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지난 2월 28일 수신료(시청료)를 2500원에서 4000원으로 올리자는 인상안을 통과시켰다. 국회의 통과 절차가 남아 있지만, 국민은 대부분 인상안에 부정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수신료를 인상하는 조건으로 KBS(한국방송)에서는 공영방송을 위해 광고수익을 줄여나가겠다고 한다. 광고수익이 있는데 수익을 줄이면서 수신료를 인상한다? 보통 사람의 생각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수익구조를 다변화한다면 모를까? 일부에서는 종편에 광고수익이 더 분배될 수 있도록 배려하려 한다는 의혹도 받는다.
다른 공기업들은 수익구조를 개선한다며 민영화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MBC나 SBS가 광고한다고 아주 철저한 상업방송 기능만 하지는 않는다. 민영방송사에서 만든 시사프로나 다큐멘터리 영상들이 더 감동적일 때도 있다. KBS에서는 수신료를 폐지하고 그냥 광고를 하면 안 되는 걸까?
스팸방송에도 수신료를 내야 할까?텔레비전을 보려면 수신료를 내야 한다. 그러면 수신료는 사용료일까? 엄밀히 말하면 사용료는 아니다. 텔레비전은 개인 소유물이고, KBS 방송전파를 사용하겠다고 계약을 하지도 않았으니 말이다.
수신료는 텔레비전 수상기를 보유하면 내야 하는 요금이다. 텔레비전을 사면서 KBS 방송 수신을 받겠다고 약정한 것도 아닌데…. 텔레비전을 보유하면 KBS를 보든 안 보든 수신료를 내야 한다. 별도의 계약도 없고, 방송국을 선택할 권리도 없다. 무작위로 스팸방송을 하고서 수신료를 내라고 한다.
수신료를 내지 않으려면 개인이 수신 거부를 해야 한다. 그런데 수신 거부 방법이 없다. 요즘 스팸문자도 수신 거부할 수 있는데…. 수신료가 내기 싫다면 텔레비전을 소유를 포기하고, 텔레비전이 없음을 입증해야 한다. 수신료 납부거부도 안 된다. 전기요금과 같이 나오다 보니 수신료 내기 싫다고 버티다가는 전기가 끊겨서 촛불 켜고 살아야 한다.
텔레비전을 공청선 없이 볼 수 있을까?수신료에는 광고주로부터 자유로운 공영방송을 하라는 부담과 더불어 난시청을 해소하고 교육방송에 지원하는 금액도 포함되어 있다.
공영방송은 논란이 있으니 접어두고라도 난시청 해소 부분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현재의 텔레비전은 유선(공청선 또는 케이블)을 연결하지 않으면 볼 수 없다. 안테나를 세우면 되지 않느냐고? 마찬가지다. 위성안테나를 달면 공청선과 마찬가지로 별도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결국 텔레비전은 유선방송사나 위성방송사를 통해야 볼 수밖에 없고, 텔레비전을 보기 위해서는 별도의 유선 사용료나 위성안테나 사용료를 부담해야 한다. 그럼 수신료는 왜 받을까? 텔레비전만 있다고 볼 수도 없는데….
수신료에는 EBS(교육방송) 지원금도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수신료를 낸다고 EBS를 볼 수가 없다. 보통 유선방송사에서는 EBS는 돈이 되는 채널이다. 대부분 가정에는 학생들이 있어서 EBS를 시청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우리 동네 만 그런지 몰라도 공청선 기본 사용료만으로는 EBS 채널을 선택할 수 없다. 유선방송사에 추가 부담을 해야만 EBS를 볼 수 있다.
결론은 KBS에 수신료를 낸다고 텔레비전을 볼 수 없고, 유선방송료까지 추가로 부담해도 EBS를 보려면 옵션을 선택해야 한다. 수신료를 왜 KBS에 내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 용역을 성실히 제공하지도 않는데…. 수신료를 내야하는 곳은 텔레비전을 볼 수 있도록 용역을 제공해주는 유선케이블회사나 위성안테나 관리회사가 아닐까?
수신거부 방법이 텔레비전을 치우는 거라니TV 예능프로 중 <인간의 조건>이라는 프로가 있다. 프로를 소개하는 글에는 "현대인의 필수 조건을 하나씩 가감해봄으로써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한 조건에 대해 고민해 보자고 한다"고 말한다. 인간이 살아가면서 당연히 누리고 살았던 것을 5일 동안 안 하고 살아보는 것이다.
예를 들면 '쓰레기 없이 살기', '물 없이 살기', '자동차 없이 살기' 등등. 그중 '전기 없이 살기' 편에서는 전기를 쓰지 않으면 우리가 무심코 써왔던 전자제품을 쓸 수 없게 되었다. 핸드폰을 쓸 수 없어 답답해하고, 불을 켤 수도 없었다. 당연히 TV를 볼 수도 없다. 그냥 예능프로지만 웃어넘길 수만은 없었다.
현대사회에서 텔레비전 없이 살아갈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충분히 가능하다. 단지 답답할 뿐이다.
우리 집에는 텔레비전이 없다. 텔레비전을 없애려고 결심을 한 계기는 매일 집에 들어오면 제일 먼저 찾는 것이 리모콘이었다. 너무나 익숙해져버린 습관에 무의식 중에 켜게 되는 텔레비전은 잠들기 전까지 켜져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뉴스에서 보지 않았으면 하는 화면도 있었다. 안 보려고 노력해도 우연히 보게 될 때는 너무나 짜증이 났다. '안 보면 되지.' 그래서 텔레비전을 치웠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전화를 해서 공청선(유선)을 제거했다. 한전에도 전화를 했다. 텔레비전이 없으니 수신료를 고지하지 말라고 부탁을 했다. 마음이 허전했다.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우려도 했지만 1년을 넘게 버텼다.
텔레비전이 없으면 가장 힘든 게 무얼까?텔레비전을 치우면 가장 먼저 생기는 변화는 집에 들어오면 할 일이 없다. 뭘 해도 심심하다. 저녁 시간을 보내기가 힘들다. 그동안 가정에서 텔레비전 문화는 가족이 대화가 없어도 함께 있을 수 있는 마법을 부렸다. 그런데 텔레비전이 없으면 그 많은 시간을 어떻게….
처음에는 적응하기가 힘이 들었다. 그래서 찾은 게 책읽기다. 그림이 많이 나오는 사진 관련 책들을 보고, 역사관련 서적들을 탐독하면서 읽어간 책들은 마음의 양식과 지식으로 남았다. 지금은 책 읽는 것이 더 즐겁다.
또 하나 힘든 것은 사회성이 떨어진다. 뉴스는 인터넷으로 보면 된다. 어쩌면 텔레비전 뉴스보다 더 빨리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인터넷언론사의 시사분석 기사는 텔레비전에서 접할 수 없는 다양하고 깊이가 있는 고급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런데 재미있다는 드라마를 볼 수가 없다. 친구들이나 동료들이 드라마 이야기 할 때는 끼어들 수가 없다. 그 재미있다는 막장드라마도 볼 수가 없다. 막장드라마 보지 않아서 정신건강에 좋다고 생각해야지 하면서도 보고 싶다. 스포츠경기도 보고 싶고 개그 프로도 보고 싶다.
오랫동안 친구처럼 살아온 텔레비전. 텔레비전이 없으면 많이 힘들고 답답하다. 그러나 텔레비전이 없어서 좋은 것도 있다. 집에 들어오면 가족과 대화를 할 수 있고, 책을 읽을 수 있고, 가끔 영화관을 찾을 수도 있다. 가장 좋은 건 많은 시간을 나를 위해 쓸 수 있어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