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해고 사태를 놓고 학교와 갈등을 빚고 있는 부산 신라대학교 청소노동자들의 옥상 점거 농성이 30여 일째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청소노동자들은 용역업체 대신 학교가 직접고용을 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학교 측은 여러 이유를 들어 난색을 표시하고 있어 갈등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32일째 이 학교 사범대학 옥상을 점거하고 있는 청소노동자들은 지난 30일부터는 단식 투쟁까지 들어간 상태다. 31일에는 지역 노동계가 '신라대 청소노동자 직접고용 실현을 위한 부산지역 대책위'(아래 대책위)를 출범해 학교에 사태 해결 노력을 촉구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등이 중심이 된 대책위는 학교가 청소노동자들의 실질적인 고용주인 만큼 고용의 책임을 다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실제 임금과 고용인원을 결정하고 업무의 내용까지 결정하는 곳이 학교"라며 "(노동자들이) 형식적으로는 용역업체 소속이지만 실제 사용자는 학교 당국임을 이제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대책위는 "(학교가) 자신들이 용역업체와 공모해서 청소노동자를 해고해놓고 무관한 일이라고 발뺌하고 있다"며 "청소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면 예산이 늘어나고 학생들의 등록금이 오를 것이라는 황당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학교 측을 비판했다.
대책위는 신라대가 청소노동자들은 직고용할 경우 오히려 예산이 줄어든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관리자 역할만 하는 용역업체를 두는 데 불필요하게 총 용역비의 27%나 들어간다"며 "신라대는 약 1억 8천만 원을 불필요하게 용역업체에 헌납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직접고용하면 고용안정과 예산절감, 이미지 쇄신까지 3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외면하고 거부하고 있는 비상식적인 신라대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고 성토했다.
반면 학교 측은 직접고용 등 노동자들의 처우개선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고 토로했다. 신라대 사무처 관계자는 "직접고용은 정부가 분위기를 조성하면 학교도 정책적으로 추진하겠지만, 다른 대학들도 청소를 용역업체에 맡기는 실정에서 우리만 직접고용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 관계자는 "노조의 요구가 학교가 단번에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이고 노조의 요구에 독소조항이 많다는 지적이 있는 만큼 정비가 필요하다"며 "학교 차원에서는 원만한 해결을 바라고 있지만 서로의 양보가 쉽지 않은 만큼 문제 해결까지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