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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필사적으로 가방을 끌어안았다. 버스의 급정거로 인해 일부 승객들이 바닥에 뒹굴고, 본인 또한 무게중심을 잃고 휘청했지만, 그 순간에도 머릿속은 한 가지 생각뿐이다. 놓치면 끝장이다. 곳곳에서 신음소리가 들리고, 창문 열고 앞에서 급정거한 택시에다 대고 육두문자를 날리는 승객들도 있었지만, 그는 침착했다. 식은땀을 닦으며 가방의 지퍼를 조심스레 열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도시락은 안전했다...

나의 하루 식량 아침에 사과 한알, 점심 도시락, 오후 간식겸 저녁으로 과일과 삶은 계란, 그리고 퇴근후 견과류. 그리고 바로 수면!
나의 하루 식량아침에 사과 한알, 점심 도시락, 오후 간식겸 저녁으로 과일과 삶은 계란, 그리고 퇴근후 견과류. 그리고 바로 수면! ⓒ 이정혁

그가 바로 나다. 매일 아침 도시락을 싸는 남자. 그에게 도시락은 그저 한 끼 때우는 식사가 아니다. 쌀과 현미의 비율부터 시작해서, 반찬의 적정량까지 계산한, 거의 유일한 하루 에너지원인 것이다. 더구나, 오늘 아침처럼 된장국을 싸기라도 하는 날이면, 그의 신경은 극도로 예민해진다. 언제 샐지 모른다. '즐겁고 또 즐거운' 반찬통은 국물이 샐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깨질수 있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씻고 출근하기도 바쁜 아침나절에 유유히 도시락을 싸는 나는 누구인가? 전편에서 예고했던 바대로 E.T를 벗어나 꽃중년이 되기를 갈망하는 평범한 소시민이다. 그가 도시락을 싸는 목적은 점심값을 아껴 적금을 붓는다거나, 직장 내 왕따로 같이 밥먹을 친구가 없다거나 하는 차원이 아니다. 또한, 완두콩 하트가 알알이 박힌 도시락을 아내에게서 받는 기쁨을 기대하지도 않는다. 그는 직접 밥을 하고, 찬을 챙긴다. 그의 삶의 화두는 오로지 '늘어진 뱃살'이다.

내가 도시락을 싸는 이유

오늘의 주제는 '식생활의 변화'다. 복부가 팽창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맵고 짠 음식이나, 단 음식을 피하라는 둥의 미사여구는 지금으로써는 사치스럽다. 가장 기본적으로 식사량을 줄여야 한다.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은 고울지 몰라도 관뚜껑 닫기는 어려울 수 있다.

오늘 이야기할 내용의 이론적 배경은 <1일1식>이라는 책이다. 긴장할 필요는 없다. '1일1식'을 강요하지는 않을테니까. 미친 척 하고 며칠 따라 해봤다가 괜히 성격만 버릴 뻔했다. 그럼에도, 1일 1식을 통해 깨달은 바가 있다면, 적게 먹어도 우리는 충분히 살 수 있다. 아니, 오히려 적게 먹어야 건강하게 오래 산다는 점이다.

책 내용의 일부를 살펴보자. 과식은 만병의 근원이다. '암, 심장병, 뇌졸증, 당뇨병 등의 4대 질환 모두 식생활-과식으로 인한 비만과 편식-이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병에 걸리더라도 체내의 생명력 유전자(시트루인 유전자)가 병을 치유하고 예방하기 위해서 곧장 활동하기 시작한다. 반면, 지나치게 많이 먹었을때 활동하는 생명력 유전자는 거의 없다...'고 한다.

책의 내용을 염두에 두고, 기존 자신의 식습관을 한번 살펴보자. 나의 경우, 빠르게 먹는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 두 가지는 바로 국밥과 김밥이다. 이 둘의 공통점은 둘 다 반찬을 집어 먹을 필요가 크게 없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빨리 먹을 수 있다. 빨리 먹는 식습관은 일단 위장장애를 일으키고, 포만감을 빠르게 느껴 인슐린 분비를 촉진 시킨다. 인슐린은 영양분을 우리 몸에 지방으로 저장시키는 장본인이다. 또한 빨리 먹는 만큼 많이 먹게 된다.

단골집 짬뽕 즐겨찾는 중국집의 짬뽕 1인분. 웬만한 사람들은 혼자서 한 그릇을 다 못 먹지만 나는 국물까지 거뜬하게 먹는 것은 물론, 해물도 빼앗기지 않는다...
단골집 짬뽕즐겨찾는 중국집의 짬뽕 1인분. 웬만한 사람들은 혼자서 한 그릇을 다 못 먹지만 나는 국물까지 거뜬하게 먹는 것은 물론, 해물도 빼앗기지 않는다... ⓒ 이정혁

그리고 음식에 대한 욕심, 즉 식탐이 많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인간 중에 하나가 중국집에서 본인은 짜장면 시키고, 내 짬뽕에 들어있는 해물을 건져먹는 부류들이다. 드러내 놓고 말은 못하지만, 표정을 감출 순 없다. 그런 날은 어떤 핑계를 둘러대서라도 계산을 미룬다. 내 음식을 뺏기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는, 없이 산 흔적들이다.

이러한 과식 및 음식에 대한 집착은 위를 늘어나게 만들고, 복부 및 내장지방 형성에 일등공신이다. 위와 같은 두 가지 악습관을 고치지 못한다면, 복부의 한없는 팽창은 막을 수 없다, 라는 결론을 가지고 식습관 개선 프로젝트를 시작해 본다.

깨어있으면 배고프니까... 일찍 자자

그러면 요즘 나의 식생활은 어떻게 바뀌었는가? 아침에 일어나면 공복에 일단 물 한잔을 마신다. 그리고는 쌀을 씻어 전기밥솥에 밥을 올리는데, 이때 백미와 현미의 비율을 1:1 정도로 맞춘다. 대충 씹어 삼키는 습관을 없애는 데 현미만한 게 없다. 어지간히 씹어서는 목 넘김이 불가하다. 그리고는 밥이 되는 동안 아침 대용으로 사과 한 알을 먹는다.

냉장고 야채실 가득 세척 사과 아침을 거르는 직장인들에게 껍질째 먹는 사과 한알은 큰 영양원이 되어준다.
냉장고 야채실 가득 세척 사과아침을 거르는 직장인들에게 껍질째 먹는 사과 한알은 큰 영양원이 되어준다. ⓒ 이정혁

냉장고 야채실을 가득 채우고 있는 세척 사과는 씻어서 개개 포장되어 바로 먹을 수 있다,고 적혀 있다. 믿고 먹는 신토불이 우리 농산물, 을 다 믿을 수는 없기에 나는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 껍질째 먹는다. 여기서 핵심은 껍질째 먹어야 영양분도 많고, 꼭꼭 씹어 먹을 수 있다는 점이다.(새벽에 일어나 글을 쓰는 날은 예외적으로 아침 밥을 소량 먹는다, 미치지 않기 위해)

출근 준비를 마칠 때쯤 밥이 다 되었다는 신호가 오면 도시락을 준비한다. 우선 밥을 딱 한 주걱만 퍼담는다. 평소 식사량의 절반 가량이다. 한 주걱 더 퍼올리고 싶은 충동이 매번 생기지만 꾹 참아야 한다. 기본 식사량을 줄이는 게 가장 큰 목표니까. 그리고는 냉장고 안에 있는 밑반찬(주로 본가와 처가에서 공수해 온) 중에, 아니면 손수 반찬을 만들어 역시 작은 용기에 담는다. 몇 번 싸다 보면 밥량에 맞는 반찬량을 알게 된다. 밥과 비교했을 때 반찬의 양은 적을수록 좋다. 맨밥을 많이 씹어 단맛을 느껴 본 사람은 이해가 될 것이다.

그렇게 도시락을 준비하고 나면, 오후의 간식을 준비한다. 저녁을 가능한 먹지 않으려면 오후 4-5시쯤 허기를 달래줄 무언가가 필요하다. 이때 주로 먹는 것은 방울 토마토 같은 과일이나 삶은 달걀이다. 바나나 한 개도 훌륭하게 허기를 달래준다. 그 시간대에 피치 못할 사정으로 아무것도 못 먹으면 거의 백프로 저녁을 먹게 된다. 배고파서 잠이 안 오는 숱한 밤들, 그대, 느껴보지 못했던가? (이상의 과정들은 본인이 직접 준비하라, 뱃살 빼는 게 무슨 벼슬도 아니고, 아내를 더 이상 귀찮게 하지 말지어다)

그리고 퇴근 후, 일일 권장량만큼 단위 포장해 놓은 견과류 한 봉지를 먹고, 잽싸게 잇솔질을 한다. 밖에서는 나름 긴장도 하고, 연신 무언가를 먹기도 어려운 환경이므로 조절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일단 집에 와서 퍼지고 나면, 무의식적으로 냉장고를 뒤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므로, 하나의 의식으로 생각하고 잇솔질부터 시행한다. 지금부터 아무것도 먹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충전하며. 그리고 나면 최대한 빨리 잔다.

이것이 지난 1주간의 나의 식생활 개선 프로젝트였다. 겨우 1주일, 먹는 양만 살짝 줄인 거 가지고 이 무슨 호들갑이냐라고 불만을 토로하는 분도 계실 거다. 부정하지 않겠다. 다만, 적게 먹는 습관이야말로 어떤 다이어트나 운동이나, 건강을 위한 과정의 첫걸음이라는 사실 하나는 강조하고 싶다.

몇 가지 조언으로 글을 마무리 한다. 첫째, 1주간의 식습관 조절로 몸무게나 뱃살이 눈에 띄게 줄어들지는 않는다. 대신 몸이 가벼워지고, 머리가 맑아지는 건 분명 느낄 수 있다. 둘째, 미치도록 먹고 싶은 것이 있다면 먹어도 좋다. 단, 적게 먹어야 하고, 맛을 본 것으로 만족을 느끼자. 그리고 이것을 어떻게든 습관화하자. 누군가의 말처럼, 어지간한 건 배불리 먹어본 것들이고, 웬만한 건 맛본 음식들이다. 욕심을 버리자.

셋째, 아파트 입구에 종종 팔곤 하는 순대철판볶음처럼, 치명적인 향기의 유혹에 넘어갔다 하더라도,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말자. 우리는 꽃중년 화보 찍으려고 이 일을 시작한 게 아니다. 한번쯤의 충동에 의한 과식은 그간 쭉 참아온 나에 대한 보상쯤으로 여기고, 다음 날, 새롭게 시작하자.(3편, 운동?과연 내가?에서 계속)


#식습관 개선#식탐#세척사과#1일1식#뱃살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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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위주로 어줍지 않은 솜씨지만 몇자 적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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