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유치원은 어떤 곳일까요? 최신 시설을 완비한, 궁전 같이 지은 유치원일까요? 아니면 교육비가 비싼 유치원일까요? 아니면 다양한 방과 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일까요? 이도 저도 아니면 초등학교 입학 준비를 잘 시키는 곳일까요?
어떤 분은 조기 영어교육을 잘하는 곳이 좋은 유치원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겠지요. 전국의 영어유치원에 아이들이 몰려드는 것을 보면 '좋은 유치원의 기준'이 어떻게 학부모들 사이에 잡혀 있는지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현직 유치원 교사인 허은미가 쓴 책 <우리 아이 맞춤 유치원 찾기>는 바로 좋은 유치원을 찾는 바람직한 방법을 알려줍니다.
여러분은 어떤 유치원이 좋은 유치원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좋은 유치원의 기준은 사람마다 제각기 다를 수 있겠지만, 사실 진짜 좋은 유치원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유치원입니다. 아이들이 유치원 가는 것을 즐거워하면 그곳이 가장 좋습니다.
자고 나면 가고 싶은 유치원이 좋은 유치원아이들을 '작은 어른' 혹은 '미숙한 어른'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아이들은 미숙한 어른이 아니라 그 자체로 온전한 사람입니다. 다만 아이들의 비언어적 메시지를 다 읽어내지 못하는 어른들이 아이들을 어리다고 얕잡아 볼 뿐이지요.
제가 잘 아는 지인이 실제로 경험했던 일입니다. 다섯 살에 아이를 집 가까이에 있는 유명 유치원에 보냈다고 합니다. 그런데 무슨 이유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아이가 유치원 가는 것을 정말로 싫어했다고 합니다.
결국 부모는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기 위해 "OO아, 유치원 갔다 와, 유치원 갔다 오면 장난감 사줄게" "OO아, 유치원 갔다 와, 유치원 갔다 오면 과자 사줄게"라고 아침마다 씨름을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결국 유치원 보내기에 실패하고 집에서 좀 멀리 떨어진 유치원으로 옮기게 됐습니다. 놀이와 신체활동을 많이 하고 자유로운 분위기의 유치원으로 옮겼는데, 아이는 이 유치원을 무척 좋아했답니다.
이번에는 부모와 아이의 거래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OO아, 너 TV만 보고 있으면 유치원 안 보낸다" "OO아, 너 동생 때리면 유치원 안 보낸다"라고 말하면 TV를 끄고 동생에게 양보하게 됐다는 것입니다.
어른들이 좋은 유치원을 골라주면 아이는 그냥 잘 다닐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어른들의 착각입니다. 태어날 때부터 온전한 사람인 아이들은 좋아하는 것도 싫어하는 것을 스스로 구분할 줄 압니다. 마음에 드는 유치원에 다니고 싶어 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유치원에는 다니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유치원은 아이가 좋아하는 유치원을 보내면 만사 오케이입니다만, 문제는 유치원마다 아이를 보내 보고 고를 수가 없다는 데 있습니다. 우선 다녀보고 입학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유치원이 없을 뿐만 아니라 유치원에 다니려고 하면 적지 않은 입학 비용을 내야 합니다. 만약 처음 선택이 잘못됐다 싶어 다른 유치원으로 옮기려고 하면 똑같은 입학 비용을 다시 부담해야 합니다.
유치원, 다녀보고 고를 수 없는데 어떡하나아이가 직접 다녀보고 마음에 드는 좋은 유치원을 고르면 딱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아이가 직접 다녀보며 좋아하는 유치원을 고르는 일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입니다. 아이들이 직접 다녀보고 유치원을 고를 수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우리 아이 맞춤 유치원 찾기> 같은 책이 꼭 필요합니다.
현장 교사가 쓴 <우리 아이 맞춤 유치원 찾기>는 아이에게 좋은 유치원을 찾아주려는 부모들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도록 돕는 책입니다. 입학 시즌에 아이들이 많이 몰리는 유치원이 좋은 유치원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좋은 유치원을 고르는 원칙을 세워놓은 부모도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좋은 유치원을 고르기 위해서 맨 처음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가장 중요한 것은 먼저 부모의 자녀 교육관을 정리해보는 일입니다. 예컨대 '아이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라는 생각을 깊이 해봐야 한다는 겁니다.
좋은 유치원을 고르는 것은 좋은 이성을 고르는 것과 같습니다. 멋진 사랑과 연애를 꿈꾸는 젊은이라면 멋진 상대방을 만나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정작 어떤 사람이 좋은 교제 대상이라 생각하는지 물어보면 대개 선뜻 대답하지 못하거나 "마음씨 착하고 직장도 좋고 인물도 잘생긴 남자" 같은 판에 박힌 대답이 돌아오기 마련입니다.
그 까닭은 무엇일까요? 그건 바로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에 대한 자기 정리가 돼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내가 내 인생을 어떻게 살려고 마음먹고 있느냐에 따라 이상형의 기준은 당연히 바뀔 수밖에 없습니다.
부유하게 살고 싶다면 돈이 많은 이성이 이상형일 것이고, 가난해도 정직하고 곧게 살고 싶다면 돈이 없어도 착하고 성실한 사람이 합당하겠지요. 때문에 '이상형을 만나기 위해서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떻게 사는 게 행복한 삶인가'라는 다소 본질적인 질문에 답할 수 있을 준비가 돼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이상형에 대한 보다 명확한 기준을 세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애인 고르기와 유치원 고르기는 닮았다유치원 선택도 다르지 않다는 것입니다. 아이를 유치원에 보낼 무렵이 됐다면 부모들은 '아이에게 어떤 삶을 물려줄 것인가' '아이가 어떻게 성장하기를 바라는가'라는 질문에 스스로 답을 해봐야 합니다.
예컨대 무슨 일이 있어도 공부를 잘하는 아이로 키울 것인지, 아니면 공부는 못해도 건강하고 친구관계가 원만한 아이로 키울 것인지, 혹은 조기교육으로 유치원 때부터 대학 입시를 내다보고 키울 것인지, 마음껏 뛰어노는 자유로운 아이로 키울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중요한 원칙들이 있어야 좋은 유치원의 기준 역시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학습이 가장 우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조기 교육을 하는 학습 위주의 유치원을 선택해야 하고, 마음껏 뛰어노는 자유로운 아이로 키우겠다고 생각하면 신체활동과 놀이 시간이 많은 유치원을 선택해야 합니다. 저자 역시 좋은 유치원을 고르기 위해 "교육 철학부터 세우자"라고 주장합니다.
"부모가 이런저런 말에 흔들리지 않으려면 아이를 '이렇게 키우겠다'는 자기 다짐이 있어야 합니다. 자기 다짐, 즉 아이를 어떻게 교육시키겠다는 자신의 교육철학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부모 자신이 중심을 세워야 어떤 유혹과 눈속임에도 흔들리지 않는 부모가 될 수 있습니다."(본문 중에서)예컨대 "누구집 아이가 어느 유치원에 갔는데 잘 적응하고 초등학교 가더니 공부도 잘하더라"라는 이야기에 솔깃하지만, 나와 교육철학이 일치하는 부모였는지, 나의 교육철학과 잘 맞는 유치원이었는지 따져보는 일은 소홀히 하기 십상이라는 겁니다.
한편, 저자는 좋은 유치원은 결국 "아이들이 행복해하는 유치원"이라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부모 입장에서 좋은 유치원 선택이 어려운 것은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지 않은 채 아이가 행복해할 만한 유치원을 골라야 한다는 것이겠지요. 그렇다면 아이들이 행복해하는 유치원은 어떤 유치원일까요?
아이들이 행복한 유치원의 조건아이들이 행복해하는 유치원은 초등학교를 준비하기 위한 선행 학습에 대한 부담이 없고, 친구들과 충분히 놀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있는 유치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아이들이 가장 행복한 시간은 노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초등학교만 입학해도 아이들이 가장 기다리는 시간은 수업 시간 사이 사이에 있는 '노는'(쉬는) 시간입니다. 노는 시간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지요. 어른들도 노는 날을 가장 기다리지 않나요?
놀이운동가 편해문은 <아이들은 놀기 위해 세상에 온다>라는 책을 썼습니다. 제목 그대로 아이들은 신명나게 놀 때 아이답게 크고 자랄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나아가 "요즘 아이들에게 생기는 온갖 문제는 아이들이 동무들과 놀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라고 진단하기도 합니다.
편해문의 말처럼 아이들은 많이 놀아야 행복합니다. 초등학교 취학전 아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따라서 좋은 유치원은 부모의 교육철학과 일치하는 곳이면서도 동시에 아이들이 많이, 충분히 놀 수 있는 시간, 공간을 갖춘 곳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치원은 아이들이 마음껏 뛰고, 뒹굴고, 만지고, 만들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합니다. 마음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유치원이 박물관 마냥 '만지지 마세요'가 되면 아이들은 박물관의 전시품 마냥 자랄 수밖에 없습니다."(본문 중에서)말하자면 화려하고 멋진 건물과 잘 갖춰진 비싼 교구와 교재들은 박물관의 전시품처럼 만지지 못하는 물건일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입니다. 마치 궁전이나 놀이동산처럼 크고 화려한 건물은 언제나 '예쁘고 아기자기한 상태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정작 아이들이 행복한 공간은 되기 어렵습니다. 마찬가지로 비싸고 정교한 교구와 교재 역시 작은 도구 하나라도 잃어버리면 제 역할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언제나 조심해서 다뤄야 하는, '장식품'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다면 어떤 유치원이 좋은 유치원일까요? 좋은 유치원은 아이들이 자연과 만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제공하는 곳입니다. 또 아이들이 동무들과 어울려 놀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많이 제공해야 합니다.
자연 결핍, 놀이 결핍, 관계 결핍 회복하기
대안학교를 이끌고 있는 문홍빈 선생님은 요즘 아이들이 겪고 있는 여러 위기의 원인을 자연 결핍, 놀이 결핍 그리고 관계 결핍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합니다. 저 역시 그 주장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아이들이 행복한 유치원은 아이들에게 자연과 놀이를 돌려주는 유치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연과 놀이'야 말로 좋은 유치원을 고르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라고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허은미가 쓴 책 <우리 아이 맞춤 유치원 찾기>에는 지난 10년간 현장 유치원 교사로 일해 온 저자의 경험에서 비롯되는 여러 가지 원칙과 사례들이 풍부하게 소개돼 있습니다. 과정보다 결과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모들에게 뭔가 결과물을 보여주기 위한 수업과 행사가 아이들을 얼마나 힘들게 만드는지 솔직하게 털어놓고 있습니다.
아울러 저자는 조기 영어 교육과 언어교육에 관한 원칙도 꼭 세워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실제로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지 않는다면 모국어를 익히기 전에 영어를 익히는 것이 언어발달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입니다. 오히려 나중에 영어를 잘하기 위해서도 유아기에 모국어를 능숙하게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줘야 한다는 뜻입니다.
영어조기 교육 부작용? 한글 조기 교육도 문제다사실 영어 조기교육만 문제가 되는 건 아닙니다. 유치원에서는 영어뿐만 아니라 한글 조기교육도 심각한 문제입니다. 초등학교에서 배워야 하는 한글을 유치원 과정에서 모두 익혀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모와 교사들이 수두룩하기 합니다.
유치원에서 한글을 익히지 않으면 초등학교에 가서 뒤처질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조기 한글 교육을 시키고 반복적인 학습지 숙제로 내몰고 있는 것이지요. 아이들의 발달에 비춰보면 유아기 언어교육은 듣기와 말하기가 중심이 돼야 합니다.
읽기와 쓰기는 초등학교에서 배워야 정상입니다. 그리고 듣기와 말하기를 잘하려면 '직접 경험' 세계를 넓히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TV와 인터넷 같은 간접 경험을 통해서는 표현력이 풍부해지고 사고의 확장이 일어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요즘 아이들은 놀이에 빠져들어 노는 것보다 텔레비전에서 본 것을 이야기하거나 흉내 내는 행동을 많이 합니다. (중략) 언뜻 보면 많은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이 자신이 실제로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스스로 이미지를 만들어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풍부하게 표현할 내용도 없이 흉내 내는 것입니다."(본문 중에서)예컨대 유치원 무렵의 아이들이라면 '꽃'을 표현하는 어려운 기호(글자)를 익히고 똑같이 공책에 그리고(쓰고) 암호를 풀듯이 그 기호를 또박또박 읽어내는 것보다 자연으로 나가 진짜 꽃을 보고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꽃의 아름다움을 자연의 경이로움을 충분히 느끼고 그것을 말로 잘 표현할 수 있으면, 기호(글자)로 표현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유치원 선생님과 친하게 지내는 법도 알려주는 책그렇다고 이 책에 이런 원칙적인 이야기만 담겨 있지는 않습니다. 저자의 경험을 통해 체득한 '유치원 보내기 전 준비 사항' '유치원 보내고 엄마도 적응하기' 같은 실용적인 사례, 그리고 유치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이들의 문제 행동에 대한 10년 차 교사의 경험담이 두루 소개돼 있습니다.
'헬리콥터 부모(아이의 일거수일투족을 간섭하는 부모)가 되지 마라'와 같은 아주 현실적인 조언과 '유치원 선생님과 친하게 지내는 법' 같은 깨알 같은 노하우도 담겨 있습니다. 또 유치원 가기 싫어하는 아이 마음 달래기, 때리는 아이와 맞는 아이, 산만한 아이, 혼자 노는 아이, 착한 아이 콤플렉스, 자존감 낮은 아이, 의존적인 아이 등 유형별 사례를 소개하고 바람직한 대처 방안도 알려주고 있습니다.
해마다 유치원 원서접수 때가 되면 경쟁률이 높은 유치원, 인기 있는 유치원을 보내기 위해 온 가족이 동원돼 줄을 서고 추첨을 하는 이야기가 회자되곤 합니다. 그렇지만 좋은 유치원을 고르는 일은 생각만큼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바람직한 교육철학을 가진 부모만이 아이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좋은 유치원을 고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유치원 입학을 앞둔 많은 부모들이 10월에 있을 유치원 원서 접수에 대비해 3월부터 좋은 유치원을 찾기 시작합니다. 첫 아이 유치원 보내기, 좋은 유치원 고르기, 10년 현장 경험을 꼭꼭 눌러 담은 허은미 선생님의 <우리 아이 맞춤 유치원 찾기>이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덧붙이는 글 | <우리 아이 맞춤 유치원 찾기>(허은미 씀 | 소리미디어 | 2014.03. | 1만2800원)
이 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포스팅 될 예정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