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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는 31일 오후 현안 관련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28일 발표된 감사원 감사 결과를 적극 반박했다.
KBS는 31일 오후 현안 관련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28일 발표된 감사원 감사 결과를 적극 반박했다. ⓒ 선대식

'방만 경영' 낙인이 찍힌 KBS가 감사원 감사 결과를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하지만 '불편한 진실'을 숨긴 채 대책마련보다는 자신의 주장만 일방적으로 홍보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는 '방만 경영' 이미지가 확산되면, KBS 최대 현안인 수신료 인상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판단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KBS는 31일 오후 '현안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홍구 KBS 부사장을 비롯해 경영진이 대거 모습을 드러내, 감사원 감사 결과를 반박했다. 지난 28일 감사원은 '한국방송공사 및 자회사 운영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팀장급인 2직급 직원을 포함한 상위직급이 전체 직원의 57.1%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방만 경영'으로 2012년 KBS가 적자를 기록했다고 꼬집었다.

KBS 직원들은 관리직급과 1~7직급으로 분류된다. 국장에 임명될 수 있는 관리직급과 1직급(전체 직원의 8.04%)은 최고위직급으로 분류된다. 논란의 핵심은 전체 직원의 49%에 달하는 2직급이다.

KBS는 기자회견에서 "2직급은 상위직급이 아니다"라는 주장을 펼쳤다. 전홍구 부사장은 "2직급 직원은 현장에서 팀장과 평직원으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장·팀장의 다수가 2직급이다, 2직급은 상위직급으로 운용되고 있다"는 감사원의 지적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불편한 진실을 숨긴 KBS

KBS는 관리직급을 비롯한 1~7직급 직원 4812명 중에서 2직급 이상 상위직급 직원은 57.1%인 2745명에 달한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를 두고 "감사원이 오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홍구 부사장은 "2직급은 상위직급이 아니기 때문에, 관리직급과 1직급만 상위직급"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불편한 진실'을 숨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3년 10월 현재 부장·팀장 647명 중 87%인 563명이 2직급이다. 또한 2직급 평균보수는 직원 전체 평균보다 1600만 원가량 많다. 감사원은 "2직급은 부장과 팀장으로 보임이 가능한 상위직급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3직급으로 근무한 지 5년이 경과한 자 중에서 2009~2013년 평균 43.9%를 2직급으로 승진시킴으로써, 2직급 이상 상위직급 비율이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KBS 직원 수는 줄고 있는데 상위직급 직원들이 늘고 있다는 데 있다. 이는 하위직급 직원 숫자를 줄였다는 뜻이기도 하다. KBS 직원은 2008년부터 2012년까지 400명 줄었다(5212명→4812명). 반면 상위직급 직원은 2459명에서 2745명으로 늘었고, 하위직급(3직급~7직급) 직원은 2753명에서 2067명으로 줄었다. 그 결과 전체 직원 중 상위직급 비율은 2008년 47.2%에서 2012년 57.1%로 늘어났다.

이 같은 비율은 주요 공공기관 중에서도 월등히 높은 것이다. 감사원이 금융위원회 소관 9개 공기업과 시장형·준시장형 30개 공기업 등 39개 공공기관의 상위직급 비율을 조사한 결과, 상위직급 비율이 40%를 넘은 곳은 단 두 곳에 불과했다. 한국예탁결제원과 부산항만공사의 상위직급 비율은 각각 50.5%와 40.6%로 KBS보다 낮았다.

KBS는 관리직급과 1직급 등 최상위 직급 직원 중 59.7%가 '무보직자'라는 감사 결과도 반박했다. 회사는 "각종 현업에 배치돼 숙련된 경험과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우수한 KBS콘텐츠를 생산해내고 후배들에게 축적된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면서 "보직이 없다는 이유로 '한가롭게 시간을 보낸다'는 식으로 알고 있는 것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여기에도 불편한 진실이 감춰져 있다. KBS가 2013년 7월 외부업체에 의뢰해 작성한 조직진단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고위직급 무보직자가 심의실, 라디오센터, 송신소 등에 근무하면서 업무량이나 인건비에 비해 인력이 과다 투입되거나 핵심업무가 아닌 모니터링 등을 수행하고 있는 등 업무 수행의 비효율 우려가 상존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감사원은 2009년 693억 원의 흑자를 기록한 KBS가 2012년 62억 원의 적자를 기록한 이유 중 하나로 인건비 상승을 꼽았다.

KBS는 감사원의 11가지 지적사항과 관련해, 비상대책기구를 가동해 강도 높은 자구노력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방만경영' 딱지가 붙은 KBS의 최대 현안 사업인 수신료 인상에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금 KBS는 공영방송이 아니라 관영방송, 종박방송으로 전락해 수신료 인상을 언급하기조차 불가능하다"며 "심지어 방만 경영으로 국민이 내는 수신료가 줄줄 새는 상태라면 수신료 인상은 언급할 가치조차 없다"고 지적했다.


#KBS방만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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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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