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암 수술에서 '명품' 수술이 있다.
지갑이나 핸드백처럼 유행에 민감하고 디자인이 중요한 상품인 경우 특정 브랜드의 물건 가격은 어마어마하게 비싼 경우가 있다. 그럴 경우 오히려 저렴하면 잘 팔리지 않는다고 한다. 갑상선암 수술도 그럴까? 비싼 수술이 명품 수술일까?
한 병원에서는 갑상선암 수술을 할 때 목을 절개하지 않고 겨드랑이나 젖꼭지의 일부를 절개한 후 내시경을 넣어 수술하거나 로봇 팔을 넣어 수술하는 일명 '명품 수술'을 환자에게 권한다고 한다. 환자분같이 명품백을 들고 다니는 분은 명품 수술을 받아야 한다며 은근히 자존심을 건드리는 호객행위라 할 수 있겠다.
내시경·로봇 수술과 재래식 수술의 차이점
그럼 무엇 때문에 일부 병원에서는 내시경수술이나 로봇수술을 권장하는 것일까. 그러기 전에 전통적인 갑상선 수술법과 내시경-로봇 수술의 차이를 먼저 알아보자. 재래의 방법은 목 아래부위 피부에 목주름을 따라 5cm 정도의 절개를 한 후 갑상선을 노출 시켜 수술하는 방식이다. 이 방법으로 갑상선암을 수술하는 데에는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 정도가 걸리고, 100만~200만 원의 비용이 든다. 입원 기간은 3박 4일 정도.
반면 내시경 수술이나 로봇 수술은 3시간 정도 걸리고 입원 기간은 6~7일, 비용은 700만~1000만 원 정도다.
내시경 수술은 가슴과 겨드랑이에 절개를 가하고 가슴에서 목까지 피부를 들어 올린 후 내시경과 수술도구를 그 구멍으로 집어넣어 수술을 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목에 흉터가 남지 않는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모든 면에서 재래 수술보다 단점이 많다. 물론 겨드랑이와 가슴에는 흉터가 남는다. 수술시간과 마취시간이 길어지고, 입원기간도 길다. 피판(조직)을 더 넓게 들어 올려야 하기 때문에 통증이 많을 수밖에 없다.
수술하다가 수술범위를 넓히려 할 때 자유롭지가 못할 뿐 아니라 양쪽을 수술해야 하는 필요가 생기면 수술시간이 훨씬 길어지게 된다. 또한 아주 작은 암이라 일부만 절제하고 싶은 경우에도 그럴 수 없기 때문에 한쪽을 모두 절제할 수밖에 없다. 수술하다 출혈이 심해지면 결국 재래식으로 수술할 수밖에 없고 갑상선암의 경우 재발률이 7~8%인 것을 감안하면 이중 7~8%는 재수술 때 어차피 재래 수술법으로 수술해야 하므로 목에 흉터가 남게 된다. 도로아미타불이다. 수술에 따른 후유증과 부작용도 물론 높다.
로봇 수술은 내시경 수술과 같은 수술법이나, 수술도구를 의사가 직접 잡고 수술하는 것이 아니고 수술도구 대신 로봇 팔이라고 하는 막대기 모양의 기구를 몸속에 넣고 그 끝에 달린, 전기 모터로 움직이는 작은 집게와 전기 소작기나 레이저를 이용하여 조직을 지져서 잘라내는 수술이다.
이 로봇팔은 컴퓨터로 조작되는데 의사가 컴퓨터 앞에 앉아서 손가락을 움직이는 데 따라 로봇팔 끝의 수술도구도 같이 돌아가며 문제의 부위 수술을 하는 것이다. 즉, 내시경 수술에 로봇팔을 이용하는 수술이다. 내시경 수술의 모든 단점에 더하여 수술비용이 훨씬 많이 높아지는 단점을 하나 더 가진 수술이다.
이것과 비교해서 재래 수술은 목 아래 주름을 따라 5cm 정도의 피부 절개 후 곧 바로 갑상선을 열어 놓고 수술하기 때문에 정확히 병변을 확인하고 수술을 할 수 있고 매우 작은 림프절 전이도 제거가 가능하다. 수술범위도 얼마든지 넓힐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재래 수술의 경우 흉터가 많이 남을까? 재래 수술을 한 경우에도 1~2년이 지나고 나면 눈에 뜨이는 흉터는 그리 많지 않다.
어느 경우에는 수술한 사람도 모를 정도로 주름살처럼 보이는 경우도 많다. 그렇다면 1~2년 사이면 없어질 흉터 때문에 5~6배의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불완전한 수술을 받아야 할까? 어찌 보면 내시경 수술이나 로봇 수술은 명품수술이 아니라 바가지 수술이나 불충분한 수술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순간적인 충동에 명품백을 구입해 놓고 후회하는 경우가 있듯이 수술법 선택에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굳이 명품백이 아니더라도 품질 좋고 예쁜 핸드백이 많지 않은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이용식님은 건국대병원 이비인후-두경부외과 교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