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3.8세계여성의 날 기념 제21회 대구여성대회에서 여기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고발당한 이진한 대구서부지검장에 대해 성평등 걸림돌상을 수여한 대구여성단체가 상을 전달하려 했으나 무산됐다.
대구여성회와 대구여성의전화 등으로 구성된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은 12일 오전 대구서부지검 앞에서 이진한 지검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성평등 걸림돌상을 전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모범이 되어야 할 공직자가 성추행을 서슴없이 행했을 뿐 아니라 아무런 자책도 느끼지 않는 이진한 검사를 대구여성대회 성평등 걸림돌상 대상자로 선정했다"며 "한국여성단체연합에서도 제30차 여성대회에 성평등 걸림돌로 선정되었다'고 밝혔다.
이어 "사건의 전면 재조사와 재발방지대책 수립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지속적으로 전개해 왔다"며 "하지만 이러한 여론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전면재조사를 통한 가해자 엄중처벌은 커녕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성추행 표현이 적절한지 모르겠다'는 부적절한 발언을 하는 등 변명과 회피, 피해자 비난의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또 이진한 지검장의 대구 발령은 대구의 수치라며 스스로 사퇴할 것을 촉구하고 검찰도 더 이상 사건에 대해 책임회피를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경고'라는 경미한 처분을 내린 것은 부당하고 검찰에 대한 신뢰를 저버리게 만든다는 것이다.
신박진영 대구여성인권센터 대표는 "폭력의 가해자가 어마어마한 조직의 수장으로 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대구가 무슨 쓰레기장이냐? 죄를 인정하고 당장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송경인 대구여성의전화 사무국장은 "검찰은 성폭력 피해여성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기관"이라며 "하지만 이런 기관의 수장으로 성추행사건의 주인공이 오다니 당사자를 지원해야 하는 활동가로서 막막함을 넘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천기창 대구경북민권연대 대표도 "얼마전 한 남자가 초등학생의 손등에 키스했다가 벌금 1500만 원을 물었다"며 "이진한 검사는 여기자 3명을 성추행하고도 아무렇지 않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끝내고 이진한 서부지검장에게 성평등걸림돌상을 전달하려 했으나 검찰 직원들이 입구에서부터 이들을 막아섰다. 한 여성단체 회원이 수령을 거부하는 것이냐고 묻자 검찰 직원은 "본인이 수령을 거부한다"며 "전달하려면 우편으로 보내라"고 대답하기도 했다.
결국 시민단체 회원들은 서부지검 민원실에서 상을 전달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민원을 접수하는 형식으로 전달식을 끝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