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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로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가 안개정국으로 빠져들었다. 지방선거 연기론도 나오긴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정의당 등은 공천 경선 등 지방선거와 관련한 일정을 미뤘다. 대부분의 예비후보자는 공개적인 선거운동을 자제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인천시장 후보를 23일 확정할 계획이었지만, 30일로 미뤘다. 송영길 현 시장을 후보로 확정한 새정치민주연합은 기초단체장과 지방의원 공천과 관련해 당내 경선 방식과 일정을 아직 잡지 못하고 있다.

부평구에서 새누리당 시의원 후보로 출마하는 정중원씨는 "온 국민이 안타까워하는 상황이라 공개적인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처지"라며 "후보 확정 후 명함을 새롭게 찍었는데, 책상에 그대로 쌓여 있다"고 말했다.
   

 6.4 지방선거에서 출사표를 던진 안상수(좌) 전 인천시장과 유정복(우) 전 안전행정부 장관.<시사인천 자료사진>
6.4 지방선거에서 출사표를 던진 안상수(좌) 전 인천시장과 유정복(우) 전 안전행정부 장관.<시사인천 자료사진> ⓒ 한만송

암초 만난 유정복 예비후보

세월호 침몰이라는 대형 재난상황이 발생하기 한 달 반 전, 박근혜 정부의 '안전' 총괄책임자였던 유정복 전 안전행정부 장관은 '여당의 지방선거 승리'라는 정권 차원의 정치적 계산 아래에 갑작스레 인천시장 후보로 차출됐다.

경기도 김포에서 20년 넘게 정치활동을 해온 유 전 장관의 출마로 같은 친박계인 이학재 국회의원은 출마를 포기했다. 이 의원은 작년부터 시장 선거 출마를 염두하고 새누리당 인천시당위원장을 맡기도 했으며, 지난 2월 25일 인천시청 광장에서 출마를 선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유 전 장관이 3월 초 인천시장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밝히자, 이 의원은 출마 선언 10일도 안 돼 출마를 포기했다.

이런 유 전 장관이 세월호 침몰 사고로 '바늘방석'에 앉아 있다. 청와대와 여당이 직책을 수행하고 있는 안행부 장관을 인천시장 후보로 차출했다는 비난 여론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한 위치라, 당내 경선에서 안상수 전 인천시장을 이기기 어렵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유 전 장관은 출마 선언 후 활발한 행보를 하다가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공개적 활동을 줄였다. 반면, 공천을 위한 당내 경선에서 탈락한 다수 인사가 안 전 시장 캠프로 몰리고 있다.

황우여 당 대표와 청와대까지 나서서 유 전 장관을 인천으로 보냈지만, 당내 경선에 핵심적 열쇠를 쥐고 있는 당협위원장들의 생각은 다를 수 있다. 지역구 국회의원 6명과 당협위원장 4명의 처지와 조건에 따라 유 전 장관보다는 안 전 시장을 지지할 수도 있다.

이와 관련, 유정복 예비후보 쪽 관계자는 "(새누리당) 적극 지지층에선 (안 전 시장을) 8% 정도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 인천시장 선거에 이런 거물이 온 적이 있느냐?"며 "인천 발전을 책임질 적임자는 유 후보다"라고 말했다.

안상수 예비후보 파란도 배제할 수 없어

유정복 예비후보는 당내 경선이 늦춰져 시간을 벌 수도 있지만, 세월호 침몰 사고로 난처한 상황에 놓였다. 다만 대다수 당협위원장이 간접적으로 유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조직 동원이 가능한 대의원과 당원 투표에서 우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세월호 침몰 사고로 유 예비후보가 얼마만큼의 당 지지를 확보할지는 미지수다. 당 또한 민심을 살피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부평구청장 후보 당내 경선 결과는 눈여겨볼 만하다. 부평구 (을) 당협위원장이 공석인 상황에서 정유섭 부평구 (갑) 당협위원장은 당내 경선일(4월 12일)을 앞두고 조용균·오태석 예비후보를 간접적으로 지지하는 문자메시지를 일부 핵심당원들에게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박윤배 예비후보가 여론조사뿐 아니라 당원 투표에서도 두 예비후보를 앞섰다. 박 예비후보는 당원 투표에서 두 예비후보가 얻은 706표와 비슷한 676표를 얻었다. 여기엔 정유섭 당협위원장이 조진형 전 국회의원이 20년 동안 관리한 지역구를 맡으면서 조직 장악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점을 감안해야한다. 또한 부평구<을> 지역구에 대한 영향력은 더욱 약했던 것으로 보인다.

박 예비후보와 안상수 예비후보는 서로 비슷한 점이 있다. 2002년 지방선거 당선, 2006년 지방선거 재선, 2010년 지방선거 낙선이라는 공통점 이외에도, 두 예비후보 모두 당협위원장들의 지지가 별로 없는 상황에서 경선을 치렀거나 치를 예정에 있다는 것이다. 또한 전임 단체장으로서 인지도가 상대 예비후보에 비해 높다. 당초 예상을 깨고 안 예비후보의 파란도 배제할 수 없는 지점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isisa.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유정복#안상수#인천시장 선거#안전행정부#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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