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년 만에 국가추념일로 지정된 뒤 처음으로 치러지는 '제66주년 제주 4·3희생자추념식'이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불참한 가운데 치러질 전망이다. 희생자를 위로하고 국민 통합을 도모한다는 위령제 행사의 취지가 훼손될 전망이라 제주 4·3 관련 단체들과 유족들은 크게 분노하고 있다.
안전행정부(아래 안행부)는 지난 3월 18일에 제주4·3추념일을 국가추념일로 지정하기 위해 관련 규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를 통해 무고하게 희생된 영령들을 위령하고, 유족을 위로하며 '제주4·3특별법'의 기본 목적인 국민대통합을 도모하기 위한다는 명목이다. 4·3추념일이 국가추념일로 지정되면서 올해부터 치러지는 4·3 관련 행사는 정부가 주관하게 됐다.
국가추념일 지정은 제주 4·3 피해 영령들과 유족들을 위로하는 국가적 조치로 읽힌다. 지난 2000년 제주4·3특별법이 제정된 이래, 2003년 진상보고서가 채택되고 2005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국가 공권력에 의한 희생을 언급하며 공식 사과를 한 것에서 한 발자국 더 나간 것이다.
때문에 정부가 국가추념일 지정을 발표하자 제주 4·3 유족들은 물론이고 여야, 진보-보수를 떠나 모든 제주도민이 환영했다. 그리고 박 대통령이 이번 위령제에 참석해 한 맺힌 4·3유족과 도민을 위로하고, 제주 4·3의 완전한 해결에 전기를 마련해주길 요구했다.
4월 3일, 대정부 질문 시작... 4·3추념식은? 제주도는 4·3희생자추념식을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 방기성 행정부지사를 단장으로 추념식지원단을 꾸렸고, 박근혜 대통령의 참석에 대비해 행사 홍보 및 행사 진행 지원까지 모든 준비를 마쳤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4·3희생자추념식 참석 여부는 행사 하루 전까지도 감감무소식이다. 행사 준비 측에서는 대통령의 불참이 확정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실망하는 분위기다.
그런데 문제는 국무총리와 주무장관인 안행부 장관마저도 불참할 수 있다는 점이다. 4월 1일에 임시국회의 막이 오르고 대정부 질문이 4월 3일부터 8일까지 진행된다. 4월 3일이 대정부 질문 첫날인 점을 감안하면 총리의 행사 참석도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안행부 방관은 현재 공석인 상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제주4·3희생자유족회와 4·3도민연대, 제주민예총, 4·3연구소 등이 대통령의 참석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지난 1일 오후 5시 제주4·3평화기념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4·3 유족뿐만 아니라 제주도민들은 박 대통령이 국가추념일 지정에 결단을 내린 결과임을 잘 알고 있다"라고 전제한 뒤, "이에 즈음해 박 대통령의 4·3희생자추념식 참석은 4·3 해결을 위한 상징성이 크다"라고 박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대표 인사들의 추념식 참석을 거듭 요청했다.
기자회견 말미에 정문현 4·3유족회장은 "국가추념일로 지정해 놓고 대통령도 국무총리도 안오면 어떻게 하느냐"라며 "만약 그렇게 된다면 4·3희생자추념식에 참석하지 않겠다"라고 밝혔다. 정 유족회장은 제66주기 4·3희생자추념식에서 공식 인사말을 할 예정이다. 정 유족회장의 발언에서 대통령이 불참할 경우 추념식 인사말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읽을 수 있다. 국가추념일로 지정된 후 처음 치러지는 4·3희생자추념식이 자칫하면 '파행'으로 끝날 수도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