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지역 정가에서 일명 '출신 고교별 지도'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8대 기초·광역 선거에서 도의원 1명과 시의원 2명에 그쳤던 강릉 명륜고가 이번 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대거 진출하면서, 지역 정가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학교로 도약할 가능성이 커졌다. 반면 그동안 강릉시의회에서 가장 많은 현역 의원을 차지하고 있던 중앙고는 2위로 밀려났다.
지난 십수년 동안 강릉지역에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강릉중앙고와 강릉제일고, 이 두 학교 출신들이 양강 구도를 형성하며 시장과 국회의원 기초, 광역의원 자리에 다수 진출하는 양상을 보여왔다.
현역 시장 포함 여당 강릉시장 후보 전원 강릉고 출신특히 강릉중앙고는 기초의원 선거에서 만큼은 타 학교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현역의원을 배출해 왔다. 강릉시의회 제8대 의원들의 출신별 고교 현황을 살펴보면 중앙고 7명, 제일고 3명, 명륜고 2명, 강릉고 2명, 강여고 2명, 춘천농고 1명, 미졸업자 1명으로, 중앙고가 비례대표 2명을 제외한 현역의원 16명 가운데 거의 절반에 가깝게 포진해 있다.
이에 비해 강릉고와 명륜고는 크게 부각되지 못했지만, 강릉고 출신의 시장과, 명륜고 출신의 국회의원이 배출되면서부터 상황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
지난 2010년 선거를 기준으로 보면 강릉고는 시장(최명희)과 도의원 1명(최재규)과 시의원 1명(신재걸)을 입성시켰으며, 명륜고 역시 국회의원(권성동), 도의원 1명(권혁렬), 시의원 2명(권혁기, 심발훈)을 배출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새누리당 후보들로만 분석해 보면 이번 6.4지방선거에서는 판도가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새누리당 강릉시장 후보들은 얼마전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홍기업 후보를 포함해 박영화, 최명희, 최재규 등 모두 4명으로 이들 모두 강릉고 출신이다.
새누리당 도의원 후보들에서도 이런 현상은 나타나고 있다.새누리당 도의원 후보는 모두 9명으로, 명륜고 3명, 중앙고 1명, 제일고 1명, 영동여고 1명, 수고와 미졸업자 2명으로 명륜고 출신 후보가 크게 늘었다. 명륜고 출신 후보들은 3선거구 김용래, 4선거구 권혁렬. 최만집 등이며 중앙고는 최돈열 후보,제일고는 이정진 후보이며 강릉고는 한명도 없다.
이런 현상은 기초의원 공천 신청자에서는 더욱 두드러진다. 새누리당 공천을 신청한 후보는 모두 27명으로, 명륜고 10명, 중앙고 5명, 강릉고 3명, 제일고 1명, 강여고 1명, 주문진수산고 3명, 경포고 1명, 미졸업자 2명, 서울지역 1명으로, 기초의원에도 명륜고 출신이 대거 진출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중앙고는 크게 줄었고 제일고는 1명에 불과해 겨우 명맥만 유지했다.
새누리당 기초의원 후보자 중 명륜고 출신을 살펴보면, 가 선거구 이상천(강동), 김기영(강동), 다 선거구 김영기(홍제동), 최익순(홍제동), 라 선거구 권오각, 양일모, 바 선거구 심발훈, 허병관, 이만규로 나타났다.
국회의원 모교인 명륜고 출신 후보들 크게 상승새누리당은 지난 2006, 2010 지방선거에서 강릉지역 4개학교(강릉고, 명륜고, 제일고, 중앙고)에 대해서 기초 및 광역의원을 학교별 3~5명씩 공천을 배정해 온 것으로 알려졌지만, 오는 6.4 지방선거에서는 배정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 고교 동창회 관계자는 "선거때마다 자신들의 모교 후보자들을 공천해 줄 것을 부탁하기 위해 공천권자들을 찾아 만나는 것이 관례였다"고 말했다.
A고교 총동창회장은 지난달 동창회 모임 자리에서 권성동 공천위원장과 대화 내용을 소개하면서 "모교 출신 후보들의 공천에 대해 잠시 언급했지만 이번부터는 학교 배정은 고려하지 않고있다"고 이야기를 들었다며 참석자들에게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A고교 동창회장은 인터뷰에서 "권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그런 이야기(공천)를 꺼낸 것은 사실이지만 공천권은 고유 권한에 해당하기 때문에 왈가 왈부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해 이를 뒷받침했다.
한 전직 시의원은 "지난 선거에서는 학교 동창회장들이 모교 출신들을 공천 해 줄 것을 요구했고, 그에 따라 4개 고등학교에 대해서 공천이 배분된 것은 사실"이라며 확인해 줬다.
한 지역 정계 출신 인사는 이번 선거에서 명륜고 출신들의 진출이 두드러진 이유에 대해 "같은 동문이라고 해서 공천을 주고 안주고가 결정되지는 않겠지만, 권성동 국회의원이 명륜고 출신 이라는 점도 기대감으로 작용 했을 것"이라고 말해, 새누리당 공천에서 명륜고 출신들이 얼만큼 살아남아 본선에 갈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강릉이 새누리당의 텃밭인 점을 고려하면 새누리당의 공천결과가 곧 정가의 구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으나, 무소속들의 선전에 따라 정가의 지형 또한 바뀔 가능성도 여전히 존재하지만 지역의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덧붙이는 글 | 김남권 기자는 2014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지방선거특별취재팀에서 활동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