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양복 재킷을 벗고 제자리서 뛰기 시작했다. 아이돌 그룹 '크레용팝'의 노래 <빠빠빠> 안무인 5기통 엔진춤이었다. 캠프의 젊은 여성봉사자들이 그와 함께했다. 오신환 새누리당 관악을 당협위원장은 "서울의 도시경쟁력을 '점핑'합니다, 지지율을 '점핑'할 겁니다"라고 외쳤다.
24일 오전 열린 경선 캠프 개소식의 마지막 순서였다. 특히 올해 67세인 그의 나이를 무색하게 하는 '퍼포먼스'였다. 앞서 '경쟁자'인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은 "나이도 많으신데 무리 않으셨으면 한다"면서 '고령 논란'을 불 지핀 바 있다. 김 전 총리 측에서 지난 19일 '햄버거 기자간담회'에 이어 재차 정 의원 측에 일격을 가한 셈이다.
김 전 총리는 이날 경선 캠프 개소식을 통해 본격적인 도전장을 던졌다. 그는 "진짜 박원순 서울시장 같은 분은 물러나고 새누리당이 (서울시장을) 접수하고 그 과정에서 제가 만약 시장이 된다면 '시민이 안전하고 편리한 서울'. '더불어 살아가는 따뜻한 서울', '상하이와 도쿄, 런던, 싱가포르와 경쟁하는 국가경쟁력을 가진 서울'로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서울시민을 만나는 가운데 총리직을 수행하면서 경험했던 것들이 일선 현장에서 제대로 구현되지 못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을 목도했다", "강남과 강북이 어떻게 균형발전해서 서울이 하나 된 통합사회를 만드느냐가 최우선 관심사다"는 등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한 '각'도 세웠다.
정몽준 의원과 이혜훈 최고위원과 맞붙는 경선 현장에서 자신이 '도전자'임을 강조했다. 출마과정에서 불거졌던 '박심(대통령의 의중) 논란'을 일축시키려는 속내가 담겼다. 그는 "40여 년에 걸친 대법관과 감사원장, 국무총리를 지내면서 쌓은 국정경험이나 철학은 살과 피가 됐다"며 "내가 예전에 무엇이었다는 것은 내 안에 간직한 채 낮은 자세로 매진하는 새로운 시작을 하겠다"고 말했다.
김 전 총리 측은 미리 준비한 영상 등을 공개하며 '승리'를 다짐했다. 특히 "왜 김황식인가"라는 제목의 영상은 당내 '경쟁자'들과 비교해 자신의 장점을 최대한 부각시킨 것이기도 했다. 김 전 총리는 영상에서 "처음에는 대타라고 불린 사람, 결국 홈런을 쳐낸 사람", "위기의 서울시 경영, 기업경영과 다르다, 대한민국 명총리 김황식만이 할 수 있다" 등으로 소개됐다.
개소식 현장은 당 관계자들과 지지자들로 가득 차 북새통을 이뤘다. 황우여 당대표와 최경환 원내대표, 유기준·유수택 최고위원, 김성태·김회선·강석훈·류성걸·심윤조·박윤옥·이한성·문정림·김한표 의원 등이 개소식을 찾았다. 광진갑·동대문갑·도봉을·마포을·구로갑·영등포갑·관악을 등 서울지역 원외당협위원장들 다수도 얼굴을 내비쳤다.
정몽준 "화려한 나비가 되려면 애벌레 과정부터 거쳐야"
정몽준 의원과 이혜훈 최고위원은 개소식에 참석해 김 전 총리의 도전장을 반겼다.
정 의원은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을 기억한다"며 "새누리당은 대한민국 발전은 물론, 남북통일까지 보고 멀리 가야 하는 정당이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건강한 정치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혼탁한 정치판에 몸을 던진 분들 모두 한배를 탔다는 인식이 필요하다"면서 "저도 건강한 정치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밑거름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무엇보다 그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철수 의원을 한데 묶어 비판했다. 정 의원은 "안 의원은 한때 '희망'이었지만 지금은 '실망'이 됐다, 안 의원이 10명, 100명 나온다고 해도 별로 달라질 게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건강한 정치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자유민주주의에 대해 더 많이 토론했으면 좋겠다"라며 "박원순 시장 (재임 동안) 시정이 왼쪽으로 치우쳤다, 박 시장의 서울시정은 2년 반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혜훈 최고위원도 "(김 전 총리의) 마지막 탑승으로 적진을 부술 삼각편대가 출격 준비됐다"며 "저희 셋이서 완전히 적진을 쳐부수고 무사귀환, 임무완수하고 오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은 김 전 총리에 대한 견제구도 잊지 않았다. 정 의원은 "화려한 나비가 태어나기 위해서는 애벌레 과정을 거쳐야 한다, 정치가가 되기 위해서는 '정치꾼'이란 과정을 거친다는 얘기도 있다"라며 김 전 총리의 뒤늦은 출발을 언급했다.
이 최고위원은 "김 전 총리가 새누리당의 새내기인데 어제 발표한 공약을 보니 역시 우리 가족이다 생각했다"라며 "(김 전 총리의 공약 중) 한양역사문화 특별구가 있던데 내가 지난주 발표한 한류 메카랑 어쩌면 이렇게 닮았나 생각했다"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