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해도 없고 대형사고도 별로 없는 대전, 과연 대전은 얼마나 안전할까? 우리 대전에 위험한 곳이 두 곳 있다고 하면 믿을까?
위험한 두 곳, 한국원자력연구원과 장동탄약창이 그곳이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핵 관련 시설과 산업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지금, 많은 대전시민들은 한국원자력연구원을 첫 번째 위험시설로 꼽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장동탄약창은 존재조차 모르는 시민들이 대부분이다. 머리에 이고 있는 화약덩어리를 못 보고 있는 것이다. 대덕구 장동과 회덕동 지역주민들이 대책위를 구성하여 탄약창 이전을 위한 민원제기와 대책활동을 오랫동안 해왔지만 지역사회에서 이슈가 되지 못했고, 국방부와 대전시, 대덕구청도 별다른 대응이 없었다.
장동탄약창은 회덕동에서 신탄진으로 넘어가는 1번국도 고개 우측으로 들어가 안쪽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어 대전시민들이 탄약창을 알기는 쉽지 않다. 최근 계족산 산림욕장과 황토길을 찾는 시민들이 장동지역을 찾아 그 존재를 아는 정도지만 400만㎡의 부지와 시설 규모를 알게 되면 많이 놀란다.
장동탄약창은 과거 1961년부터 1991년까지 미군 주둔 탄약시설(Camp Ames)이 있던 곳이었으나 미군이 철수한 이후 한국군이 탄약창으로 사용하다 부산 해운대에 있던 육군탄약사령지원부가 1998년 옮겨 오면서 한국군의 핵심 탄약기지가 되었다.
지역 주민들의 고통과 피해는 장동탄약창의 역사와 함께 한다. 장동지역은 군사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주민들이 50년 이상 제대로 된 보상도 없이 재산권 제약을 받았고 각종 규제로 지역은 낙후되어갔다. 또한 탄약창이 들어서기 전까지 이용하던 신탄진으로 이어지는 직통로는 기지 내에 있어 이용하지 못하고, 30분 이상 더 걸리는 길로 우회하는 불편을 강요 당하고 있다.
보상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06년부터 시행된 주한미군공여구역주변지역지원법에 의해 장동지역도 지원 근거가 마련되었으나, 행정동 단위 지원 기준과 사업비 부족으로 지원받지 못하는 어처구니 없는 결과를 맞았다. 지역 정치인들과 자치단체의 소극적인 대응이 주민들의 50년 한을 더 키운 것이다. 지역사회는 50년 이상 대량의 화학물질을 취급한 탄약창에 대해 토양오염과 지하수 오염 등 환경오염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장동지역은 군사보호구역으로 묶여 개발이 제한되면서 주변 환경은 자연생태계가 우수한 청정지역이 되었다. 탄약창을 관통하는 용호천 주변에는 수달과 반딧불이가 살며 생태마을이 조성되고 계족산에는 삼림욕장과 맨발 황토길이 시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고 있다. 계족산을 잇는 탄약창 주변에 생명과 평화의 기운이 커지고 퍼지고 있다.
장동탄약창 이전과 지역 재생은 대전시의 도시 비전과 관리를 위해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국방부의 무대응을 탓하기 전에 지역 국회의원과 자치단체의 노력이 먼저 요구된다. 국방부의 주한미군공여구역주변지역 지원 문제를 해결하고 대전시의 탄약창 이전 및 재생을 위한 연구용역 등을 통해 대책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무엇보다 지역주민과 시민사회, 자치단체, 국방부가 참여하는 민주적인 과정을 통해 주민들과 지역사회가 주체되어 해법을 만들고 비전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부대 관통도로 주민 이용 문제와 같이 민원 문제부터 해결하고 탄약창 및 부대의 일부 이전, 완전 이전, 환경정화, 부지 재생 등 지역을 생태적으로 디자인하는 프로젝트가 시작되길 바란다. 장동탄약창은 주변 계족산과 금강, 대청호의 생태 삼각지대에 자리하고 있어 생태적인 지역 재생 프로젝트의 최적의 장소이기 때문이다.
전쟁과 분단 시대에나 기능했던 군기지와 탄약시설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 장동지역은 평화와 생명의 시대를 여는 생태공간으로 재탄생할 날을 기다리고 있다. 민선6기를 이끌 지방선거 대전시장 후보자들과 대덕구청 후보자들은 장동 탄약창 해법을 어떻게 제시할까. 지역주민들과 시민사회가 주목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사)대청호보전운동본부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