼈가 으스러져 병원으로 실려가야 했습니다.

2011년 그날부터 오늘까지, 삶은 저만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유성기업 사측의 공격적 직장폐쇄에 맞서 마이크를 잡고 사측과 싸웠습니다. 그렇게 동분서주하다 보니 어느덧 수배자가 됐습니다. 그 뒤로 구속과 두 번에 걸친 해고, 151일간의 굴다리 고공농성에 이어 지난해 10월 13일부터 올해 2월 18일까지 옥천나들목 광고탑에서 129일간 고공농성을 했습니다.

유성기업이 지난 2009년에 실시하기로 약속했던 '심야노동 폐지' '주간연속 2교대제'는 "밤에 잠 좀 자자"는 우리 노동자들의 소박한 바람의 결과였습니다. 2009년 노사 합의는 간단했습니다. '2011년부터 주간2교대제를 실시하되, 노사 협의한다'였습니다. 그 약속에 따라 2011년 1월부터 교섭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아무런 답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어쩔 수 없이 합법적인 쟁의행위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민주노조를 파괴하기 위한 유인책이자, 시나리오였던 것을 우리는 몰랐습니다. 쟁의행위 찬반투표가 전체 조합원 78%의 높은 지지로 가결된 그날, 사측은 기다렸다는 듯이 직장폐쇄에 들어갔고, 엄청난 수의 용역업체 직원들을 투입했습니다.

찬반투표 하자마자 용역업체 직원이...

 2011년 5월 24일 유성기업 아산공장에 경찰이 투입돼 공장 점거 중인 노조원들을 연행하고 있는 모습.
2011년 5월 24일 유성기업 아산공장에 경찰이 투입돼 공장 점거 중인 노조원들을 연행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2011년 5월 18일, 유성기업 사측의 가혹한 탄압이 시작된 이날을 잊을 수 없습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기념하고 그 정신을 계승하는 그날. 충청남도 아산시 둔포면 운용리에 있는 유성기업 아산공장에서는 민주노조를 파괴하려는 시나리오가 본격적으로 가동됐습니다. 공격적 직장폐쇄에 따라 용역업체 직원이 회사 정문을 통제하기 시작했습니다. '검·경은 수배와 구속을, 유성기업은 손해배상 청구와 징계를 통해 유성지회 노동자들을 분열시켜야 한다'는 문건이 경찰서 보고 자료에서 나왔고, 현대자동차 총괄 구매이사 차량에서는 유성기업 노조파괴 전략집이 나왔습니다.

2011년 7월 시행된 복수노조법을 악용한 유성기업의 노조파괴 시나리오는 10여 년 이상 한 가족 같았던 조합원 선후배를 갈라놨습니다. 서로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에서는 사람이 맡을 수 없는 피고름 냄새가 났습니다. 

회사 측과 정권이 총체적으로 계획한 노조파괴 시나리오는 2012년 9월 국회 용역폭력 청문회에서 처음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국정원·청와대·노동부·경찰서 그리고 원청인 현대자동차 등 유관기관이 유기적으로 함께 했다는 내용이 밝혀졌습니다.

구체적인 노조파괴 시나리오는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에서 작성하고 유성자본이 실행에 옮겼습니다. 이는 이명박 정권하의 총체적인 민주노조 기반 파괴의 일환이기도 했습니다. 당시 우리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는 충청권 민주노조 운동의 핵심이었습니다. 이명박 정권은 전국적으로 민주주의의 산실이 되는 민주노조 운동의 말살을 계획하고 있었습니다. 

국회청문회를 통해 드러난 이런 부당노동행위는 전체 사회를 분노케 만들기도 했습니다. 노동부와 검찰이 서둘러 특별근로감독과 공장 압수수색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전형적인 꼬리자르기였지만,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이 해체되기도 했습니다.

죄를 저질렀으면 처벌받는 게 당연

 노조의 예상 전술에 창조컨설팅이 세운 대응계획.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과 노동법에 보장된 정당한 노조의 쟁의행위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
노조의 예상 전술에 창조컨설팅이 세운 대응계획.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과 노동법에 보장된 정당한 노조의 쟁의행위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 ⓒ 은수미 의원실

그러나 불법적으로 직장을 폐쇄하고 용역업체를 통한 폭력도 모자라 부당징계와 해고, 지속적인 현장 탄압에 나선 유성자본은 그 어떤 처벌도 받지 않았습니다. 노동부와 경찰이 유례없이 몇 번에 걸쳐 검찰에 구속기소 의견을 보냈지만, 무슨 일인지 검찰은 세 번이나 자료 보완 요청 형식으로 2년여 동안 사건을 끌더니 최근 불기소(혐의 없음) 증거불충분이라는 면죄부를 주고 말았습니다. 현재 대전고검에 항소를 해놓고 있는 상태입니다.

최근 노동부에서는 관련 자료를 국회에 자료를 제출했는데 "기소 의견으로 송치 지휘를 건의했으나, 검찰 지휘에 의거 불기소(혐의 없음) 의견으로 송치"했다는 진실이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노동자 20여 명이 병원으로 실려갔고, 16명이 구속됐고, 27명이 해고됐고, 60여 명이 출근정지를 당하는 등 3년 가까이 탄압에 시달렸습니다.

우리의 요구는 간단합니다. 죄를 저지른 유성기업을 처벌해달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노동자를 위한 노동법은 사라졌고, 그 법은 노동자를 제압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습니다. 우리는 검찰 불기소 입장을 그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습니다. 특별검사제를 실시해 진실을 밝히고, 노조파괴 시나리오의 불법성을 심판해야 합니다.

이명박 정부는 '천 원짜리 피스톤링! 완성차 라인 중단!' '고연봉 노동자 불법파업' '국내 자동차업계의 경제적 손실' 등 왜곡된 여론을 조성해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투쟁을 '불법'으로 규정했습니다. 또 이명박 정부는 유성기업 직장폐쇄 5일 만에 4000여 명에 달하는 공권력을 전격 투입해 530여 명 전체 조합원을 연행하며 '제2의 쌍용차 사태'를 만들었습니다. 그 이명박 정부를 이어받은 박근혜 정부는 지금까지도 민주노조 파괴 시나리오를 묵인하고 있습니다.

목줄 걸고 감옥 같은 생활... 자괴감만 쌓였습니다

 목에 밧줄을 걸고 굴다리 난간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홍정인 유성기업지회장(2012년 12월 10일 촬영)
목에 밧줄을 걸고 굴다리 난간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홍정인 유성기업지회장(2012년 12월 10일 촬영) ⓒ 심규상

이것은 유성기업만의 일이 아니었습니다. 이미 수많은 민주노조 사업장이 같은 방식으로 무너졌습니다. 이것은 단지 '창조컨설팅 노조파괴 시나리오'에서 비롯된 것이 아닙니다. 정부와 자본은 이 사회의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기반을 파괴하고자 한 것입니다. 최근 철도노조 민영화 저지 투쟁에서도 박근혜 정부와 코레일은 같은 방식으로 민주노조 탄압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2012년 10월에 시작한 첫 번째 고공농성, 151일간의 굴다리 농성은 상처 입은 마음과 몸뚱이만을 남겨줬습니다. 1평도 안 되는 굴다리 밑 간이농성장은 일어설 수도 없고, 걷지도 못하는 감옥이었습니다. 강제로 끌어내리지 못하게 어쩔 수 없이 목에 스스로 목줄을 메고 있어야 했습니다. 자면서도 그 목줄을 벗을 수 없는 저는 어떨 때에는 줄에 묶인 개나 소보다도 못한 것 같아 자괴감에 시달렸습니다. 정말 무슨 큰 죄를 저지른 것 같아 서글플 때가 많았습니다. 하루하루가 사형대 위에 선 것 같은 긴장의 연속이었습니다.

눈물을 머금고 다시 내려왔을 때, 땅위에 내디딘 두 다리는 걸을 수 없을 정도로 앙상해져 있었습니다. 재활치료와 휠체어, 목발, 지팡이를 거치며 겨우 다시 직립을 유지해 두 다리로 걸을 수 있게 됐지만, 다시 옥천나들목 광고탑에 올라 129일을 보내야 했습니다.

그래도 대답이 없는 유성기업 사측에 맞서 더 강하고, 더 넓은 사회적 연대를 호소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이정훈 지회장만을 저 하늘에 남겨두고 피눈물을 삼키며 내려왔습니다. 내려오는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다시 한 번 이정훈 지회장을 안아 보고 손을 잡아 봤지만, 하늘 위에 홀로 남은 이정훈 지회장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막막하고 저립니다. 둘이 있다 혼자 남아야 하는 공허함과 자신과의 싸움이 얼마나 사람을 힘들 게 하는지 저는 알고 있습니다.

유성기업지회 조합원들 역시 힘겨워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얼마 전 실시한 심리치유 분석 결과 자료를 보니 그들의 상태가 심각하다고 합니다. 이미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조합원이 다수고, 폭력적 행동을 하고도 자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점점 '시한폭탄'이 되고 있습니다. 이는 3년의 핍박과 탄압이 남긴 상처입니다. '밤에는 잠 좀 자자'는 단순하고 소박한 인간적인 외침에 돌아온 것은 '불법과 폭력으로 얼룩진 민주노조 파괴 시나리오'였습니다.

다시 한 번 손을 잡아주십시오

 유성기업 노동자들을 상징하는 판화 <유성 올빼미>
유성기업 노동자들을 상징하는 판화 <유성 올빼미> ⓒ 이윤엽

이 글을 보시는 모든 분들이 이제는 함께 지켜주셨으면 합니다. 무척이나 고맙게도 오는 15일 희망버스가 광고탑 고공농성장으로, 유성기업 영동공장으로, 아산공장으로 달려간다고 합니다. 3년 만에 마침내 듣게 된 희망의 소리입니다.

희망버스 승객들의 힘으로 이정훈 지회장도 김진숙 지도위원이 그랬듯 무사히 땅 위로 내려오면 좋겠습니다. 청와대와 국정원·검찰·경찰·노동부 그리고 원청인 현대차가 합세했지만 저희 금속노조 유성기업 노동조합원들은 지금까지 민주노조를 힘차게 지키고 있습니다. "힘내라, 민주노조, 수고했다"며 손을 한 번만 잡아주십시오.

3월 15일 다시 달리는 희망버스가 전국의 현장에서 싸우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힘과 기운이 되기를, 한국사회의 민주주의를 지켜내는 힘찬 엔진이 되기를 바랍니다. 3월 15일, 그날 뵙겠습니다.

3·15 '힘내라, 민주노조' 유성기업 희망버스
▲ 전국 154대! 희망버스의 기적을 만들어요!
▲ 지역별로, 부문별로, 단체별로, 모임별로 각각의 이름과 주체가 있는 희망버스를 함께 만들어요.
- '힘내라, 이정훈!' 옥천나들목 광고탑! 작년 10월 13일부터 고공농성 154일차
- '유시영을 구속하라!, 민주노조파괴 특검을 실시하라!'
- '힘내라, 민주노조!, 힘내라 민주주의!'

▲ 일시 : 2014년 3월 15일(토) ∼ 16일(일)
▲ 일정 및 내용
- 3월 15일 오전 10시 : 전국 희망버스 출발
- 3월 15일 오전 11시 : 유성기업 영동공장(충청권 희망버스 승객 결의대회)
- 3월 15일 오후 1시 : 옥천나들목 광고탑 고공농성장 <힘내라, 이정훈! 힘내라, 민주노조> 연대마당
- 3월 15일 오후 5시 : 유성기업 본사(아산공장) 도착, 손배가압류 없는 세상, 노동탄압 없는 세상(가칭) 힘다지기 마당
- 3월 15일 오후 7시 이후 : 전국 희망버스 연대마당
- 3월 16일 오전 8시 : 노동이 아름다운 세상을 위한 상징탑 쌓기
- 3월 16일 오전 9시 : 약속의 마당

▲ 유성기업지회 전국순회 : 3월 4일∼8일
▲ 당일 '전국해고노동자 연대의 날'이 함께 열립니다.(전해투)
▲ 당일 민주노총 산하 전체 확대간부들이 함께 합니다.
▲ 참가 문의
- 트위터 : @hopebus85
- 이메일 : yshopebus@gmail.com
- 다음 인터넷카페 : http://cafe.daum.net/happylaborworld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홍종인님은 금속노조 유성기업 아산지회장입니다.



#유성기업#희망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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