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물질에 대한 안전성이 도마 위에 오르자 환경부(장관 윤성규)와 국립환경과학원(원장 김삼권)이 지난달 25일 서울 코엑스에서 '한-OECD 화학물질관리·나노안전성 국제심포지움'을 개최했다.
이번 심포지움은 나노물질에 대한 국내 관리 동향과 선진국을 중심으로 확대되는 나노물질에 대한 정책동향을 공유하는 자리가 됐다. 이 자리에는 OECD와 한국, 독일, 프랑스, 캐나다의 환경부 관계자들이 각 나라의 나노물질 관리정책을 발표했다.
나노물질이란 1~100나노미터(nm) 크기의 화학물질을 통칭한다. 1nm는 10억 분의 1m로 머리카락 굵기의 약 10만 분의 1 크기로 눈으로는 볼 수 없는 물질이다.
나노물질은 기존 화학물질에서는 없었던 새로운 물성과 성능을 가지기 때문에 인체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되고 있지만, 현재까지 인체 건강 및 환경 영향은 규명되지 않았다.
나노물질(은나노물질 포함)은 살균·멸균·항균 효과가 뛰어나고 건강증진에 효과가 있다는 인식하에 칫솔, 치약, 화장지, 세탁기, 젖병 등에 널리 사용돼 왔다. 아직도 기존 물질에 비해 항균력, 흡착력, 전기적 특성, 강도 향상 등 우수한 성질을 지녔다는 이유로 이를 활용한 제품의 생산 및 사용이 증가 추세에 있다.
문제는 나노크기의 물질들이 체내에 들어가면 기존의 물질들과 다른 독성을 일으킨다고 알려지면서 이에 대한 위해성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것. 최근 OECD에서는 연구 등을 통해 나노물질(은나노물질 포함)이 그 특유의 작은 사이즈로 인해 생체 내에 침투할 경우 유해인자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은 물질로 보고 있다.
나노물질이 인체에 위해한 화학물질로 밝혀지면서 관련 제품이 발명·출원될 경우 특허권 부여 여부를 심사하는 과정에서 인체에 위해한 지를 고려해 특허를 부여하지 않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나노물질에 대한 가이드라인부터 마련해야"
첫 번째 발표를 맡은 OECD의 아사코(Asako AOYAGI·일본)는 'OECD의 40년 화학물질 관리' 발표를 통해 "나노물질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서 OECD의 통합된 가이드라인을 정하겠다"며 "나노물질도 화학물질처럼 위험한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오랜 시간이 소요되더라도 유관기관 등과 가이드라인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럽연합(EU) 클라우스 슈타인하우저(Klaus-G Steinheauser·독일 환경부)는 "EU에서 생산되거나 거래되는 제품들은 출시 전 사전 검사에서 승인된 것만 사용하지 그렇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며 "나노물질 포함 여부가 제품간 장벽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이에 대한 EU의 공통적인 법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슈타인하우저는 "하지만 나노물질의 위험성을 밝히기 위한 실험 방법이 국가간에 일관성이 없다"고 지적하며 "어떤 것이 가장 적절한 측정 방법인지는 나라마다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하나로 정하는 것부터 선행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EU의 나노물질에 대한 정의도 올해 연말께에는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그외에도 법령들을 통해 화장품에 있는 나노물질이나 식품첨가제 등 화학물질과 나노물질의 유해성을 어떻게 하면 보다 명확하게 밝힐 것인지도 과제"라고 말했다.
EU에서는 물질(응결체 상태)의 50% 이상이 나노물질로 구성돼 있으면 사람의 건강 등 안정성에 문제가 있는 위험물질로 보고 있다. 즉 1nm 크기의 입자가 50% 이상 구성된 것을 나노물질로 보고 있다.
현재 독일 환경부와 보건기구들은 나노물질에 대한 독성자료들을 취합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도 나노물질이 인체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의 사전 예방차원에서 이를 분류·등록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한다.
"세계 나노물질, 최근 7년 사이 7.7배 늘어"
우리나라의 경우 2011년 폐 손상을 유발했던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최근 몇 군데의 화학공장 '유해물질(가스) 누출사고'로 인한 인명과 재산피해가 발생하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졌다.
요즘에는 물티슈나 손 세정제에서도 유해물질이 발견됐다는 보도가 잇따르면서 화학물질의 유해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어 환경부 화학물질과 조광연 주무관은 '한국의 나노물질 안전관리'란 주제발표를 통해 "나노물질의 안전성과 환경,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나노물질 관리가 문제가 중요하게 떠오르고 있다"며 "세계적으로 유통되는 나노제품은 2006년 212종에서 2013년 1628종으로 최근 7년 사이 약 7.7배 증가했다"고 말했다. 나노물질에 대한 관심이 급격하게 높아지면서 안정성에 대한 검증 없이 대량생산이 이뤄지고 있었다.
조 주무관은 "은나노 생활 가정용품에서 나노물질이 함유된 것들이 많고 이들의 유통량도 증가하고 있다"며 "나노물질의 독성에 대한 우려가 있는 가운데 나노물질 개발과 그 활용은 매우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환경부(장관 윤성규)와 국립환경과학원(원장 김삼권)이 나노물질의 상세 정보를 제공하는 '나노 안전성 정보시스템(nano.nier.go.kr)'을 지난 1월 개설했다"며 "이를 통해 나노물질의 안전정보를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시스템에서는 은나노 및 이산화티타늄 등 13여 종의 나노물질에 대한 상세 정보와 국내외 규제 및 정책 등의 설명을 제공한다. 또 관련 산업 및 연구 지원을 위한 유해성 보고서 154종과 기술·제품 보고서 110종, 안전성 연구논문 396종 등의 전문자료도 볼 수 있다.
그는 "한국이 나노물질의 유해성에 관한 정보가 부족한 만큼 OECD와 협력해 정보의 격차를 줄여 나갈 것"이라며 "이를 통해 국민이 나노물질에 대한 직접적인 피해를 입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근로자 60% 나노물질의 유해성 인식하고 있어"
고용노동부 산업보건과 김정호 주무관은 '한국의 작업장 나노물질 관리'란 주제발표를 통해 "고용부에서 지난 2011년 나노물질 유해·위험성 대한 인식조사를 한 결과 조사에 응한 근로자 중 60%가 나노물질의 유해성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김 주무관은 "현재 화학물질이나 나노물질을 포함한 작업환경관리는 '산업안전보건법'에 포함돼 있지만 작업장에서 발생하는 나노물질에 대한 안전보건에 관한 규정이나 법령은 없다"며 "하지만 근로자들이 나노물질의 유해성에 얼마나 영향을 받고 있는지 정보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작업장에서 나노물질이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고 나노기술도 적용 범위가 넓지만 나노물질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명확하지 않아 불확실성만 커지고 있다"며 "나노물질에 대한 독성연구를 위해 2015년까지 산업안전공단에 '나노물질 독성연구센터'를 건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현재 사업주는 사업장의 유해물질 발생 여부를 확인하고 이에 대한 예방조치를 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다"며 "앞으로 이를 더욱 강화해 규제정책으로 두는 등 나노물질 취급지침을 만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산업안전연구원의 '나노입자 노출에 영향을 주는 작업 특성 및 환경인자 연구'에 따르면 작업장 내 분진 관리 시스템의 설치 및 작동에 따라 나노입자의 분포가 달라졌다.
산업안전연구원은 나노물질 개발 시 나노물질의 독성에 대한 고려가 이뤄져야 하고 생산 설계 시에도 분진 발생이 최소화 하는 방향으로 이뤄지도록 나노물질 개발자들의 인식을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나노물질 및 나노기술 이란? |
나노기술이란 나노미터 크기의 물질들을 기초로 해 우리 생활에 유용한 나노소재, 나노부품 나노 시스템을 만드는 기술이다. 여기서 '나노'는 난쟁이를 뜻하는 그리스어 '나노스(nanos)'에서 유래했다. 1 나노미터(㎚)가 10억분의 1m이라고 하니 눈으로 볼 수 없는 세계인 것이다.
나노기술은 벌써 우리생활 속에 들어와 있다. 우리나라 전자회사에서 세계 최초로 나노급 메모리 소자가 개발됐다는 소식이 뉴스에 등장하기도 한다. 이 메모리는 나노기술 덕분에 점점 용량이 늘어나고 있다. 정보를 보관하는 대표적인 컴퓨터 부품인 하드디스크 드라이브의 디스크 기판 위에 수십 나노미터 두께로 여러 층의 얇은 막을 만드는 데 역시 나노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우리 생활에서 흔히 사용하는 세탁기, 칫솔, 치약, 화장지, 의류 등에도 나노기술이 접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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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박선주(parkseon@onkweather.com) 기자는 온케이웨더 기자입니다. 이 뉴스는 날씨 전문 뉴스매체 <온케이웨더(www.onkweather.com)>에도 동시 게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