칡부엉이는 국내에서는 매우 드물게 월동하는 조류로 천연기념물 324-5호로 지정되어 보호를 받고 있다. 머리에 귀처럼 보이는 깃털(귀깃)이 있다. 이 귀깃이 있으면 부엉이류이고 없으면 올빼미류로 분류된다. 나무와 비슷한 갈색과 검은색의 무늬로 되어 있어 낮에 앉아 있으면 통나무처럼 보이기도 한다. 칡부엉이는 주로 설치류 쥐를 주로 잡아먹는 야행성 조류이다.
이런 칡부엉이가 대전에서 월동하고 있는 것을 대전환경운동연합이 최근 확인했다. 대전환경운동연합과 한남대야생조류연구회는 지난 1월 14일 갑천답사 도중에 우연히 칡부엉이를 처음 관찰했다. 이후 월동 가능성을 가지고 2월 2회의 답사를 통해 갑천하류 탑립돌보(전민동)에 월동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칡부엉이는 3월 26일까지 월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마지막 답사는 3월 28일 오전 10시에 진행했지만, 월동지를 떠나 북상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칡부엉이가 주 월동지의 휴식처로 이용했던 곳은 갑천 탑립돌보의 외부에 위치한 작은 수로였다. 수로주변에 작은 관목들이 자라고 있는 나대지였다. 다행히 갑천에 형성된 둔치에 대규모 갈대와 달뿌리풀 군락이 위치하고 있어, 이곳에 다양하게 서식하는 설치류(쥐류)를 먹이로 하여 월동을 한 것으로 생각된다.
이번에 월동을 마치고 떠난 지점에는 월동의 흔적을 그대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팰릿과 배설물을 확인 할 수 있었다. (팰릿: 올빼미과 조류들은 소화가 되지 않는 깃털과 뼈들을 다시 입으로 토해내는데, 이것을 팰릿이라고 한다.)
칡부엉이의 이번 대전 도심관찰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주로 초지, 농경지, 산림지에서 생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야산과 농경지가 발달한 지역에서는 관찰이 많이 있지만 대전과 같은 대도시에서의 관찰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욱이 국내에서 보호종으로 쉽게 관찰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때문에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같은 지역에 월동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관찰되었던 서산천수만이나 금강하구 등지에서는 매년 월동을 위해 같은 지역을 찾아오고 있다. 이런 국내 도래 형태를 보면 같은 대전을 찾은 칡부엉이도 2014년 겨울 다시 찾아올 가능성이 높다.
대전은 이밖에도 흰목물떼새(멸종위기종), 큰고니(천연기념물 201호-매년)가 매년 찾아오고 있다. 흰꼬리수리(천연기념물 234-4호-2013년), 매(천연기념물 323-7호-2009년), 부채꼬리바위딱새(2010년), 아메리카홍머리오리(2013년), 참매(천연기념물 323호-2012년) 등의 희귀조류와 보호종들이 최근 꾸준히 관찰되고 있다.
때문에 대전지역의 생태계와 환경변화에 세심한 조사를 통해 보호가 필요한 지역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보전대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도시의 특성상 부족한 먹이공급이나 인공적인 서식처 확보 등의 다양한 노력들이 병행된다면, 생물과 사람이 공존하는 생태도시 대전으로 거듭 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칡부엉이가 찾아온 갑천유역에 하천의 개발이 필요할 경우 다양한 생물서식현황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인간과 생물이 공존하는 대전을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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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동한 칡부엉이의 모습 칡부엉이가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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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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