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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가고 다시 봄이 왔지만 이 강가에서 날짜를 세는 일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그러나 열흘에 한 번 거울을 보고 삭발을 하면서 너무 멀리 떠나 온 것은 아닐까하는 서글픈 상심에 잠기곤 했다. 나는 자주 길을 잃었고 이 강가에는 돌아가기 위해 세운 이정표들이 가득 차 있다."

'내성천 지킴이' 지율 스님이 다큐멘터리 <'모래가 흐르는 강' 두 번째 이야기-물 위에 쓴 편지>를 만들면서 밝힌 소감이다. 지율 스님은 '텀블 벅'에 영상 제작과 관련한 소식을 올려놓고, 참가자를 모집하고 있다.

 지율 스님은 내성천을 지키기 위해 2011년부터 내성천가에 텐트를 쳐놓고 살고 있다.
 지율 스님은 내성천을 지키기 위해 2011년부터 내성천가에 텐트를 쳐놓고 살고 있다.
ⓒ 지율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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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율 스님은 2011년부터 경북 영주시 평은면의 내성천가에 텐트를 쳐놓고 살며 영주댐 공사로 사라질 위기에 놓인 내성천을 지키기 위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지율 스님은 훼손되는 강의 아픔을 전달한 다큐멘터리 <모래가 흐르는 강>을 제작해 극장 상영까지 했고, 이번에는 '물 위에 쓴 편지'라는 제목으로 두 번째 이야기를 제작하고 있다.

이 영상은 '자연과 우정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영주댐 공사로 수몰되는 마을주민들은 보상을 받고 거의 떠난 상태다.

지율 스님은 "시간이 지나면서 마을은 점점 비어가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금강'이라 부르던 아름다운 강마을을 수몰지구라는 이름으로 불렀고, 한때 30가구가 넘었던 집들은 겨우 열 집 정도가 남았다"며 "남아계신 분들은 모두 연로하신 할머니들이셨고, 공사는 예정보다 더디게 진행되었지만 그러나 중단되는 일은 없었다"고 소개했다.

중장비가 강을 파 헤집어 놓았다. 그 뒤 풀벌레, 뱀, 반디, 수리부엉이 등이 찾아왔는데, 지율 스님은 이들을 '친구들'이라 소개했다.

"5월이 되자 포크레인이 강바닥을 헤집어 놓았던 강가에 은어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 풀벌레 울음소리가 높아지자 아이들은 잠자리 채를 들고 곤충채집을 왔다. 2013년 여름 금강마을 강변에는 많은 친구들이 찾아왔다. 3년 동안 묵은 논바닥에는 뱀들이 스물스물 기어다녔고, 밤이면 반디들이 캄캄한 들을 수놓았다. 수리부엉이도 찾아와 그 큰 눈으로 텐트를 지켜주었다."

내성천 지키기 연대도 활발하다. 지율 스님은 "이곳은 마지막 남은 자연하천으로 그동안 강의 아픔을 지켜 본 사람들의 마음에 빗금이 처진 곳"이라며 "우리는 이 강변에 머물러 있는 빛과 소리를 사랑했기에 이곳에 찾아온 긴장을 희망의 끈으로 묶어 나갔다"고 밝혔다.

<물 위에 쓴 편지> 작업 마무리 단계... 후원 회원 모집 중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올해 첫번째 자비나눔 방문지로, 지난 1월 23일 지율 스님을 격려하면서 내성천을 걸었고, '땅 한 평 사기 운동'에 동참하며 1000만원의 기금을 전달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올해 첫번째 자비나눔 방문지로, 지난 1월 23일 지율 스님을 격려하면서 내성천을 걸었고, '땅 한 평 사기 운동'에 동참하며 1000만원의 기금을 전달했다.
ⓒ 조계종 총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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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1평 사기 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도 동참했다. 자승 스님은 지난 1월 23일 조계종 환경위원장 장명 스님, 사회부장 보화 스님 등과 함께 올해 '첫 번째 자비 나눔' 방문지로 지율 스님을 격려 방문했던 것이다.

당시 자승 스님 일행은 지율 스님이 사는 텐트를 비롯해, 영주댐 건설로 모래가 사라진 자갈밭 현장과 1m 이상 모래가 사라진 모래톱 등을 2시간 동안 걸었다.

당시 자승 스님은 "종단 차원에서 1000평의 땅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날 자승 스님은 지율 스님한테 자비나눔기금 1000만 원도 전달했다.

지율 스님은 "1인 1평 사기 운동을 진행해 강가의 땅을 매입했고, 이 강변에 사는 것들을 한 땀 한 땀 수놓으며, 순례와 시를 기획하고 강가에서 마을 주민들과 함께 인간띠 잇기 행사를 진행했다"고 소개했다.

 지율 스님은 낙동강 상류 지천인 내성천 지키기 활동을 담은 두번째 영상 <모래가 흐르는 강 두번째 이야기, 물 위에 쓴 편지>를 제작하고 있다.
 지율 스님은 낙동강 상류 지천인 내성천 지키기 활동을 담은 두번째 영상 <모래가 흐르는 강 두번째 이야기, 물 위에 쓴 편지>를 제작하고 있다.
ⓒ 지율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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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위에 쓴 편지> 작업은 거의 마무리 단계에 와 있다. 그동안 이 영상을 위해 항공촬영도 했다. 후원 회원도 모집하고 있으며, 목표액은 500만 원이다. 1만 원 이상 후원 회원은 이름을 영상의 엔딩크레딧에 기재하고 시사회에 초대한다. 지율 스님은 지난 5년 동안 낙동강에서 일어난 일들을 기록한 <낙동강 도록>(비매품)을 제작하고 있다.

최근 지율 스님은 김정욱 서울대 교수, 조한혜정 연세대 교수, 영주댐 건설 현장 근처 주민 등 668명과 함께 삼성건설, 정부, 한국수자원공사 등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영주댐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영주댐은 낙동강 상류인 경북 영주시 내성천에 건설 중인 대규모 댐으로, 2009년 말 시작해 올해 완공될 예정이다. 내성천은 경북 봉화군 물야면 오전약수에서 시작하는 106km 길이의 낙동강 지천으로, 영주댐이 완공되면 19km 구간에 걸쳐 10.4㎢ 유역이 물에 잠기게 된다.

지율 스님은 25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영주댐 소송은 삼성과 하는 법정 다툼으로, 내성천에 대한 관심을 모으기 위해 영상을 만들고 있다"며 "극장 상영까지는 아직 생각하지 않고 있으며, 영상이 다 만들어지면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율 스님#내성천#자승 스님#영주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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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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