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전남 여수 봉두마을 주민들이 지난달 시민대책위원회(아래 대책위)를 꾸린 가운데 6일 한국전력공사(아래 한전) 고위 직원이 봉두마을을 방문해 대책위와 대화를 나눴지만 별다른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날 오후 1시부터 약 3시간 동안 봉두마을을 둘러 본 최준식 한전 광주전남건설지사장을 비롯한 한전 직원들은 "주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고 공사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을 내놨다.
다만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154kV 송전선로와 관련해 한전 측은 선로방향 수정 검토를 거쳐 11일 다시 대책위와 만남을 갖기로 하고 이때까지는 공사를 강행하지 않기로 했다.
1970년대 고압 송전선로 3기(송전탑 20기)가 지어진 봉두마을은 지난해 6월 송전선로 1기(송전탑 5기)가 추가로 설치되고 있어 주민들이 대책위를 꾸려 농성을 벌이는 등 반대 운동에 나선 상황이다. 새 송전선로가 지어지면 기존 송전선로 중 마을 앞을 지나는 송전선로 1기는 철거될 예정이다.
대책위는 ▲ 1970년대 지어진 기존 송전선로 중 마을 뒤편을 지나는 2기 이전 ▲ 새로 짓는 송전선로 철거 혹은 방향전환 ▲ 이를 수용할 수 없다면 마을 집단이주를 한전에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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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중단 약속해 달라" vs "안정된 전력공급 위해..."
특히 이날 대책위와 한전 측은 현재 새로 건설중인 송전선로의 공사 진행 여부를 두고 가장 큰 갈등을 보였다. 봉두마을 할머니들은 최 지사장을 붙잡고 "공사 중단을 약속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결국 11일 재협의를 하기로 하고 그때까지 공사를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최 지사장을 비롯한 한전 직원들은 현장답사를 진행한 후 선로방향 변경 검토를 하겠다면서도 공사는 진행하겠다고 해 대책위로부터 반발을 샀다.
최 지사장은 "여수 쪽엔 석유 화학공단이 있어 전력을 많이 필요로 한다"며 "한전 나름대로 검토를 통해 송전선로 방향을 정했으니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해 개통을 할 수밖에 없음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이에 봉두마을 이장은 위성초 대책위원장은 "왜 우리 마을 주민들이 암으로 죽고, 지금도 암과 백혈병에 시달리는 등 고달픔 속에 살아야 하나"라며 "이럼에도 공사를 강행하겠다는 말을 하는데 절대 우리 주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전 "대책위 요구 수용 어려워"
이날 봉두마을을 찾은 한전 직원들은 대책위의 요구에 난색을 표했다. '기존 송전선로 중 마을 뒤편을 지나는 2기 이전'과 관련해서 배형석 한전 광주전남건설지사 송전건설팀장은 "기존에 있던 송전선로 중 마을 뒤편을 지나는 2기는 계속된 민원으로 2006년 높이를 올리는 등 조치가 취해져 지금 당장 산 위로 옮기긴 어렵다"며 "또 신설 선로가 아니기 때문에 건설지사 보단 운영사업소에서 해결해야 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새로 짓는 송전선로를 두고 최 지사장은 "2011년 여수국가산단에 대규모 정전이 일어났을 때 700억 원의 손해가 났다"며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선 시급히 새로 짓는 송전선로 공사가 진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집단이주 역시 한전 측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장흥 위씨, 광산 김씨 집성촌인 봉두마을은 1970년대 지어진 송전선로와 지난해 공사를 시작한 송전선로로 인해 한전과 갈등을 겪고 있다. 봉두마을 주민들은 "1970년대부터 있던 송전탑으로 인해 마을 주민 40명이 각종 암으로 돌아가셨고, 현재도 암·백혈병 등으로 7명이 투병 중"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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