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에서 검찰측 제출 증거 조작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은 12일 간첩사건 피고인 유우성씨를 참고인 자격으로 불렀지만, 정작 국정원이나 검찰이 문서위조를 이미 알았던 정황 등에 대한 조사는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유씨와 유씨 변호인단에 따르면, 이날 오후 검찰에 출석한 유씨에게 수사팀은 주로 변호인이 재판부에 제출한 유씨 출입경기록과 '정황설명' 등 중국 정부가 진본문서가 맞다고 답변한 문서들을 어떻게 입수했는지, 이 문서의 신빙성 등에 대해 물었다.
그러나 지난해 1월 유씨가 체포된 직후 국정원이 진본 출입경기록을 제시한 정황 등 국정원과 수사검사가 문서위조를 이미 알았을 정황 등에 대해선 전혀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변호인단은 밝혔다. 수사팀이 국정원과 검찰이 위조문서를 증거로 제출된 부분이 아니라 유씨 변호인이 제출한 출입경기록 등이 진본이 맞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는 것이다.
조사에 동행한 김용민 변호사는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는지, 맞는 방향으로 이뤄지는지 의구심이 든다"며 "우리가 제출한 문서가 제대로 발급됐는지를 물어보기 위해 불렀다는 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양승봉 변호사도 "우리가 제출한 출입경기록은 중국 현지에서 유씨 가족들이 직접 해당 관청에 가서 발급받은 것이라 뭐라고 따로 설명을 할 것도 없다"라고 했다.
수사팀은 이날 유씨에게 일문일답을 하며 진술조서를 작성하자고 했지만 유씨는 이를 거부했다. 변호인들은 "현재 항소심 재판이 진행중인데, 진술조서를 작성하게 되면 재판에 어떤 식으로 왜곡돼 악용될지 알 수가 없어 이를 거부하고, 묻는 말에 답하고 나왔다"라고 설명했다.
유씨와 변호인들은 지난 1월 성명불상의 증거위조범을 경찰에 고발한 사건과 지난해 3월 국정원이 유씨 동생 유가려씨를 합동신문센터에 구금하고 변호사 접견을 불허한 데 대한 고발사건을 이번 사건에 병합해 수사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검찰은 병합이유가 없어보인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변호인들은 전했다.
유씨는 "검사님을 만나면 1년 넘게 억울하게 살았던 부분을 조금이라도 위로받을 수 있을 줄 알았다"라며 크게 아쉬워했다. 그동안 동생 유가려씨에 대한 강압수사, 자신의 알리바이를 뒷밭침하는 증거 은닉 등에 대해 호소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검찰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검찰관계자는 "수사를 신속하게 종결하기 위해 유씨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라며 "사건을 신속하게 종결해달라고 하면서 이런 태도를 보이는 것은 모순"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