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교육의원으로 활동 중인 나의 제안으로 오늘(28일) 오후 4시 서울시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위원장 최홍이), 문화체육관광위원회(위원장 최호정), (사)복지국가소사이어티(공동대표 이상구)가 공동으로 '서울시도서관 발전 정책토론회'를 개최한다.
지난 4년 가까운 의정활동에서 '사서의 전문성 강화' '버려지는 책 문제' '보존 서고 문제' '도서관으로서의 자리매김' '학교도서관 활성화' 등 도서관 문제를 여러 번 짚었다(관련 기사 :
학교의 '심장' 도서관, 사서 85.7%가 비정규직?). 그러나 학교도서관·교육청 산하 도서관·구립도서관·시립도서관 등이 각개전투식으로 각각 운영되다 보니 연계와 협력이 잘 되지 않아 수요자인 서울시민들 입장에서는 불편한 것이 적지 않았다.
이에 서울시내 도서관의 연계와 협력 그리고 혁신과 발전을 위한 토론회가 필요하다고 여겨 이번에 도서관 관계자들과의 협의 끝에 정책토론회를 열게 됐다. 이번 토론회를 통해 도서관이 명실상부하게 도서관으로서 자리매김하는 데 큰 디딤돌이 되기를 기대한다.
도서관간 연계·협력 강화되고, 도서관 혁신 위한 대안 도출 기대경제민주화와 보편적 복지가 시대정신으로 대두되면서, 누구나 차별 없이 자유롭고 평등하게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또한 도서관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도서관에 대한 관심을 공약으로 표출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도서관 정책이 토목 건설 중심의 도서관 설립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도서관이 실효성 있게 운영되지 못하고 있는 문제점이 있다. 이에 서울시의회의 교육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협력해 '바람직한 서울시 도서관 정책의 방향을 바로잡아보겠다'는 취지로 토론회를 열기로 했다.
발표를 맡은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이상구 운영위원장은 현재와 같이 단순히 열람실 기능과 도서 대출을 하는 도서관이 아니라, 복지국가를 가능하게 하는 창조경제의 기초와 지식기반사회의 거점이 되는 정보의 획득과 확산의 교두보로서의 도서관의 역할과 기능을 새롭게 조명하면서 '복지국가 입장'에서 바람직한 도서관 발전 방향을 제시할 예정이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을 명지대학교 김영석 교수는 서울시의 도서관 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과 실행 방안으로서 '대표 도서관 역할과 네트워크 체제 정비' '작은 도서관 문제' 등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토론자로 나선 이용훈 서울대표도서관장은 도서관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입장과 이를 구체화하기 위한 박원순 시장의 서울시 도서관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김영배 성북구청장은 '사람이 중심이 되는 도서관'으로서 도서관의 공공적 역할로써 책임 있는 도서관 조성과 운영에 대한 성북구 도서관 운영 사례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다.
김선이 정독도서관 사서(교육청 사서노조위원장)는 '희망서울! 행복시민, 도서관이 중심이다'라는 주제로 도서관이 시민에게 희망을 주고 행복을 만들어가는 역할을 맡아 어떻게 발전해야 하는지 그 바람직한 방향을 제안한다. 이정수 관장(서대문 구립도서관)은 '서울의 도서관은 서울시민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인가?'라는 주제와 더불어 민선 6기 자치단체장에게 서울시 도서관정책에 대한 제언을 한다.
이번 토론회를 공동개최하는 최홍이 서울시의회교육위원회 위원장은 '도서관은 지식과 정보의 보고라는 고유한 가치로서 민주시민의 역동적 힘을 길러내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기초가 되는 자주적인 지역공동체가 형성되는 곳'으로 '이제는 도서관이 문턱없는 보편적 복지의 구심적 역할로서 시민들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의지를 밝힐 예정이다.
이번 토론회는 전국 동시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시 도서관 정책이 올바르게 작동 될 수 있는 방향성을 제시하고 체계적인 도서관 정책을 제안하는 데 의의가 있다. 토론회 결과는 시민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 시민에게 희망과 행복을 줄 수 있는 도서관을 만들기 위해 주민들의 요구에 맞는 방향으로 도서관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토대가 될 것이다.
서고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버려지는 아까운 책들
지난해 자료분석을 통해 제기한 '서울시립도서관 5년간 15만권 증발'에 관련한 기사가 언론과 시민들의 큰 관심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관련기사 :
도서관에서 멀쩡한 책들을 버려야 하는 불편한 진실).
지난 5년간 22개 서울시립도서관(평생학습관 포함)에 투입된 도서구입비는 약 141억 원. 그 돈으로 모두 154만8313권의 책을 구입했다. 하지만 이 기간 동안 증가한 장서는 고작 43만9350권에 불과했다. 왜 이런 차이가 난 것일까.
서울시립도서관에서는 2012년 25만권의 책이 제적(처분)된 것을 포함 지난 5년간 무려 115만 권이 처분됐기 때문이다. 장서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 이용 가치가 없거나 낡고 훼손된 책을 제적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런 경우보다는 책을 보관할 수 있는 자료실 공간(서고)이 없기 때문에 제적된다. 도서관에 꼭 있어야 할 책이 없다는 민원에 도서구입비를 증액하지만 늘어난 책만큼의 장서를 고스란히 버리고 있는 것이다.
도서관의 존재 이유는 자료의 수집과 제공, 보존에 목적이 있다. 양질의 자료를 수집하고, 지적 유산을 가급적 오래도록 보존해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불과 15년도 안 돼 전체 장서가 물갈이되는 도서관이 무려 16개관에 이르렀다. 15년 이전에 출간된 책을 보려면 국립중앙도서관이나 국회도서관을 방문해야 한다. 물론 이곳의 장서들은 대출이 되지 않는다.
최대 자료보관연수는 정독도서관이 30년, 남산도서관이 27.1년인데 비해 노원평생학습관은 11.1년에 불과하다. 여전히 이용자가 찾는 책을 버리고, 같은 책을 다시 구입하면 예산 낭비가 뒤따른다. 도서관은 집에서 구하기 힘든 책을 빌려보기 위해 가는 곳이고, 따라서 어지간한 책은 다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시민들은 이 도서관 저 도서관을 헤매고 있다. 이제는 새 책을 많이 구입하라고만 할 것이 아니라 책을 꽂아놓을 장소를 마련해야 한다.
시험공부용 독서실이 아니라 도서관다운 도서관으로 거듭나야 장서공간이 부족해 가치 있는 멀쩡한 책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이는 결국 책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혈세를 버리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책을 버려야 할 경우 작은 도서관이나 학교 등 책을 필요로 하는 곳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 시험고부용 독서실이 아니라 도서관다운 도서관으로 거듭나야 한다.
"한 나라의 과거를 보고자 하면 박물관에 가고, 현재를 보고자 하면 시장을 갈 것이며, 미래를 보고자 하면 도서관이나 학교에 가라"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도서관은 한 나라의 역량을 가늠해 볼 수 있는 바로미터다. 서울은 인구가 1053만 명이고 동경은 1309만 명이다. 서울의 공공도서관은 101개이고 동경은 380개가 있다. 장서수를 보면 서울이 871만 권인 반면 동경은 4633만 권이다. 1인당 연간 대출수를 보면 서울이 1.9권인 반면 동경이 8.8권이다. 모든 면에서 서울은 일본을 따라가지 못한다.
도서관 전문 인력(우리나라 공공도서관 사서 1인당 대상 인구 1만4716명, 국제도서관연맹은 최저 2500명 제시)과 학교 도서관 전담직원도 부족하고(0.42명으로 전담인력 중 사서교사는 14%이고 86%가 비정규직), 작은 도서관의 양적 증가와 질적 저하도 풀어야 할 과제다.
이번 토론회를 통해 학교도서관, 구립도서관, 교육청도서관, 시립도서관 등 서울시내 도서관들 간의 연계와 협력이 강화되고, 또한 도서관 혁신과 발전을 위한 좋은 방법과 대안들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김형태 시민기자는 현재 서울시 교육의원입니다. 이와 유사한 글을 서울시의회 공보실에도 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