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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같은 노인들이 연금이 있어 뭐가 있어. 떼돈을 버는 것도 아니고 지금 월세도 몇 년째 그대로 받고 있는데. 임대소득 많이 버는 부자들한테 세금을 걷어야지. 왜 우리한테 이러는 겨?"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대흥동. 이 지역에서 원룸 임대업을 하는 이흥진(가명, 72)씨는 "임대료 규모가 다른데 왜 생계형 업자들도 같은 세율을 내느냐"면서 "정부가 이번에도 없는 놈들만 두들긴다"고 핏대를 올렸다. 그가 매달 올리는 월세 수입은 110만 원 정도. 지금까지는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됐지만 최근 정부 정책이 바뀌면서 상황이 변했다.

정부가 지난달 26일 주택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을 내놓으면서 작은 원룸 등으로 생계형 임대업을 하는 노인들이 '세금폭탄' 공포에 빠졌다. 소규모 다가구 주택이나 원룸이 밀집되어 있는 대학가 주변 중 일부 지역은 세금 인상에 대한 우려로 월세 임대료가 오르는 모습도 나타났다.

 12일 서울 동대문구의 한 부동산 중개소.
12일 서울 동대문구의 한 부동산 중개소. ⓒ 김동환

"임차료 50만 원이던 방 55~60만 원으로"

정부가 지난달과 지난 5일 두 차례에 걸쳐 내놓은 주택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은 월세 세입자에게는 임차료의 10% 내에서 세액공제를 해주고 월세 임대인에게는 예외없이 세금을 걷겠다는 내용이다. 기존에는 3주택 이상 보유 월세 임대인에게만 관련 세금을 매겼지만 이제는 2주택 이상 보유자는 누구나 과세 대상이 된다.

일선 공인중개사들은 "이번 정책으로 집주인들이 상당한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연세대와 서강대 사이에 위치한 ㅇ공인중개소 김유훈(가명) 소장은 "이 부근은 방 크기도 작고 집주인들도 다 생계형인데 정책이 나온 후로 상당히 불안해한다"면서 "임대용 주택을 팔아야 하는 거 아니냐는 문의도 많이 오지만 사겠다는 사람은 전혀 없는 상태"고 말했다.

집주인은 세금을 더 내게 생겼는데 세입자는 세액공제로 돌려받으니 월세를 그만큼 올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여론도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김 소장은 "정책이 국회에서 조정될 가능성이 있고 2년 동안은 세금 유예가 되니까 당장 올려서 계약을 하는 경우는 없지만 집주인들은 집세 올리는걸 당연시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집주인 사이에도 어느 지역에 임대주택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양극화가 나타났다. 이화여대 부근에서 공인중개업을 하는 임상규(가명)씨는 "이쪽은 월세 공실이 많아 집주인들이 세금을 낸다고 해서 함부로 월세를 올릴 수도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최근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한 주택 비율이 높아 세입자 유치가 치열하기 때문에 되레 지난 1년 전에 비해 월세가 5만~10만 원 정도 떨어져 있는 상태라는 것이다. 임씨는 "경쟁력이 있는 주택을 가지고 있는 주인은 별 얘기가 없지만 오래된 다가구 주택이나 원룸 월세를 놓는 집주인들은 스트레스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비교적 공실이 적은 경희대·외대 부근은 상황이 다르다. 김창률 경기부동산 대표는 "아직 숫자가 많지는 않지만 주인들이 봐서 직장인이나 나중에 세액공제를 신청할 것 같은 사람들한테는 5만 원 정도 올려받아 버린다"면서 "원래 보증금 1000만 원에 월 임차료가 50만 원 정도인 방이 지금은 55만~60만 원으로 거래된다"고 설명했다.

 12일 1호선 회기역 앞 3거리 교통신호 제어기에 전·월세 주택 세입자를 찾는 공고가 어지럽게 붙어있다.
12일 1호선 회기역 앞 3거리 교통신호 제어기에 전·월세 주택 세입자를 찾는 공고가 어지럽게 붙어있다. ⓒ 김동환

임대소득 연 1250만 원 이상이면 '보험료 폭탄'도

이날 만난 일선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이번 정책이 소규모 임대사업자만 잡는 정책이라고 입을 모았다. 수입처가 마땅치 않은 노인들이 한 두채씩 임대용 주택을 사서 세를 놓는 경우가 많은데 2가구 이상 보유한 이에게 무조건 과세하는 방식 자체가 그들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세금에 대한 불안도 있지만 생계형 임대사업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수입이 국세청에 잡히는 상황이 더욱 부담스럽다. 일정 이상 임대수익이 있으면 사회보장비용이 급증하기 때문. 다른 조건에 관계없이 연 임대수입이 1250만 원 이상이면 필요 경비를 제외해도 임대소득이 500만 원을 넘기 때문에 건강보험료를 반드시 납부해야 한다.

재산세 과표상 합산 주택가격이 4억 원인 주택 2채를 보유하고 있는 60세 부부가 연 1500만 원의 임대수입을 올릴 경우 이들은 연 265만 여 원의 건강보험료를 내야 한다. 월 20여 만 원의 월세 수입이 사라지는 셈이다.

이같은 과세방침이 공개되면서 이중 계약서 작성 등 실제 임대소득을 숨기기 위한 편법도 나타났다. 과거에는 집주인이 소득신고를 안 하면 탈세가 가능했지만 이제는 그러기가 어려워졌다는 판단에서다. 이중 계약서란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일정 보상을 해 주고 계약서를 두 장 쓰는 것을 말한다.

김 대표는 "원래 보증금 1000만 원에 임차료 50만 원인 계약서를 쓰면서 임차료가 25만 원인 계약서를 하나 더 써서 확정일자를 받게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좋은 조건인 월셋집은 세입자가 들어가기 어렵고 세액공제 할 생각이 없다면 어차피 나중에 보증금을 돌려받는 것은 똑같기 때문에 세입자도 꺼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임대업#월세#전세#임대시장 선진화#월세 세액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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