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이사장 이정섭)가 세월호 침몰사고 유가족들과 생존 학생들의 정신적 외상 치료를 위한 지침을 발표했다. 실종자 가족들과 사망자 유가족들이 자극적인 언론 보도에 분노를 표하고, 사고에서 생존했던 단원고 교감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사고 관련자들의 외상 후 스트레스 현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주목해 볼만한 지침이다.
학회는 18일 오후 발표한 성명서에서 "구조작업을 신속히 실시하여 피해자를 최소화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일이고, 이와 함께 생존자들의 정신적 외상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도 절실히 필요하다"라며 "이분들이 고통을 이겨낼 수 있도록 여러 분야의 도움의 손길이 절실하다"라고 밝혔다.
이어 "생존자들이 경험하게 되는 급성기 스트레스로 가장 흔한 증상은 사고 관련 기억이 자꾸 떠오르거나 마치 그 일을 다시 겪고 있는 듯한 느낌, 악몽 등의 수면 장애, 깜짝 놀라는 과각성 상태 등이 있다"라며 "생존자로서 죄책감이나 우울감 등의 정서 반응이 나타날 수 있고 두문불출하거나 외부와 단절하는 회피적인 행동 변화도 생길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이와 같은 정신적 외상은 생존자는 물론 생존자의 가족이나 친구 혹은 구조 인력에게도 나타날 수 있다"라며 "정신적 외상을 겪은 생존자들이나 간접 피해자들의 경우 외상을 겪은 초기에 외상 후 스트레스 반응을 평가하여 고위험군을 선별해 적절한 치료를 통해 증상이 만성화되는 것을 예방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학회는 이를 위해 생존자들과 가족을 위해 주변에서 해주어야 할 일을 제안했다.
1. 애도는 상실에 대한 정상적인 반응이므로 아이가 애도 반응을 숨기거나 억제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겪어 나가도록 돕는다. 2. 자신의 슬픔이나 감정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도록 해주고 애도 과정을 부모와 함께 한다. 3. 아이들이 2차적인 외상에 노출되지 않도록 최대한 보호한다. 이를 위해 아이들이 사고 관련 소식에 반복해서 노출되지 않도록 하고, 또한 소문, 학생들의 모임, 미디어에 노출 등을 지도 감독해야 한다. 학교 내 직접 취재는 제한하고 언론 담당자가 보도 자료를 제공하도록 한다. 이와 함께 학회는 외상 후 스트레스 고위험군 학생을 진단하는 방법으로 ▲ 외상후 스트레스 반응이 심하거나 장기화되는 경우 ▲ 가까운 친구나 이성 친구를 잃은 경우 ▲ 사망한 학생의 상황과 자신의 상황을 동일시하는 경우 ▲ 자신이 주변 친구의 사망과 어떻게라도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 ▲ 상처받기 쉽거나 심리적으로 취약한 경우 ▲ 과거에도 충격적 사건을 경험한 경우를 제시했다.
한편, 학회 측은 생존자들과 가족들을 돕기 위해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들로 구성된 '진도 여객선 참사 위기 대응팀'을 구성했다. 생존자들과 가족 그리고 그 밖의 피해자들을 돕고 고위험군 학생에 대해 전문적인 상담과 심리치료를 위한 교사와 학부모, 학생 모임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