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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용가 성광옥씨가 20일 오후 대구2.28기념공원에서 열린 420장애인차별철폐 투쟁결의대회에서 최근 화재사건으로 사망한 고 송국현씨의 넋을 기리는 추모공연을 하고 있다.
무용가 성광옥씨가 20일 오후 대구2.28기념공원에서 열린 420장애인차별철폐 투쟁결의대회에서 최근 화재사건으로 사망한 고 송국현씨의 넋을 기리는 추모공연을 하고 있다. ⓒ 조정훈

"시설에서 27년을 지내셨다지요. 저도 아주 어릴때부터 가족들로 보내져 시설에서 27년을 살았습니다. 그 곳에서의 27년, 괴로운 시간을 이제는 보상받으셔야 하는데 어찌 먼저 가셨습니까? 불길이 덮쳐오는 그 순간 혼자서 얼마나 무섭고 겁이 났을까요..."

420장애인차별철폐대구투쟁연대가 장애인의 날인 20일 오후 대구2.28기념공원에서 주최한 '420장애인차별철폐 투쟁결의대회'는 지난 17일 서울시 성동구의 한 자립생활체험홈에서 불이 나 화상을 입고 끝내 숨을 거둔 고 송국현씨에 대한 추모대회로 치러졌다. 세월호의 침몰로 숨을 거둔 사망자들과 실종자들에 대한 안타까움도 함께 했다.

이날 대회에서 장애인시설에서 27년간 생활하다가 체험홈으로 옮긴 지체장애인 박준효씨는 자신이 지낸 시간과 같은 기간 시설에서 생활하다 체험홈으로 옮긴지 얼마 되지 않아 화재로 세상을 떠난 송국현씨를 그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박씨는 "시설에서의 27년은 자유를 누리지 못하는 감옥과 같았다"며 "우리 같은 중증장애인들도 사회에 나와 자립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서른이 넘어서야 알 수 있었다"고 말하고 송씨의 명복을 빌었다.

무용가 성광옥씨는 송국현씨의 넋을 기리는 추모공연을 하고 헌화한 뒤 복받치는 울음을 참으며 "여러분들이 진정 장애인들의 아픔을 알 수 있겠느냐"며 "더 이상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장애인과 가족 등 300여 명이 모여 '장애인의 날' 대신 '차별철폐의 날'로 바꿀 것을 요구하고 "더 이상 죽을 수 없다, 장애등급제 폐지하라", "사람답게 살고 싶다, 장애인생존권 보장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28기념공원에서 열린 '420장애인차별철폐 투쟁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8기념공원에서 열린 '420장애인차별철폐 투쟁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조정훈

박명애 420장애인연대 상임공동대표는 "장애인의 날 우리에게 도시락 하나 주고 노래나 불러주는 그런 행사는 필요없다"며 "우리는 장애인으로 살고 싶은 것이 아니라 여러분과 같은 평범한 사람으로 살고 싶다"고 절규했다.

임성열 민주노총대구본부장은 "사회가 많은 장애인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며 "정부는 예산 타령이고 장애우들을 바라보는 눈은 차갑지만 우리가 먼저 손을 내밀고 연대해 함께 살자"고 말했다.

강석구 함께하는 장애인부모회 부회장은 "지금의 우리 사회는 침몰한 세월호 뿐 아니라 어쩌면 우리 대한민국 사회전체가 침몰하고 있다"며 "우리는 침착하게 제자리를 지키라는 말만 믿고 자리를 지키다 목숨을 잃어버린 학생들처럼 영영 돌아올 수 없는 길을 향하여 달려가는 것이 아닌가하는 불안감을 숨길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동권 전면 보장과 발달장애인 자립전환 대책마련, 활동지원 24시간 보장, 인권침해 대책 마련, 여성장애인 지원 강화, 자립생활지원 환경마련 등 장애인차별철폐 11대 요구안을 대구시에 요구하기도 했다.

 20일 오후 대구2.28기념공원에서 열린 '420장애인차별철폐 투쟁결의대회'에서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자조모임인 '몸뚱아리'가 오는 6.4지방선거에서 투표를 통해 제대로 된 공약을 한 후보를 뽑자는 내용의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일 오후 대구2.28기념공원에서 열린 '420장애인차별철폐 투쟁결의대회'에서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자조모임인 '몸뚱아리'가 오는 6.4지방선거에서 투표를 통해 제대로 된 공약을 한 후보를 뽑자는 내용의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조정훈

또한 결의문을 통해 고 송국현씨의 죽음은 장애등급제로 인한 죽음이라며 ▲문형표 복지부장관의 사과 ▲활동지원제도의 장애등급제한 즉각 폐지 및 24시간 지원 보장 ▲탈시설 장애인 긴급지원 대책 마련 ▲예산이 수반된 장애등급제 폐지 계획 수립 ▲부양의무제 폐지 등을 요구했다.

이어 김범일 대구시장이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 발달장애인을 24시간 돌볼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임기를 마무리하는 지금까지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들의 삶은 달라진 것이 전혀 없다며 "대구시의 무책임한 태도에 분노할 수밖에 없다"고 외쳤다.

한편 이날 행사가 열린 2.28기념공원 학생무대에는 장애인이 무대로 오를 수 있는 통로가 임시로 만들어져 있었으나 무대공연 리허설을 위해 오르던 한 장애인이 휠체어와 함께 넘어져 머리가 다치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뇌병변 1급 장애인인 김아무개(38)씨는 이날 대회가 시작되기 전 퍼포먼스 공연을 연습하기 위해 임시로 마련된 경사로를 따라 혼자 오르려다 휠체어가 넘어져 콘크리트 바닥에 머리를 다쳐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공연장은 평소 장애인들이 오를 수 있는 경사로가 없어 논란이 되자 지난 4일 대구시 청소년과에서 임시로 설치했다. 하지만 경사로의 경사가 높고 폭이 좁아 혼자서 오를 수 없고 휠체어 바퀴가 경사로를 벗어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행사 참가자들의 원성을 샀다.



#장애인의 날#장애인차별철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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