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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설모 청성모 부부가 나란히 앉아 봄을 즐기고 있다.
청설모청성모 부부가 나란히 앉아 봄을 즐기고 있다. ⓒ 김학섭

매서운 꽃샘 추위라도 찾아오는 봄을 밀어내지는 못한다. 대지는 풋풋한 봄내음으로 가득하다. 남쪽에서는 꽃소식도 들려온다, 춘하추동, 수레바퀴처럼 돌아가는 세월의 변화가 그저 신기하기만 하다. 

지난 4일 산을 오르며 산주인인 동물들은 무사할까 하고 잠시 생각해 본다. 놈들이 혹시 겨울에 굶어 죽지는 않았을까. 먹을 것은 있을까. 혹독한 겨울이 오면 나는 늘 산에 짐승들이 무엇을 먹을까 걱정한다.

중국발 먼지가 사라진 하늘은 맑고 깨끗하다. 산에 오르며 맑은 공기를 마음껏 마셔본다. 맑은 공기가 이토록 좋은 줄은 미처 몰랐다. 앞으로 답답하고 뿌연 하늘이 없었으면 좋겠다. 선포산에 오르니 봄바람이 상큼하다. 심 호흡을 해 본다.

청설모  봄이 즐거운 듯 다람쥐처럼 날고 있다.
청설모 봄이 즐거운 듯 다람쥐처럼 날고 있다. ⓒ 김학섭

청설모  식사를 정신 없이 즐기고 있다.
청설모 식사를 정신 없이 즐기고 있다. ⓒ 김학섭

산은 낙엽속에 숨은 풋풋한 봄내음을 마음껏 풍기고 있다. 봄 가뭄이 심한 탓인지 바람이 스치자 땅에 떨어진 매마른 나무잎이 와스스 소리를 낸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무심코 담배불을 버리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선포산도 작은 불이 몇 번 나 119가 끈 적이 있다. 

청설모 내외가 봄나들이 나섰다. 청설모가 이나무 저나무 옮겨 다니며 노는 모습이 정다워 보인다. 아마 저희들도 긴 겨울 보내기가  답답했으리라. 둘이서 마주 앉아 무엇인가 부지런히 먹고 있다. 작은 입술을 오물거리는 모습이 귀엽다.

무엇인가 한참 먹고 있더니 한 놈이 나무를 타고 아래로 내려 온다, 땅을 몇 번 뒤지더니 다시 올라간다. 뒤이어 다른 놈이 똑같이 내려왔다가 올라간다. 이번에는 둘이서 마주 앉아 다정하게 오물거리며 먹는다. 똑같은 일을 반복한다.

이들이 내려온 자리로 가봤다. 그곳에는 밤 도토리가 있다. 먹다버린 땅콩 껍지도 있다. 사람도 찾지 못한 것을 용케 찾아 낸 모양이다. 지난 가을에 겨울을 대비해  양식을 숨겨 놓은 듯하다. 낙엽속에서 숨겨 놓은 양식을 용케 찾은 것이 신기하다.

청설모  먹을 것을 가지러 땅으로 내려오고 있다.
청설모 먹을 것을 가지러 땅으로 내려오고 있다. ⓒ 김학섭

청설모  발짓으로 동료를 부르고 있는 듯하다.
청설모 발짓으로 동료를 부르고 있는 듯하다. ⓒ 김학섭

청설모 부부의 나들이를 보며 혹독힌 추위를 잘 넘기고 살아 준 것이 고맙다. 이들이 놀고 있는 모습을 한참  보고 있노라니 시름도 잊고 마음까지 맑아 진다. 앞으로도 변함없이 산을 잘 지켜주었으면 하고 바래본다. 흔하던 다람쥐는 왜 보이지 않는지 궁금하다.    

요즘 도시를 가까이 하고 사는  동물들은 사람을 무서워 하지 않는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희생되는 동물도 많이 있다. 비둘기를 잡아 먹는 사람도 보았다. 한때는 너구리도 있었는데 이제는 구경할 수 없다. 혹시 다 잡아먹힌 것은 아닐까.

한때는 정력제라며 까마귀도 잡아 먹는다는 소문이 있었다. 정력제라면 벌레들도 잡아먹는 세상이니 놀라울 것도 없다. 인간은 점점 먹을 것이 많아지는 데도 마음은 점점 더 고약해 지고 나빠지는 것 같다.     

청설모  청설모가 숨겨 놓은 밤을 찾았다.
청설모 청설모가 숨겨 놓은 밤을 찾았다. ⓒ 김학섭

멧돼지들이 주택가에 나타나 사람을 해친다며 죽인다. 따지고 보면 산 주인은 사람이 아니고 동물이다. 사람들은 가을이 되면 이들이 먹을 양식인 도토리나 밤 등의 산열매를 따는 것이 나쁜 짓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  

요즘은 예전과 달리 산새들도 많이 줄어든 것 같다. 산새들이 노래하지 않으니 산이 적막하기 이를 데 없다. 산은 온통 여기저기 길 뿐이다. 건강을 위한다며 사람들이 새 길을 만들어 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산주인인 동물을 위한 산을 만들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청설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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