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억 돌라 묵었는데 너무 슬픈 일 아닌가? 시민들이 나서 다시는 이런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열린교회 정한수 목사의 말이다. 6.4지방선거를 앞두고 시민단체가 '좋은후보 발굴'에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좋은후보 시민추진위원회 출범7일 저녁 여수시 학동 청소년수련관에서 시민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좋은후보 시민추진위원회(이하 시민추진위)'가 공식 출범했다.
대중음악가 박종일 DJ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서 "아무것도 안하고 손만 놓고 있는 것보다 시민들이 직접나서 좋은 후보를 만들자, 세계박람회 개최도시답게 손상된 시민들의 자존심을 살리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추진위'가 발족된 배경에는 뇌물비리로 11명의 시. 도의원이 옷을 벗고, 연이어 80억 횡령사건이 터졌으나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것이 직접적인 시발점이 됐다.
이들은 지난해 10월부터 6·4지방선거와 시민정치세력화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2월에는 여수시민협이 주최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후 명칭이 결정되었다. 이어 시민추진위 33인 모임을 통해 100여 명의 추진위가 결성됐다. 이들은 엄격한 검증과정을 거쳐 6·4선거에 시장후보와 함께 기초의원 후보를 낼 예정이다.
이 단체는 출범식에서 "여수의 정치인들이 나이가 많아 역동성과 새로운 사고와 희망을 만들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이날 2010년 지방선거 당시 기초의원과 기초단체장 평균나이를 공개해 관심을 끌었다. 여수, 순천, 광양, 고흥, 목포, 익산, 진주를 비교한 기초의원 평균나이는 여수가 56.09세로 가장 많았다. 시장 역시 1940년생으로 가장 올드보이에 속한다.
주철희 박사는 "오늘 어느 신문기자가 전화가 와서 특정정당에서 100여 명이 어떻게 시민대표라고 할 수 있냐고 물었다"면서 "그러면 1만 명 이상 당원이 있는데 그 정당은 지난번 선거에서 왜 무소속후보에게 졌는지 물어보라고 정중히 전화를 끊었다"라고 밝혔다.
'좋은 시민후보'... 31일 최종 발표
시민추진위 관계자는 "좋은 시민후보를 발굴해 당선시켜 시민정치세력화 해야한다"고 말했다. 19세이상 여수시민이면 소정의 동의서와 회비를 납부하면 회원이 될 수 있다. 또 누구나 좋은 후보 시민추진위원회원으로 가입해 경선에 임할 수 있다.
이날 출범식에서 임원 선출과 추진위 규정이 승인됐다. 선출된 공동위원장에는 주철희 박사, 이복의 한국보이스카웃단장, 김순정 전 여수시민협상임대표, 정한수 목사, 정회선 환경련공동의장이다. 집행위원장에는 이상훈 여수YMCA총장이 당선됐다.
이상훈 집행위원장은 "능력이 부족한 제가 중책을 맡아 어깨가 무겁다"면서 "시민중심으로 지역을 바꾸고 희망을 만드는데 일조하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복의 집행위원은 <목민심서> 체대편을 인용해 당부의 말을 전했다.
"벼슬이란 언젠가 교체된다. 벼슬이 다른 곳으로 이동되더라도 놀라지 마라, 벼슬을 잃어버리더라도 연연하지 말라, 그러면 백성들이 우러러 볼 것이다. 이런 사람들을 우리 모임에서 꼭 뽑았으면 좋겠다, 지금까지 정치인들이 투표만 끝나면 잊어버린다. 우리가 좋은 후보를 뽑아 놨는데 또 그런다면 여수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한편 시민추진위는 16일 '좋은 후보란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할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한다. 이어 20일까지 '후보발굴위원회를 통해 여수시장 후보, 전남도의원 후보, 여수시의원 후보를 발굴하게 된다. 27일까지 자격검증을 거쳐 31일 최종 시민추진위 전체 회원의 투표로 '좋은 시민후보'를 선출할 계획이다. 여수에 과연 정치의 새바람이 불까? 전국 최초로 단체장과 기초의원을 배출할 수 있을까? 이들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여수넷통> <전라도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