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목희 의원은 기자를 보자 대뜸 "싸움 붙이려고 왔지?"라고 했다. 그러고는 "싸움 붙여야 해"라고 말했다. "싸움에서 이길 자신이 있냐?"라고 묻자 "국민을 믿고 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기초선거 무공천' 방침을 두고 하는 얘기다. 현재 새정치민주연합 내부는 "기초선거 무공천 시 지방선거에서 참패한다, 무공천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과 "약속을 지켜야 한다, 이를 번복하면 더 크게 패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 의원은 일단 "시한을 딱 정해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기초 선거 공천 제도 폐지'를 촉구하고, 이를 위해 김한길-안철수 대표가 전면에서 130명 의원 전원이 강력하게 투쟁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그런데도 정부 여당에 변화가 없다면 전 당원 혹은 중앙위원을 대상으로 기초선거 무공천 방침 의견을 다시 수렴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의견을 재수렴하면 무공천 방침을 번복하자는 의견이 다수일 거라는 게 그의 예측이다. 그는 "모든 걸 해보고 안 되면 의견을 다시 물어야 한다, 그것이 기초선거를 준비해 온 사람들을 대하는 최소한의 예의"라며 "당과 지역 발전을 위해 몇 년을 준비해 온 사람들을 사지로 몰아 넣는 건 당이나 정치인, 지도자가 할 일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 의원은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에는 "약속을 안 지켜서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면 석고대죄해야 할 위악이지만, 기초선거 무공천 약속 번복은 국민에게 엄청난 피해가 돌아가는 건 아니다"라며 "그런 점에서 '무공천'을 죽어도 번복해서는 안 될 그런 문제로 보진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는 김한길-안철수 대표를 향해 "자신의 소신이 있다면 대중을 설득해야지만 그런데도 다르게 결론 나면 그걸 따라야 한다"라며 "대중의 뜻에 따라 물러설 줄도 아는 것이 지도자의 기본 덕목"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31일 이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 전문.
"출마자 사지로 몰아넣기, 지도자로서 할 일 아냐"- 당의 기초선거 무공천 방침을 어떻게 보나. 지난 전당원 투표 때에는 '기초 선거 공천제도 폐지' 찬성 의견이 높게 나왔다. "예측한 결과다. 다만 그 투표가 '무공천'을 결정한 게 아니었다. 본래 당이 공천을 안 하는 건 옳지 않다. 기초의원은 정당정치의 뿌리다. 정당이 기초의회에서부터 공천하고 사람을 길러야 정당이 뿌리박을 수 있다. 그렇다면 왜 당원이나 국민 다수가 공천제 폐지를 찬성했나. 그동안 보여왔던 공천 행태가 올바르지 않은 측면이 있고, 옳지 않은 사건이 과장되거나 왜곡되어 보도됐기 때문이다. 그게 합쳐져 자꾸 국회가 뭘 내려놔야 하는 게 개혁인 것처럼 흘러갔다. 사실 국회를 강화해 국민 뜻을 잘 실천하는 게 정치의 본령인데 다른 방향으로 흘러왔다."
- '기초선거 무공천'을 고리로 합당한 거 자체가 잘못 끼워진 첫 단추 아닌가? "통합 자체는 훌륭하다. 다만 통합할 때 고리를, 야권 지지자의 요구를 받들고 이걸 전면에 세우고 갔으면 좋았을 텐데…무공천을 두고 결합한 건 조금 아쉽다."
- 지도부는 '기초선거 무공천'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의견을 강하게 피력하고 있다. "약속은 지키는 게 맞다. 그런데 한 개인이나 집단이나 모든 약속을 다 지킬 수는 없다. 약속을 안 지킨다면 그 약속이 어떤 약속이냐가 중요하다. 약속을 안 지켜서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면 석고대죄해야 할 위악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기초연금, 4대 중증질환 보장, 경제민주화 등의 약속을 안 지키는 것이 그 예다.
그러나 공천제 폐지 약속을 어겼을 때 국민에게 엄청난 피해가 돌아가는 건 아니다. 공천에 문제가 있으면 법을 어긴 자를 강력하게 처벌하고 패가망신하게 만들면 될 일이다. '기초선거 무공천' 약속을 지키는 건 앞선 약속과 결이 다르다. 애초에 우리가 약속한 것 역시 '기초선거 공천제도 폐지'였지 '무공천'이 아니었다. 그런 점에서 '무공천'을 죽어도 번복해서는 안 될 문제로 보진 않는다."
- 결국 지도부가 한 발짝 물러서야 한다는 것인가. "지금 제일 중요한 건 일단, 약속을 지키라고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강하게 요구하고 이를 위한 행동으로 우리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구체적인 투쟁의 행태를 말하진 않겠지만 '기초선거 공천제 폐지' 서명운동 이런 것들은 야권의 열성 지지자들이 바라는 형태는 아니라고 본다. 정치라는 건 결국 우리 지지자를 향해서 펼치는 거 아닌가. 여론 형성 역량을 지닌 야권 열성 지지자들의 요구가 뭘까, 그건 강력한 투쟁이다."
- 강력하게 투쟁해도, 정부 여당이 기초선거 공천제 폐지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새정치민주연합도 무공천을 철회해야 한다는 생각인가. "시한을 딱 정해서 대통령에게 촉구하고, 두 지도부가 앞장서고 130명 의원 전부가 함께해서 강력하게 투쟁해야 한다. 국민 다수가 용인할 형태 가운데 가장 강력한 걸 선택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면, 그 때는 당내 총의를 수렴해서 방침을 정해야 한다. 대상은 전당원일 수 있고 중앙위원일 수도 있다.
한 쪽은 공천하고 한 쪽은 약속을 지키기 위해 무공천하는 상황을 두고 다시 당원과 지지자의 뜻을 묻게 되면, 확언할 수는 없지만, 무공천 방침을 번복하자는 의견이 다수일 거라고 생각한다. 모든 걸 해보고 안 되면 의견을 재수렴하는 게 옳은 길이다. 이것이 기초선거를 준비해 온 사람들에게 보일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다."
- 무공천이 유지된다면 지방선거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 거라고 보나."공천을 안 하게 되면 참패에 가까운 결과가 나올 거라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기초의원은 지역에서 정당활동을 하면서 계속 주민과 접촉하게 된다. 선거의 첨병 역할이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탈당해서 선거를 치른다? 설혹 당선돼도 이제 우리 당원이 아니다. 당 조직 근간이 무너진다.
또 기초의원 출마자들은 당과 지역을 발전시키기 위해 몇 년을 준비해왔다. 이런 사람들을 사지로 몰아넣는 거다. 당이, 정치인이, 지도자가 할 일이 아니다. 만일, 지방선거에서 패배하고 나면 지도부 책임론은 당연히 나올 얘기다. 당의 각 단위뿐 아니라 당원 혹은 지지자들 차원에서 얘기가 나올 거라고 본다."
"대중의 뜻이 있으면 물러설 줄도 알아야 한다"- 이대로 가면 지역 단위가 몰락해 총·대선 승리도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설혹 그렇지 않다고 해도 이건 도의가 아니다. 총·대선에서 바람이 불고 구도가 달라져서 이길 수 있다고 해도 지방선거 참패는 너무 아픈 일이다. 그 사람들을 이길 수 없는 싸움터로 내모는 걸 가장 견딜 수 없다."
- 두 대표에게 '설득의 메시지'를 전달한다면. "정치를 하려면 국민과 당원을 믿어야 한다. 지도자는 대중이 결정하면 따라야 한다. 자신의 소신이 있다면 일단 대중을 설득해야지. 그런데도 다르게 결론 나면 그걸 따르는 게 지도자다. 가장 기본 덕목이다. 대중의 뜻이 있으면 물러설 줄도 알아야 한다. 정당은 당원과 지지자의 지지와 신뢰 위에 존재하는 거다. 이걸 잊지 말아야 한다."
- 약속을 지키기 않아서 역풍을 맞을 거라는 우려도 있다."새누리당과 수많은 언론이 융단폭격을 할 거다. 그런데 앞서도 말했지만 정치는 국민을 믿어야 한다. 다수의 국민은 그런 데 현혹되지 않을 거라 믿는다. 같은 운동장에서 같은 룰로 뛰라고 말하는 분들이 대다수 일 거라고 본다. 우리만 무공천 하는 게 '원칙과 신뢰'로 직결된다고 보지 않는다. 정치의 본령을 지키는 게 도리어 원칙과 신뢰를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