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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8일째 단식 중인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 그는 5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만나 오는 4·19혁명기념일을 맞아 진행되는 10만 국민 촛불 행진 참여를 호소했다.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8일째 단식 중인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 그는 5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만나 오는 4·19혁명기념일을 맞아 진행되는 10만 국민 촛불 행진 참여를 호소했다. ⓒ 강민수

"같이 운동했던 사람들이 국회에 많이 가 있죠. 그래서 누군가 말을 하죠. 다들 (정치권에) 가는데 당신은 안 가냐고. 저는 바빠서 갈 여유가 없다고 말해요. 왜 바쁘냐고요? 우리 사회 민주화가 덜 됐잖아요."

또 단식이다. 몇 번째인지 가물가물하다. 마지막이 지난 2012년 한미-FTA 발효 반대 단식이었다. 더 이상은 안 하겠다고 다짐했으나 다시 거리에서 단식 중이다. 이번에는 민주주의 문제다. 그는 지난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벌어진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으로 민주주의가 송두리째 파괴됐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진상 규명이 부족하고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고 한탄했다. 단식의 이유였다.

4·19 혁명 54주년, 부정선거 규탄 10만 국민 행진 벌인다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 앞 농성장에서 8일째 단식 중인 박석운(60)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를 만났다. 농성장은 지난달 29일 '국정원 시국회의'가 ▲ 남재준 국정원장, 황교안 법무부장관, 김관진 국방부장관 파면 ▲ 국정원의 대선 개입 증거 조작 특검을 요구하기 위해 설치됐다.

농성장을 세우면서 그는 백은종 '서울의소리' 대표와 단식을 시작했다. 3일 후 무송스님이 단식에 동참해 세 사람이 나란히 농성장에 앉게 됐다. 지난해 6월 28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국정원 시국회의는 주말 촛불집회를 주관하는 등 국정원 대선 개입 책임자 처벌과 특검 요구 등의 활동을 벌여 왔다.

농성장이 들어선 이후 경찰과 충돌도 있었다. 비를 막기 위해 비닐을 씌웠더니 경찰이 불법 설치물이라며 철거해간 것이다. 집회를 신고한 합법 농성이지만 경찰 개입으로 단식이 쉽지 않은 상태다. (관련기사: 경찰의 시국회의 집회탄압, 도를 넘었다)

그가 쓴 몸자보에는 앞뒤로 '박근혜 OUT', '대선부정 특검실시'가 적혀 있었다. 그들 뒤로는 청계광장 소라탑이 솟아 있다. 20m 높이의 탑은 이름처럼 꼬여 있었다. 풀리지 않는 국정원 대선 개입을 보는 듯 했다.

이날 농성장에 관심을 가져주는 시민들이 눈에 띄었다. 한 시민은 모금함에 돈을 넣었다. 그는 "비 올 때는 우산도 주고 덮으라고 담요도 준 시민도 있었다"며 "한 시민은 김밥을 싸 왔는데 단식 한다니 다시 물을 사왔다, 정말 고마웠다"고 말했다. 그는 한 분, 한 분의 시민 참여가 이번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라 믿고 있었다.

시민의 힘을 모으기 위해 대규모 집회가 준비된다. 그가 속한 '국정원 시국회의'는 오는 '4·19혁명기념일'을 맞아 'AGAIN 4·19, 10만 국민 촛불행진'을 추진하고 있다. 풀리지 않는 국가기관 대선 개입 사건에 시민이 불을 붙이기 위해서다. 4·19 혁명은 3·15 부정선거에 분노한 국민이 거리로 나와 항의하면서 촉발됐다. 이승만 전 대통령이 하야하는 등 대한민국 민주화에 큰 획을 그은 역사적인 사건이다.

단식 때문인지 목소리는 갈라졌지만 또렷했다. "절박한 심정"이라며 그는 국민 행진 참여를 호소했다. 그는 "우리나라 역사에서 관건 부정 선거를 심판한 것이 4·19혁명"이라며 "국정원 대선 개입을 심판하기 위해 혁명 54주년에 이제는 국민이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소를 멈추지 않았다.

"국민의 선거권을 도둑질 한 것에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있습니다. 더 방치하게 되면 한국 민주주의는 되살리기 어렵습니다. 4·19 혁명의 정신을 54년 만에 재현해 봅시다."

"안철수 대표 면담 요청, 박 대통령 눈도 깜짝 안 할 것"

'진실은 성역없이...' 박석운 진보연대 공동대표가 지난2월 13일 오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국정원 시국회의 주최로 열린 '국가기관 대선개입 특검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진실은 성역없이...'박석운 진보연대 공동대표가 지난2월 13일 오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국정원 시국회의 주최로 열린 '국가기관 대선개입 특검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 양태훈

야당을 향해서 그는 쓴소리를 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낭만적 낙관론에 빠져 있다는 지적이었다. 그는 "'또 그럴까'하는 '나이브'한 생각은 더 이상 안 된다"며 "(국정원 사건) 특검 관철과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내걸고 박근혜 정권과 전면전을 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안철수 대표가 청와대 가서 면담 신청한다고 해도 박 대통령은 눈도 깜짝 안 할 것"이라며 "새정치연합 의원들이 국회에서 집단 단식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도 야당과는 함께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마음에 안 들더라도 어깨를 걸어야 한다는 것이다. 세상을 바로잡기 위해서다.

"희망만으로는 세상이 안 바뀝니다. 다르지만 '따로, 또 함께 해야한다'는 것입니다. 여러 갈래의 물을 모아서 큰 강물을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그래야 바다로 갈 수 있습니다."

그는 6·4 지방선거를 앞두고서 우려했다. 지난 2012년 대통령 선거와 같은 관건 부정선거가 재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달라지지 않았겠느냐'는 질문에 "남재준·황교안·김관진이 그대로 있고 국군 사이버 사령부도 그대로다"며 "그들이 처벌 받지 않는 상황에서 이번 지방선거는 해보나 마나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그런 우려가 없기를 박 대통령에게 당부했다. 당부는 남재준·황교안·김관진 장관을 파면하고 특검을 수용해달라는 요구였다.

"박 대통령은 선거 3일 앞두고 토론회에서 말했어요. 국정원 댓글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으니 문재인 후보가 책임져야 한다고요. 당시는 그랬지만 이후, 검찰 수사로 국정원의 대선 개입이 밝혀졌습니다. 이제는 박 대통령이 책임져야 할 때입니다."

그는 오는 19일까지 단식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석운 대표#박근혜 대통령#국정원 대선개입#남재준 국정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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