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순댓국을 좋아하는 나는 간혹 시간이 될 때면 마포 아현동시장에 있는 '은성순댓국'을 찾을 때가 있다. 별다른 기교 없이 돼지의 뼈와 내장을 끓인 국물에 밥을 말아 김치와 함께 먹는 담백한 맛이 좋아서 은근 단골이 돼 다니는 집이다.

사실 이 집은 지난 16년 동안 새벽에 일어나 밤늦게까지 별 다른 기교 없이 순댓국 장사를 해온 부부가 운영하는 식당이다. 아현동 좁은 시장골목 끝에 겨울이면 하얗게 쌓인 눈으로 천막이 주저앉아 문이 삐걱거리고, 한여름 장마에는 지붕에서 비가 새는 자그마한 한옥에 들어앉은 식당이다.

 <시베리아 횡단열차 그리고 바이칼 아무르 철도>
<시베리아 횡단열차 그리고 바이칼 아무르 철도> ⓒ 이지출판

대한민국의 모든 어머니들처럼 먹고 싶은 것 맘껏 먹지 않고, 비싼 화장품과 좋은 옷 한 번 제대로 써보지도 입어 보지도 못하고 돼지 냄새 나는 돈을 낡은 앞치마에 한푼 한푼 모으는 아내 심재숙 여사와 함께 순댓국장사를 하는 남편 이한신 작가의 집이기도 하다.

그런데 사실 이 집을 자주 찾는 이유 중에 또 다른 하나는 음식을 맛 보는 것보다 더 즐거운 마음으로 남다른 기인들을 종종 만날 수 있는 기쁨이 있기도 한 곳이기 때문이다. 간혹 TV나 신문에서만 만날 수 있는 여행작가들을 운 좋게 자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가게 앞에 세워져 있는 70만 킬로미터를 넘게 탄 이한신의 소형차와 식당 내부에 걸린 수 많은 러시아 관련 사진과 그림에서 놀라고, 작가가 집필한 책과 인터뷰 기사가 실린 신문을 발견하고서는 다들 주인장 부부를 다시 보게 된다. 여기에 감칠맛 나는 순댓국을 먹으면서 주인장과 간혹 나누는 대화 역시 남다른 묘미가 있어 좋다.

좀 더 폼 나고 운치 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나 카페를 운영해도 좋을 것 같은 패션디자이너 출신의 이한신 사장은 순댓국 장사를 하는 부인을 만나 스스럼 없이 순댓국을 파는 장사꾼에 여행작가로 멋지고 편안하게 살아가고 있다.

16년 동안 순댓국 장사를 하고 있는 아내 심재숙 여사를 남겨 두고, 예전에는 이한신 작가 혼자만 여행을 다니다가, 재미있게도 지난 2011년부터는 부부가 함께 1년에 한 두 달은 가게 문을 닫고 주로 중앙아시아·러시아·파미르고원·실크로드 탐방을 다니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이한신 작가는 20년 넘게 그 지역만을 다닌 전문여행가로도 알려져 있다.

이한신은 지난 10여 년 동안 <중앙 아시아 마지막 남은 옴파로스> <숨겨진 보물 카프카스를 찾아서> <발트 3국 그리고 벨라루스에 물들다> 등을 출간했고, 최근에는 부인과 함께 <시베리아 횡단열차 그리고 바이칼 아무르 철도>를 출간해 장안에 화제가 되고 있는 인물이다.

여기에 지금 집필을 거의 마무리하고 있는 <파미르 하이웨이>(pamir highway) <벨라루스, 우크라이나, 몰도바>(Belarus, Ukraine, moldova) 역시 올해 안에 출간 될 예정에 있다. 솔직하게 말해서 그의 책은 전문 여행작가들이 쓰는 책에 비해 문장력도 부족하고 읽는 재미도 별로인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20년이 넘는 내공의 힘이 있어서 인지, 국내에서는 독보적인 중앙아시아와 러시아지역 전문가가 쓴 책이라는 타이틀에 맞게 필요한 내용에 빠짐이 없고 구체적이다. 또한 실재적인 사진과 알찬 자료가 많아, 이 지역을 여행하고자 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바이블처럼 읽히고 있는 여행서다.       

그래서 언젠가는 나도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는 영화 <설국열차>의 주인공처럼 자작나무 사이를 2만2791킬로미털르 달려 옴스크를 지나 카잔·니즈시 노브고로트·모스크바에 가고 싶은 꿈을 꾸게 된다. 물론 이 여정에서 빠질 수 없는 바이칼 호수 주변에 텐트를 치고 며칠 동안 별과 달만 바라보고 쉬고 싶은 꿈도 이루고 싶다. 

그 이유 때문인지 나도 그의 책을 사게 되고, 나중에 여행을 갈 때 그의 책을 끼고서 다니고 싶다. 그래서 나를 포함한 여러 사람들이 이한신 작가를 좋아하고 그의 순댓국집을 자주 찾게 되는 것 같다.

지난 2월 말에 출간된 <시베리아 횡단열차 그리고 바이칼 아무르 철도>(이지출판)는 순댓국 장사를 하는 이한신, 심재숙 부부가 제1시베리아 횡단열차와 제2시베리아 횡단열차인 바이칼 아무르 철도길을 따라 2만2791킬로미터를 여행한 멋진 기행문이다.

이들 부부는 흔히들 상상만 하거나 꿈만 꾸는 일을 몸으로 매년 실천하고 있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로망 그 자체다. 2012년 5월 이한신 작가가 'EBS 세계테마기행' <파미르를 걷다, 타지키스탄>편에 출연했을 때는 나는 몇 번이고 이 방송을 보면서 울고, 웃으면서 행복하고 즐거운 나날을 보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이한신 작가가 아내와 함께 지난 2012년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가는 여행길에서 여러 민족을 만나고 수많은 여행자들과 우정을 나누며, 혹독한 환경을 견뎌낸 아름다운 시베리아의 자연을 만나게 된다. 그는 책에서 이렇게 말했다.

"시베리아 횡단열차 길은 우리 부부가 살아온 인생의 길과 서로 비교하면서 영화로만 보고 말로만 듣던 시베리아 횡단열차 여행을 독자들과 함께 떠난다. 헤르만 헤세의 말처럼 여행을 떠날 각오가 되어 있는 자만이 자기를 묶고 있는 속박에서 벗어난다"을 말을 전하고 있다. 그래서 나도 조만간 한번 도전해고 싶다는 꿈을 더 강하게 꾸게 한다.

미국 유타대학 지리학과 이정면 교수의 말처럼 "이 책이 주는 큰 의미는 이들 부부가 러시아를 포함한 옛 소련 열 다섯 공화국의 역사나 문학을 전공한 학자도 아니고 말 그대로 시장에서 순댓국 장사를 하는 사람이 쓴 책이니 글과 사진에서 아마추어 냄새가 나지만 긴 노정에서 이들의 땀이 흠뻑 배어 있다는 사실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흔히 여행사를 통한 편안한 여행이 아니라 본인이 계획하고 온몸으로 부딪쳐서 얻은 것들을 글로 써서 독자들에게 전하고 있어 어느 여행기보다 리얼리티가 살아 있는 것이 장점"이다. 여기에 그는 지난 3권의 책과 마찬가지로 책 판매 수익금의 일부를 러시아 지역에 살고 있는 고려인 돕기 운동의 일환으로 소중한 우리 한글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지원하고 있다는 사실이 더 놀랍다.

늘 시간이 나면 여행을 다니고 놀고 즐기면서 살 것 같은 이들 부부는 평소에는 아현동에서 순댓국을 팔고 있다. 매일 새벽에 일어나 그날 그날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내놓을 순댓국을 옛날 방식 그대로 끓여 내고 있다.

좀 더 편한 방법이 있을 것도 같은데 그 뚝심 또한 대단하다. 조금 늦더라도 돌아가거나 피하지 않겠다는 그들 부부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책의 내용을 읽다 보면 순수하고 강직한 이들의 모습을 곳곳에서 발견하게 된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나도 이들 부부와 함께 누구나 쉽게 떠날 수 없는 힘든 여행을 함께 하고 돌아온 것 같다. 서로 격려해 가며 장장 60일간 유라시아 대륙의 극동 끝에서 유라시아의 또 다른 끝 칼리닌그라드까지 그리고 툰드라를 지나 다시 콤소몰스크 나 아무르에서 대장정을 마무리한 그들 부부의 여정을 따라 오랜 역사와 문화, 그리고 신비 속으로 빠져 보길 다른 수많은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시베리아 횡단열차 그리고 바이칼 아무르 철도>의 저자 이한신 선생은 구 러시아 지역 전문여행가이며, 지역 전문가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중앙아시아 포럼회장, 한-우즈 커뮤니티 회장, 중앙아시아 원정대장, 파미르고원 원정대장, 실크로드 탐사대장을 맡기도 했고, 맡고 있기도 하다.


#<시베리아 횡단열차 그리고 바이칼 아무르 #이한신#은성순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榴林 김수종입니다. 사람 이야기를 주로 쓰고 있으며, 간혹 독후감(서평), 여행기도 쓰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