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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통신위원회 2기 상임위원들이 25일 오후 과천정부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대희 위원, 김충식 부위원장, 이경재 위원장, 홍성규 위원, 양문석 위원.
방송통신위원회 2기 상임위원들이 25일 오후 과천정부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대희 위원, 김충식 부위원장, 이경재 위원장, 홍성규 위원, 양문석 위원. ⓒ 김시연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2기 상임위원들의 '아름다운 퇴장'마저 결국 정쟁으로 얼룩졌다. 이임식이 열린 25일 청와대가 야당에서 추천한 차기 상임위원을 사실상 거부하고 나선 것이다.

방통위는 이날 민주당 추천을 받은 고삼석 중앙대 겸임교수가 상임위원 자격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국회에 재추천을 요구했다. '칼'은 방통위가 휘둘렀지만 상임위원 최종 임명 권한을 갖고 있는 청와대가 사실상 거부권을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미 지난달 27일 여야 의원 90%(217명) 찬성으로 국회를 통과한 상태인 데다, 오는 31일 최성준 방통위원장 내정자 인사청문회도 앞두고 있어 정치적 논란이 불가피하다.

5년 vs. 18년, 고삼석 내정자 방송 관련 경력 해석 엇갈려

고삼석 내정자는 ▲ 국회의원 비서관과 보좌관(3년 11개월) ▲ 미디어미래연구소 선임연구위원(5년 4개월) ▲ 입법보조원(2년 10개월) ▲ 대통령 비서실 행정관(5년 2개월) ▲ 중앙대 신문방송학과 시간강사(3년 5개월)와 객원교수(1년 10개월) 등을 경력으로 제출했다. 하지만 지난 10일 보수논객인 변희재씨의 유권해석 요청을 받은 방통위가 로펌 5곳과 법제처에 자문을 구한 결과 미디어미래연구소 외에는 방송 유관 경력으로 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방통위 설치법에는 상임위원 자격으로 ▲ 대학 부교수 15년 이상 ▲ 방송 유관 직종 2급 이상 공무원 ▲ 언론 관련 단체·기관에 15년 근무 ▲ 방송 관련 보호 활동 15년 경력 등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방통위에서 의견을 구한 로펌 5곳 의견도 3대 2로 갈린 것으로 알려졌고, 전임 양문석 상임위원 역시 비슷한 자격 논란에도 결국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한 뒤 정식 임명된 사례가 있다. 이 때문에 방통위에서 직접 국회에 재추천까지 요구한 것은 '월권'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야당 의원들 "고삼석 자격 문제 없어... 입법부 권한 침해"

당장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위원회(미방위) 소속 야당 위원들은 이날 오후 "국회는 방통위원 추천안을 본회의에 상정하면서 방통위 설치법상 자격요건에 해당하는가를 모두 검토한 후 의안으로 확정하고 본회의에서 처리했다"면서 "방통위 유권해석은 방통위 설치법을 제정한 입법부의 최종적 해석 권한에 대항하는 것으로 전례도 없을 뿐더러 국민의 대표인 입법부의 권한을 무력화시키는 것"이라고 맞섰다.

아울러 고삼석 내정자 자격에 대해서도 "방송, 언론, 정보통신 유관기관 재직 18년 11개월 경력자로서 방통위 설치법이 규정하는 15년 이상 경력 자격 요건에 100% 부합한다"고 거듭 확인했다. 민주당은 고 내정자가 청와대 홍보수석실에서 언론, 방송, 방송통신융합 업무를 담당했고 국회에서도 문광위, 문공위 등 방송 관련 상임위 국회의원을 보좌했기 때문에 방송 유관 업무를 했다고 해석했다.   

청와대가 이날 방통위 기획조정실장 출신 이기주 한국인터넷진흥원 원장을 차기 위원으로 지명함에 따라 3기 방통위원 진용은 모두 짜여졌다. 청와대는 이미 서울고법 부장판사 출신 최성준 위원장을 내정했고 국회에서도 여당이 허원제 전 의원을, 야당이 김재홍 전 의원과 고삼석 교수를 각각 추천했다. 하지만 고삼석 내정자 자격 시비로 차기 방통위 구성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청와대의 '낙점'을 받지 못해 1년 만에 임기를 마친 이경재 위원장은 이날 오후 3시 과천정부청사 방통위 강당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아직도 방송을 볼모로 잡으려는 진영 논리가 방송 언론의 자유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방송은 장악해서도 안 되고, 장악할 수도 없다"고 일갈했다.

이 위원장은 "누가 뭐라 해도 박근혜 정부에서 이 부분 만큼은 앞으로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다"고 자랑했지만, '방송 공영성'을 책임진 방통위부터 당장 진영 논리에 휩싸이고 말았다.


#방통위#고삼석#이경재#상임위원#양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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