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서울시장 선거에 나선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이 31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컨벤션홀에서 '33한 서울, 88한 경제' 비전선포식을 열고 첫 정책공약을 발표했다.
서울시민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안전·친환경·일자리'에 '사다리·일자리·울타리' 등 복지 3축을 연결, '33한 서울'을 만들고 8가지 주제에 따라 분류된 총 64(8x8)개 전략과제를 이행해서 '88한 경제'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정 의원은 "대한민국의 심장인 서울이 언제부터인가 활력을 잃고 잠들었다"라며 "잠자는 서울을 깨우기 위해 '일·복(일자리와 복지)' 터진 시장으로서 제가 할 일을 여러분께 밝히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속살을 드러낸 공약 중 일부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한강르네상스'와 상당히 닮아있었다. 정 의원은 서울과 중국 청도·상해 간 뱃길을 완성하는 '서울을 다시 항구도시로'란 공약을 내세웠고 새빛둥둥섬 재활용 및 노들섬 문화예술공간 설치 등을 밝혔다. 오 전 시장의 '한강르네상스' 사업이 대표적인 토건·전시사업으로 비판받은 점을 감안할 때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여의도에서 청도 오가는 뱃길 열어 서울을 항구도시로"
정 의원은 이날 연극인 손숙씨, 김승현 전 아나운서와 문답을 나누며 64개 전략과제 중 주요한 과제 몇 가지를 골라 설명했다.
▲ 중견기업·대기업 본사 유치 등을 골자로 한 강북 엔터프라이즈존 지정 ▲ 은평-강북-도봉 북한산벨트 친환경 관광특구 지정 개발 ▲ 공공기관 이전부지 벤처산업단지 조성 ▲ 서울시 유휴부지 신규투자 추진 ▲ 마곡지구 산업단지 개발 등이 서울 개발 청사진으로 제시됐다.
또 ▲ 일자리재단 설립 ▲ 시장 직속 중소기업진흥특위 설치 ▲ 공공장소 무료 와이파이존 조성 ▲ 얼리버드 우대 교통요금 체계 추진 ▲ 무한돌봄제도 시행 및 초등학교 돌봄학교 확충 등의 복지·일자리 공약도 제시됐다.
오세훈 전 시장의 정책과 유사한 공약들이 단연 눈에 띄었다. 우선, '활기찬 강북만들기' 주제의 첫 번째 세부과제인 '동부간선도로 일부 지하화'는 오 전 시장 때 추진됐다가 지난 2011년 박원순 시장 취임 후 한 차례 보류됐다가 올해 1월 재개하기로 한 사업이다. 유보 당시 사업비 1조3300억 원이 소요되는 대규모 토건사업으로 지목된 바 있다.
정 의원은 "'동부간선도로' 중 중랑천 지역은 상습침수구역"이라며 "군자~상계 및 대치~군자 구간을 지하화 한 후 상층부는 수변공원으로 조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변공원화 계획 역시 오 전 시장과 꼭 닮았다. 오 전 시장은 2009년 서울 동북권 르네상스를 발표하며 중랑천(4.3km)에 뱃길과 수변문화공간을 조성하려 했다.
'한강 접근성 향상을 위한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 일부구간 지하화' 역시 오 전 시장이 2008년 발표한 구상 중 하나다. '한강 르네상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한강 수변지역에 대한 시민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었다. 박원순 시장은 이를 지난해 4월 지역 여건을 고려해 장기적으로 추진하되, 민간사업 주체만이 아니라 공공도 적극 참여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오 전 시장의 정책과 가장 닮은 공약은 한강을 '서해뱃길'로 사용하겠다는 점이다. 정 의원은 "상상해보시라, 여의도 마포에서 배를 타고 중국 청도와 상해로 직접 가는 것"이라며 "서울의 뱃길을 열어서 바다와 이어지는 서울, 생각만 해도 시원하지 않나"라고 주장했다. 또 "작년 중국 관광객 100만 명 이상이 배를 타고 왔다"라며 수요 역시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오 전 시장 역시 이를 '서해뱃길사업'으로 추진한 바 있다. 그러나 감사원은 지난 2011년 6월 "수요예측을 잘못해 경제적 타당성이 부풀려졌다"라며 사실상 약 4000억 원의 적자 발생 가능성을 경고한 바 있다.
정 의원이 박원순 시장과 '텃밭' 논쟁을 벌였던 노들섬 활용방안도 오 전 시장과 비슷하다. 오 전 시장은 노들섬에 오페라하우스를 건설하려 했다. 정 의원은 오페라하우스 대신 대형관람차인 '아시아의 횃불'을 설치하고 나머지 공간은 문화예술 공간으로 채우겠다고 공약했다.
그는 "서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한 해에 1000만 명인데 '가볼만한 곳이 어디냐'고 묻는다"라며 "연 330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런던아이'나 일본에서 계획 중인 '니폰문'과 같은 대형 관람차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이날 자신의 어린시절 한강 백사장에서 가족과 찍은 사진을 제시하면서 서울 뚝섬·광나루·여의도·반포 등 한강변에 백사장을 만들어 '서울시 명물'로 조성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 역시 오 전 시장 당시 시도됐던 정책이다. 당시 잠실·잠원·뚝섬·여의도·양화·망원 시민공원 일부 구간에 50cm 두께로 모래를 깔아 '비치선탠장'으로 이용토록 했지만 이용객은 적었다. 한강변이 아닌 고수부지에 조성된다가 한강의 조수간만 차나 날씨 등으로 모래들이 휩쓸려가거나 진흙탕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박 시장도 지난해 7월 이를 시도하려다 한강의 조수간만 차를 고려 올해로 조성시기를 미루고 장소를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원은 이같은 공약 이행에 따른 소요 예산 추정치 등은 밝히지 않았다.
용산사업 재추진 및 재개발 활성화 의지 내비쳐정 의원은 오 전 시장 때 사업영역을 무리하게 확대하다 좌초한 용산개발 재추진 의사도 재차 확실하게 밝혔다. 그는 "용산 개발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며 "박원순 서울 시장은 다소 한가한 입장이지만 저는 어려운 쪽을 택해서 열심히 한 번 해보겠다"고 각을 세웠다.
"조례 규제공화국을 확실하게 타파하겠다"라며 재개발·재건축 활성화 의지도 내비쳤다. 그는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신규 주택공급량 절반이 재개발·재건축에서 나온다"라며 "재개발·재건축을 안 하는 건 자유지만 매년 공급되던 주택공급량 절반을 어떻게 만들지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주택정책은 잘만 하면 서민을 문자 그대로 중산층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라며 "민간주택시장 활성화를 위해 규제 완화를 적극적으로 해보겠다"고 밝혔다.
한편, 정 의원의 비전선포식 현장은 마치 대선 출정식 같았다. 컨벤션홀 600석 좌석은 가득 찼고, 자리를 찾지 못한 이들은 서 있거나 맨바닥에 주저 앉았다.
내빈들의 면면도 화려했다. 황우여 당대표와 한기호·유수택·정우택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와 '경선 경쟁자'인 이혜훈 최고위원, 김성태·김을동·류성걸·김기현·권성동·여상규·김태호·이자스민 등 현역 의원 다수가 현장을 찾았다.
박희태 전 국회의장과 조순 전 서울시장, 김동길 서울대 명예교수 등도 자리했고 배우 김영철·정준호 등 스포츠 문화 예술인들도 모습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