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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전자신문>의 전면전이 벌어졌다.

삼성전자가 지난 3일 '갤럭시S5 생산 차질' 문제를 보도한 <전자신문>과 기자를 상대로 3억 원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 것. 이에 대해 <전자신문>도 6일 해당 기사가 오보가 아니며 삼성의 '언론 길들이기'라고 맞섰다. 한발 더 나아가 <전자신문>은 7일자 1면부터 3개면에 걸쳐 삼성전자의 '협력사 쥐어짜기' 실태를 집중 보도했다.

대기업과 산업 전문지가 법정 소송까지 벌이는 건 이례적이다. 종종 갈등이 있더라도 적정 수준에서 '타협'하거나, 그도 안되면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해 반론이나 정정보도를 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도대체 둘 사이엔 어떤 일이 벌어진 걸까.

갤럭시S5 생산 차질 기사에 삼성 '발끈'... 전자신문 "언론 길들이기"

 삼성전자 갤럭시S5 부품 공급 차질 문제를 지적한 전자신문 기사. 위는 3월 17일자, 아래는 3월 25일자.
삼성전자 갤럭시S5 부품 공급 차질 문제를 지적한 전자신문 기사. 위는 3월 17일자, 아래는 3월 25일자. ⓒ 전자신문

지난 3월 17일 <전자신문> 21면에 실린 '출시 코 앞 갤럭시S5, 카메라 렌즈 수율 잡기에 안간힘'이란 기사가 발단이었다. <전자신문>은 당시 출시를 앞둔 삼성 스마트폰 갤럭시S5에 들어갈 1600만 화소 카메라 모듈용 렌즈 수율이 20~30%에 그쳐 생산 차질이 생길 공산이 크다고 보도했다. 생산 수율은 원재료 투입량 대비 제품 생산량을 뜻하는 것으로, 불량률과 반대 개념이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갤럭시S5 렌즈 수율에 문제가 없고 생산 차질도 없다"며 정정보도를 요청했다. 삼성은 유독 갤럭시S5 관련 기사에 민감했다. <디지털타임스>도 지난달 5일 온라인판에 "지문인식센서 결함으로 갤럭시S5 초기 생산 물량 130만 대를 전량 폐기했다"고 보도했다, 삼성이 항의하자 기사를 삭제하고 다음날 신문 1면에 정정보도까지 내보냈다.

그러나 <전자신문>은 달랐다. 정정보도는커녕 지난달 25일 '삼성전자, 갤S5용 1600만 화소 렌즈 수율 확보 산 넘어 산'이란 후속 기사까지 내보냈다. "렌즈 금형 문제는 풀었지만 이번에는 렌즈 코팅·해상도에서 또 다른 암초가 등장"해 역시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반박이라도 하듯 삼성전자는 3월 27일 SK텔레콤을 통해 갤럭시S5를 조기 출시했다. 하지만 초기 공급 물량이 1천여 대 수준에 불과해 '생산 차질' 논란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전자신문>은 3월 28일 1면에 신종균 삼성전자 IM부문 사장의 '말바꾸기'를 비판한 '갤럭시S5 조기 출시, 신종균의 '허언장담''이란 기사를 싣는 등 삼성 비판 기사를 쏟아냈다.

결국 삼성전자는 지난 3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전자신문>과 기자를 상대로 정정 보도와 3억 원 손해 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삼성은 4일 자사 블로그 '삼성 투마로우'를 통해 소송을 제기한 이유를 상세하게 실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5 카메라 렌즈 모듈에 문제가 있다는 <전자신문>의 두 차례 보도는 출시도 안 된 갤럭시S5의 제품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면서 "두 차례에 걸쳐 정정보도를 간곡히 요청했음에도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어 삼성전자도 최소한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법에 호소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삼성은 중국 큐큐닷컴(qq.com)과 지에스엠(GSM)아레나 보도를 언급하며 "같은 내용의 기사가 해외 온라인을 통해 확산되고 있어 앞으로 공식 출시될 경우 전 세계 소비자들이 품질에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갖고 갤럭시S5의 구매를 주저하거나 구매 의사를 철회해 제품 판매는 물론 그동안 세계 시장에서 쌓아온 회사 이미지에도 큰 악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른바 '언론 길들이기' 의혹을 차단하려는 의도였지만 오히려 사건은 커졌다. <전자신문>은 6일 "삼성전자가 '오보'라고 적시하며 소송의 대상으로 삼은 <전자신문> 보도는 사실에 근거한 것으로 오보가 아니다"라면서 "삼성전자와 글로벌 출시를 앞둔 스마트폰 신제품에 대해 흠집을 내려 한 것이 아니라 강도 높은 혁신과 소재부품 수급방식 개선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더 높여가라는 의미로 내보낸 기사"라고 공개적으로 반박했다.(삼성전자가 제기한 민사소송에 대한 입장)

한 발 더 나아가 "삼성전자가 이러한 <전자신문>의 보도에 보여준 행태는 글로벌 초일류 기업을 목표로 하는 회사가 보여줄 만한 것이 아니다"라면서 "자사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고, 입맛에 맞지 않는 기사를 썼다고 해당 언론사와 기자들에게 억대 소송을 거는 행위는 충분히 '언론 길들이기'로 비춰질 만하다"고 공세를 취했다.

공세는 바로 '행동'으로 이어졌다. <전자신문>은 7일자 3개면에 걸쳐 삼성전자 협력사들의 실태를 집중 조명했다. '연봉 50% 성과 잔치할 때 협력사는 '마른 수건'만 짰다'는 제목 그대로, 삼성전자 무선사업부가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수익을 거뒀지만 협력사들의 수익성은 더욱 악화돼 빚더미에 앉았다는 내용이었다.

또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사업보국' 정신 후퇴와 정치권에서 불거진 삼성전자 '증세론'까지 거론했다. 한발 더 나아가 장지영 <전자신문> 정보방송과학부장은 '하루 판매량 7000대가 대박이라고?'라는 제목의 데스크 칼럼에서 삼성의 언론플레이를 비판했다. 말 그대로 '전면전'을 선언한 셈이다.

이에 삼성전자는 "전자신문은 오보의 피해자를 가해자로 몰고 있다"며 반격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이날 오후 7시 30분쯤 자사 블로그에 재반박하는 글을 올렸다. 우선 "전자신문 기사가 보도될 당시 갤럭시S5에 적용할 카메라 렌즈 생산 수율은 55% 수준이었다"고 구체적 수율을 공개하고, "일반적으로 양산이 본격화되면서 수율은 계속 상승하기 때문에 양산 초기에 이 정도 수율이 나오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수준"이라고 주장했다.(삼성전자 2차 입장 보기)

또 이날 전자신문 비판 보도에 대해서도 "하루에만 10건에 달하는 기사를 동원해 삼성전자를 비판하는 것을 보면서 전자신문이 기사를 무기화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면서 "사실이 아닌 오보를 게재하고도 이를 바로 잡아 달라는 기업의 요청에 대해 '언론 길들이기'라며 역으로 비판기사를 쏟아 내는 것까지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전자신문 "갤럭시S5 후속 보도 준비중"... 삼성 "우리가 피해자"

 삼성전자는 4일 전자신문 갤럭시S5 보도 관련 소송 이유를 자사 블로그를 통해 알렸다.
삼성전자는 4일 전자신문 갤럭시S5 보도 관련 소송 이유를 자사 블로그를 통해 알렸다. ⓒ 삼성전자

<전자신문>은 다른 경제전문지와 마찬가지로 평소 '친삼성 매체'로 불렸다. 실제 삼성전자는 <전자신문>의 최대 광고주이기도 하다. 그런 <전자신문>이 편집국 차원에서 전면 대응에 나선 데 대해 내부에선 삼성이 언론사의 '마지막 자존심'을 건드렸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자신문 한 부장급 기자는 "그동안 논조가 보수적이었고 광고주 등 외풍에 많이 흔들렸던 것도 사실"이라면서 "노조 공보위를 중심으로 내부에서 변화를 요구해온 시점에서 삼성이 사실관계가 명확한 기사까지 오보라며 과잉 반응을 해 전면전 양상으로 번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사건의 발단이 된 갤럭시S5 부품 수급 관련 보도는 협력사를 통해 정확히 취재한 사실 보도"라면서 "이번주 안에 이와 관련한 후속 보도도 내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면 삼성전자 관계자는 "사실 관계(팩트)가 잘못돼 두 차례나 수정을 요청했는데도 받아들이지 않았고 잘못을 바로 잡지 않으면 사실로 받아들일 수 있어 소송을 제기한 것"이라면서 "삼성 조직이 커 소송 제기가 언론에 대한 횡포로 비칠 수 있지만 진짜 피해자는 삼성"이라고 맞섰다.

언론중재위를 거치지 않고 바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데 대해선 "이미 2~3주 기다렸기 때문에 피해 구제를 빨리하려고 바로 소송에 들어간 것"이라면서 "재판에서 가려지겠지만 그만큼 사실 관계에 자신이 있다는 의미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

편집국이 전면에 나선 가운데, 노조도 측면 지원에 나섰다. 전국언론노조 전자신문지부(지부장 김유경)는 7일 오후 성명을 통해 "삼성의 언론 길들이기가 도를 넘어섰다"면서 "현재 편집국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삼성에 맞선 정당한 싸움을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특히 전자신문지부는 "아무리 삼성이 광고 매출에 기여하는 바가 큰 핵심 광고주라고 하더라도 우리는 오보가 아닌 사실 기사에 대해 정정보도를 내보냄으로써 언론사이기를 포기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면서 "따라서 삼성에 대한 우리의 싸움은 이제 단순한 '소송전'을 넘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온 삼성에 맞서 언론사로서의 자존심을 다시 세우는 과정이 될 것"이라며 이번 '싸움'의 의미를 부여했다. 



#삼성전자#전자신문#갤럭시S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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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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