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마약이라고 한다. 한 번 발을 디디면 빠져 나오기가 어렵고 특히 당선이라도 되고나면 그 이후의 삶은 정치인으로서의 길을 가는 것이 보통이다. 초선이 되면 재선을 걱정하고, 재선 후엔 3선, 4선 아니면 더 큰 정치세계로 입문하려고 기를 쓰는 게 국회의원 뿐 아니라 시의원도 마찬가지다.
이런 시기에 재선 목포 시의원인 오승원 목포시의회 의장이 6.4지방선거에 불출마을 선언하였다. 그렇다고 도의원이나 시장선거에 출마하는 것도 아니다. 재선 시의원으로서 지역구인 목포시 상동, 용해동 주민들에게도 꽤 괜찮은 젊은 시의원이라고 인정받고도 있다. 특히 시의장이라고는 하지만 아직 50도 안 된 젊은 정치인의 갑작스런 은퇴 결정에 그 배경이 궁금했다.
- 불출마를 선언하고 나서 시의원으로서 감회가 새로울 텐데요?"저는 지난 2006년 40대 초반의 나이에 시의원에 당선 되었고 지난 8년 간 열심히 일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시의원이 되고 싶었던 이유는 시민운동을 하면서 장애인의 복지 문제에 관심이 많았었습니다. 그래서 당선이 되면 목포시 장애인들을 위한 실질적인 정책을 펴고 싶었죠.
그 결과 '목포시 장애인 휠체어 등 수리지원에 관한 조례' 제정을 추진하여 지금은 기초수급자와 차상위계층에게는 20만 원 이내, 일반장애인에게는 10만 원 이내의 수리비용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였습니다. 또한 장애인들을 위한 축제 및 체육회를 설립하여 지금은 시 예산을 지원받아 매 년 행사를 치르게 되었습니다.
그 외에도 시민들을 위해서 열심히 일 했다고 자부합니다만 솔직히 시민들은 저를 어떻게 평가할지 두려움이 앞섭니다. 아무쪼록 저 보다 열정적이고 능력 있는 후배 정치인이 등장해 제 지역구 시민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 주길 바랄 뿐이지 서운함은 없습니다."
- 시민들은 시의원들이 자신의 동네를 위해 무슨 일을 했는지 잘 모릅니다. 의장님께서는 한 가지만 꼽으라면 어떤 것이 있나요?"지금 목포 원도심 시민들의 편안한 안식처가 되어 있는 양을산 삼림욕장은 제가 재선 도전 할 때 핵심공약이었습니다. 많은 시민들이 양을산 삼림욕장에서 여가시간을 보내면서 즐거워하는 것을 보면 시의원이 되기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상동지역은 장애인이 많이 살고 계시죠. 이 분들도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일반인과 똑 같은 혜택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양을산 진입도로는 협소하고 비포장이어서 장애인들이 휠체어를 타고 올라가기가 불가능했죠. 그래서 제가 목포시에 진입 도로 개설을 주장하여 지금은 장애인들도 쉽게 양을산 삼림욕장을 드나들 수 있습니다. 저는 뭐니 뭐니 해도 제 8년 간 의정활동 중 가장 보람 있는 일이었다면 바로 양을산 삼림욕장 개설을 들겠습니다."
- 그렇다면 지역 정치에서는 완전히 손을 떼실 계획입니까?"저는 지금까지 줄곧 민주 당원이었고 앞으로도 민주당원(새정치민주연합)으로서 지역정치 발전에 참여할 것입니다. 물론 평당원으로서 말입니다. 지역정치 발전은 누구 한 사람의 노력만으로는 절대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당원, 당직자, 지역 국회의원, 도의원, 시의원 등 모두가 힘을 합쳐 지역발전을 고민할 때 지역 정치 뿐 아니라 지역 경제도 발전 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따라서 이제는 시의원이 아닌 평당원으로서 우리 목포의 발전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앞장 설 것을 약속드립니다. 그리고 시의원이 되기 전에 했던 시민운동 또한 계속 할 것입니다."
- 다른 시의원 들은 3선 도전, 도의원 도전 그리고 신인 들은 초선 도전을 하느라 온 시내가 난리인데 불출마를 결정하게 된 진짜 이유가 뭡니까?
"글쎄요. 그런 질문을 지금까지 많이 받았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제 나이가 호적이 한 살 늦게 돼서 마흔 아홉이지 실제는 쉰 살입니다. 어르신들이 들으시면 건방지다고 혼내시겠지만 오십이 되니 왠지 마음이 착찹해지더라구요.
기자님께서도 말씀 하시다시피 보통 정치에 입문하면 인생 끝까지 같은 길을 가려고 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지난 8년 간 시의원을 하면서 제가 하고 싶은 것은 다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도 남은 인생을 같은 시의원으로 산다면 나중 은퇴하고 나서 인생을 되돌아보았을 때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 인생은 두 번 산 것도 아니고 딱 한 번뿐이지 않습니까? 그리고 세상은 시의원 말고도 하고 싶은 일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그래서 불출마를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다른 동료 의원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시의원으로서 평생을 산 다는 것이 그렇게 인생을 잘 산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시의원으로서 화려한 면도 있지만 말 못할 고민들도 많습니다."
- 마지막으로 정치에 입문하려는 후배들과 그동안 지지를 보내주었던 시민들에게 한 말씀 하신다면?"시의원이라는 자리는 명예를 위해서나 아니면 단순히 봉사정신만으로는 잘 할 수 있는 직업은 아닌 것 같습니다. 자신만의 전문성을 가지고 시민을 위해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접근한다면 훌륭한 지방 정치인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후배들이 이 점을 가슴깊이 새겼으면 합니다.
그리고 지난 8년 간 저를 지지 해 주셨던 목포 상동·용해동 주민들께 진심으로 머리 숙여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기대에 못 미쳤던 점 용서해 주시고 앞으로 주민의 한 사람으로서 지역 발전에 동참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시의원 말고 또 다른 인생을 살고 싶다는 오승원 의장의 마음을 속 깊이 알 수는 없었지만 분명한 것은 떠날 시기를 알고 이를 실천하는 용기 있는 결단은 높이 사고 싶었다. 그리고 50대에 또 다른 세계에서 인생의 후반기를 보내려는 젊은 시의장의 도전이 아름답게 보였다. 또한 지난 2일 갑작스럽게 터진 목포 아파트 주차장 붕괴사건 해결을 위해 동분서주 하고 있는 모습에서 시의장으로서 책임감도 엿 볼 수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