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도 없이 사라진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MH370)의 수색 작업이 어느새 37일째가 되었지만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하고 있다.
마지막 희망을 걸었던 블랙박스 추정 신호마저 5일째 포착되지 않으면서 배터리의 수명이 거의 끝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블랙박스 배터리 수명은 30일 이후 5일간 더 약한 신호를 보낼 수 있다. 아무리 길어도 오는 16일 이후에는 신호를 보낼 수 없고, 이미 지난 12일 배터리 수명이 끝났을 수도 있다.
앞서 지난 4일과 5일 중국 순시선 하이쉰 01호는 남인도양을 수색하던 중 블랙박스가 위치를 알리기 위해 송신하는 신호와 동일한 37.5㎑의 주파수를 탐지하면서 수색작업에 큰 희망을 안겼다.
이어 5일, 8일 호주 해군도 블랙박스 신호와 동일한 주파수를 발견했고 수색 범위를 좁혔다. 그러나 신호가 실종기 블랙박스에서 나오는 것인지 아직 확인하지 못했고, 그 이후 닷새째 블랙박스 추정 신호마저 더 이상 탐지되지 않고 있다.
지난 10일 호주 공군 P-3 오리온 정찰기가 수색 해역에 '토드 핑거 로케이터(TPL)'로 불리는 수중음파탐지기를 투하해 다시 신호가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허탈하게도 블랙박스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을 방문한 토니 애벗 호주 총리는 지난 11일 "인도양에서 탐지한 신호들이 실종기의 블랙박스에서 나온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가 하루 만에 "수색작업은 매우 길고 더디며, 고통스러운 과정이 될 것"이라고 한 발 물러섰다.
실낱같은 희망... 무인잠수정 '블루핀-21' 투입블랙박스의 희망이 사라지면 미국 해군의 잠수정 블루핀-21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블루핀의 탐지 속도는 TPL보다 6배나 느리고, 블랙박스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수심 4500m가 잠수할 수 있는 한계다.
블루핀-21은 길이 약 5m의 소형 무인잠수정으로 측방 감시용 수중 음파 탐지기와 고해상 수중 카메라를 이용해 블랙박스 수색에 나선다. 이날 워런 트러스 호주 총리 대행은 "곧 해군 오션실드호에 TPL 대신 블루핀 21을 탑재해 수색작업에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009년 대서양 상공에서 추락했던 에어프랑스 여객기의 블랙박스도 무인잠수정을 투입해 바다 밑을 샅샅이 수색한 결과 실종 2년 뒤 2011년 인양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실종기의 추락 위치를 정확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애벗 총리는 "그동안의 결과를 바탕으로 수색 범위를 가로 50㎞, 세로 40㎞의 면적으로 좁혔다"며 "이곳에서 여객기 잔해를 찾거나 블랙박스 신호를 탐지하고, 만약 수색 범위가 1㎢까지 좁혀지면 잠수정을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성공을 확신하는 것은 아니며, 다음 주나 다음 달까지 성공할 것이라고 기대도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섣부른 전망을 경계하며 "인류 역사상 가장 어려운 수색 작업"이라고 강조했다.
거듭되는 말바꾸기와 어설픈 뒷수습으로 유족들의 비난을 받고 있는 말레이시아는 정부 관계자가 유명 주술사를 불러 쿠알라룸프르 공항에서 무속의식을 치렀다는 것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국제사회의 비웃음을 사기도 했다.
실종기는 지난달 8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탑승객 239명을 태우고 중국 베이징으로 향하던 중 갑자기 교신이 끊기고 실종됐다. 실종기가 항로를 이탈해 인도양에 추락한 것으로 추정되어 국제수색단 26개국이 항공기, 선박, 잠수함까지 동원해 찾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사고 경위와 실종기 잔해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으며, 곧 블랙박스 신호마저 끊기면 수색작업은 더욱 어려워져 '영구 미제'로 남게될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