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대구시장 예비후보가 자신 있게 발표한 '박정희컨벤션센터' 공약에 대해 대구 곳곳에서 기자가 만난 시민들은 대체로 고개를 저었다. "표 얻겠다고 무리수를 던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관련기사 :
김부겸 '박정희 컨벤션센터' 건립 공약 논란)
김부겸 예비후보는 지난달 24일 대구 중구 서문시장에서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에서 최초의 야당 시장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산업화세력과 민주화세력의 화해를 위해 박정희컨벤션센터를 설립하겠다"라며 "광주의 김대중컨벤션센터와 교류하면서 두 세력의 역사적 화해를 통해 통일의 밑거름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지난 2일 경북대에서 만난 서아무개(22·여·대학생)씨는 "영·호남의 교류를 위한 방안이 '박정희컨벤션센터'밖에 없는 건 아니지 않느냐"라며 "박정희 전 대통령 추종자들의 표심을 끌기 위한 꼼수에 불과해 보인다"고 비판했다.
김아무개(23·여·대학생)씨도 "정작 지역 주민들에게는 큰 도움이 안 되는 공약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박정희컨벤션센터를 짓는 데 드는 막대한 비용은 대구시민의 세금으로 충당할 게 뻔하고 돈 낭비하는 것 밖에 안 된다"라며 "현실성 없는 공약"이라고 말했다.
지하철에서 만난 최영리(55·여·회사원)씨도 "실현 가능성 없어 보인다"라며 "설령 지어진다해도 우리 같은 일반 시민들은 별 관심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아무개(46·남·자영업)씨도 "김부겸 예비후보도 그렇고 선거철이라고 여기저기서 박정희 전 대통령 이름을 팔아 공약을 내세우는데 그런 현상은 보기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어떻게든 표 좀 얻어보자는 전략이자 꼼수 아니냐"라고 덧붙였다.
"박정희 이름 팔아 공약"김부겸 예비후보를 지지하는 시민들도 이 공약에 대해서는 환영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지난 2012년 총선 때 수성구갑 선거구에 출마했던 김부겸 예비후보에게 투표했다고 밝힌 김성태(36·남·회사원)씨는 "김 예비후보를 지지하지만 박정희컨벤션센터 공약은 무리가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좀 더 서민적이고 대중적인 공약을 앞세웠으면 좋았을 텐데"라면서 "안 그래도 박승호 새누리당 경북도지사 예비후보가 박정희시, 박정희역을 만들겠다느니 해서 욕먹는데 김부겸 의원도 그런 것 같아 안타깝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게다가 야당 후보인데, 이 공약 때문에 보수는 물론 오히려 진보 층의 표심도 잃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배아무개(30·여·학원강사)씨도 김부겸 예비후보의 지지자다. 그러나 배씨도 "솔직히 그 공약 듣고 솔깃한 사람은 몇 명 없을 것"이라며 "취지는 좋은데 방법(박정희컨벤션센터)이 잘못된 것 같다, 대구라고 무조건 박정희라는 키워드가 다 먹히는 건 아니"라고 비판했다.
반면 김 예비후보의 공약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민도 있었다. 박지훈(25·남·대학생)씨는 "전례가 없는 것도 아니고 광주에 김대중컨벤션센터가 있으니 대구에도 (박정희컨벤션센터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라고 전했다.
박씨는 "김대중 전 대통령은 노벨평화상을 받은 업적이 있고 박정희 전 대통령은 새마을 운동이나 경제 부흥을 한 업적이 있으니 대통령의 업적을 기린다는 뜻이 담겨 있다면 좋다고 생각한다"라며 "영·호남 화합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된다면 더 반가운 일"이라 말했다.
"야당 후보가 이런 공약 내세운 건 별로 달갑지 않다"대구시 남구에 있는 앞산공원에서 운동을 하던 이아무개(63·여·전업주부)씨도 "박정희 대통령은 우리나라 경제를 크게 성장시키고 근대화를 이룬 훌륭한 대통령"이라며 "박정희컨벤션센터 공약 자체는 나쁘지 않다"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이씨는 "박정희 대통령의 업적은 보지 않고 친일파니 독재니 하며 손가락질 해대던 야당 측에서 나온 후보가 이런 공약 내세운 건 별로 달갑지 않다"라며 손을 내저었다.
허아무개(66·남·택시기사)씨는 "박정희컨벤션센터가 지어져도 그 후가 문제"라고 우려했다. 허씨는 "박근혜 대통령 임기가 끝나고 정권이 교체된다면 박정희컨벤션센터를 문제 삼는 세력이 분명 있을 것"이라며 "박정희-박근혜 대통령 부녀를 곱게 보지 않는 야당들이 박정희컨벤션센터를 가만 두겠느냐"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여기는 대구고, 야당이 살아남긴 힘들다"라며 "애초에 김부겸 예비후보가 박정희컨벤션센터보다 더한 공약을 가져와도 당선은 힘들 거라고 본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김부겸 예비후보는 지난 3월 2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박정희컨벤션센터 공약이 보수층의 표심을 잡겠다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는 사회자의 질문에 "마음을 좀 열어주십사 하는 호소인 것은 맞다"라면서도 "근본적으로 대구라는 도시 혹은 대한민국 전체로 봤을 때 산업화 세력과 그분들의 공적, 민주화의 가치, 이런 부분들이 더 이상 적대하거나 서로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또한 3일 BBS 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에 출연한 김 예비후보는 "박정희 대통령을 존경하고 그분의 공적을 자랑하고 싶은 분들하고, 김대중 대통령의 공적과 그분 업적을 자랑하고 싶은, 이른바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의 갈등이 원초적"이라며 "이 두 세력 간의 역사적 화해가 이루어져야 이게 생산적 교류로 바뀔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구에는 과거 산업화 시대의 주역이었다는 자부심이 있고, 광주에는 또 오랜 민주화 과정을 거치면서 민주화 세력이라는 자부심이 있을 것"이라며 "이 자랑을 어딘가 드러내놓으면서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는 그런 과정이 필요하다"라고 박정희컨벤션센터 공약의 취지를 설명했다.
덧붙이는 글 | 박윤정 기자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지방선거 특별취재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