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둡지 않다면 어찌 별을 볼까
고요하지 않다면 어찌 새소리를 들을까
적막하지 않다면 어찌 침잠의 열락을 알까
쓸쓸하지 않다면 어찌 만남의 반가움을 알까
외롭지 않다면 어찌 상대를 섬길까
비우지 않는다면 어찌 다시 채울 수 있을까
아침 일찍 서재를 나섰다. 헤이리의 아침은 텅 비어 있다.
간혹 들리는 장끼의 날개 치는 소리와 우람한 외침, 아침을 시작하는 까치들의 지저귐만이 헤이리를 가로지르고 있다.
오직 일 하는 자는 아폴론, 그가 끄는 태양마차가 막 동산을 넘어오고 있다.
남겨진 발자국이 굳어 박제가 되었다. 모든 습한 것들을 고형체로 만든 지난 밤기운의 흔적이다.
벤치 위의 흰서리에도 아직 태양마차의 기운이 닿지 않았다. 곧 녹아내릴 뾰족한 서릿발에 매운 맛은 빠져있다.
갈대광장 옆 소나무 아래에 사람들이 모였다.
마을청소. 지난겨울 내내 헤이리를 다녀간 누군가의 흔적을 지우는 작업이다.
단지 한 시간 수거만으로도 몇 포대가 되었다. 몇 포대를 덜어낸 헤이리. 사람들은 좀 더 가벼워진 헤이리를 대면할 수 있을 것이다.
마을 청소를 끝내고 느티나무에게로 갔다. 모든 잎을 털어내고 겨울을 보낸 고목이 더욱 육중해보였다.
500살 느티나무 가지아래의 헤이리 아침은 여전히 적막하다.
허리를 굽혀 발아래를 살폈다. 파란 잎이 돋았고 잎들이 흰 꽃을 보듬고 있다.
갯버들의 꽃봉오리에도 잔털이 가득하다.
텅 빈 헤이리가 봄기운으로 채워지고 있다.
세 숙녀가 태양마차를 향해 걸어갔다. 헤이리도 아침을 깬 것이다.
고요까지 깨어나기 위해서는 두어 시간 더 기다려야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