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는 세 아이들이 있습니다. 목포 북교초등학교에 다니는 5학년 큰딸, 같은 학교 3학년에 다니는 둘째 아들, 그리고 같은 학교 2학년에 다니는 막내아들이 그들이죠. 큰 딸은 공부를 꽤나 잘하는 편이고, 둘째와 막내는 내가 보기에 아직은 어중간한 편입니다.
큰딸은 '자기주도학습'이 뛰어나다고 할까요? 녀석 나름대로 책을 많이 읽습니다. 틈만 나면 손에 책을 들고 살죠. 식탁에서 밥을 먹을 때는 물론이고, 작은 침대 위에서도 책을 놓지 않습니다. 심지어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볼 때도 손에 책을 들고 있죠.
둘째와 셋째는 사내 녀석들이라 더 그럴까요? 녀석들은 책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주로 텔레비전을 가까이 하고, 태권도도 좋아하는 편이죠. 뭐랄까요? 밖에서 뛰어노는 걸 더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때로는 다른 친구 녀석들을 몽땅 집으로 불러들여서 텔레비전을 보기도 하죠.
이런 세 아이들을 어떻게 공부시켜야 할까요? 큰딸처럼 녀석들 스스로 알아서 책도 읽고 공부도 하면 좋으련만 그게 꿈처럼 쉽게 되는 법이 없겠죠? 엄마나 아빠가 나서서 붙잡고 강제적으로 책을 읽어주고, 읽은 내용을 토대로 대화도 하게 만들어야 할까요? 뭔가 매뉴얼 같은 게 있으면 그 방법대로 공부시키면 좋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닌텐도 두뇌훈련 프로그램이 뇌 발달에 도움을 준다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뜻이다. 컴퓨터게임보다는 독서나 숙제, 일상적인 놀이가 더 뇌 발달에 효과적이다. 뇌 과학적으로도 일반적으로 컴퓨터 게임을 할 때 나오는 뇌파는 베타파나 그 이상의 빠른 파로, 공부력을 향상시키기보다는 뇌에 피로를 가져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76쪽)의학박사 김영훈 선생이 쓴 <아이의 공부두뇌>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소아청소년과 및 소아신경과 전문의답게 그는 부모들이 궁금해 하는 아이들의 공부법을 뇌 과학에 기반을 두어 과학적이고 합리적으로 설명해주고 있죠. 아이들의 뇌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 연령대별로 어떻게 발달하고 있는지, 그에 따른 구체적인 지침을 제공해 주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게임 같은 것들이 자라나는 아이들의 뇌를 개발시키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살펴본 내용입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그런 게임 같은 게 아이들의 뇌에 그다지 좋은 효과를 가져 오는 건 아니라고 하죠. 오히려 게임은 아이들의 뇌에 피로를 가중시키는 결과만 초래한다고 일러줍니다.
물론 뇌 발달에 도움이 되는 게임이 전혀 없는 건 아니라고 합니다. 이른바 '테트리스 게임' 같은 경우엔 하루 30분씩 3개월간 시킨 결과, 그렇지 않는 청소년들에 비해, 비판적 사고와 추리력과 언어처리 능력을 관장하는 뇌 영역의 효율성이 높아졌다고 하죠. 더욱이 순간적인 움직임에 반응해야 하는 '액션 게임'도 시각주의력이 훨씬 좋아졌다고 합니다. 다만 그 적용한 시간은 하루 30분에서 1시간 미만이 적당했다고 하죠.
그것은 이 책의 일부분일 뿐, 이 책에서 전반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아이들의 공부두뇌로 일컫는 IQ보다 창의력을 불러오는 그 정서를 더 중요시하는 데 있었습니다. 이 책에 따르면 IQ가 보통 115 이상이면 그때는 IQ의 차이보다는 성격이나 인격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일러주죠. 그만큼 아이들의 집중력이나 기억력을 이성적으로 키워주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즐거운 마음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것이라고 하죠.
그를 위해 먼저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 있다고 합니다. 이른바 아이를 가르치는 엄마와 아빠의 뇌 유형을 먼저 파악해 두는 게 그것입니다. 거기에는 크게 세 가지 유형이 있다고 하죠. 이른바 체계적이고 목표를 잘 제시하며 단계적으로 잘 가르치면서도 완벽을 요구하는 '좌뇌우세형 엄마', 아이와 함께 체험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관리능력이 다소 떨어지는 '우뇌우세형 엄마', 그리고 순차적이고 논리 정연한 학습을 하지만 완벽이라는 강박관념이 없기 때문에 동기부여가 약한 '중뇌형 엄마'가 그것입니다.
물론 아빠들도 그에 준한 세 가지 유형이 있다고 알려줍니다. 그래서 나는 어떤 유형에 속한 지 이 책에 나오는 체크 내용에 따라 점수를 합산해 보았습니다. 그 결과 나는 9점대가 나왔고, '중뇌형 아빠'에 속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죠. 그런 유형의 아빠에 대해 이 책은 다음과 같이 조언하고 있었습니다.
"중뇌형 아빠는 좌뇌우세형 아이의 성형을 파악하여 그에 맞추어 가르칠 수 있다. 가르치는 것뿐만 아니라 정서적 교감도 잘 이루어지기 때문에 아빠가 아이의 공부에 참여하면 도움이 될 수 있다. 예를 들면 수학은 직접 가르쳐라. 즉, 수학의 규칙들은 언어적으로 설명하고 문제를 단계별로 해결하는 방법을 보여준다. 아이가 융통성이나 사회성이 부족해 질 수 있는데 중뇌형 아빠는 이를 보완해 줄 수 있다."(149쪽)이 책이 독특한 것은 학년별로 어떻게 공부를 해야 할지를 자세하게 알려주는 데 있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에서부터 6학년까지의 국어와 영어, 수학과 과학 등 단계별 학습 방법을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는 것이 그것입니다.
현재 우리나라도 글로벌 인재를 꿈꾸고 있죠. 그런 흐름에 따라 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은 어떻게 영어를 공부해야 할까요? 이 부분에 대해 김영훈 선생은 '영어 동요'부터 시작하게 하거나, '오디오 북'을 활용하여 그림으로 그 의미를 이해시키는 방법도 좋은 방법이라고 추천하죠. 뿐만 아니라 친근한 '영어 애니메이션'을 보여 주는 것도 탁월한 방법이라고 소개합니다.
"영어를 처음 시작하는 아이들은 색감이 선명하고 재미있다는 평가를 받는 '메이지(Maisy)'라든가 4세 아이의 성장일기를 다룬 그림동화책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까이유(Caillou)' 등이 적합하다. 영어의 기초를 다진 아이들이라면 '슈렉(Shrek)', '인크레더블(Incredible)', '치킨 런(Chicken Run)' 등은 어휘가 어렵지 않고 일상생활에서 자주 사용하는 표현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므로 활용하기에 좋다. 케이블 TV 애니메이션 프로그램 중에서는 '파워퍼프걸', '텍스터의 실험실', '조니 브라보' 등이 좋다."(213쪽)그럼 수학은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요? 이 책에서는 저학년 때의 수학은 머리로 하려고 하기보다는 구체적인 사물을 통해 손으로 만져가면서 배우는 게 낫다고 이야기하죠. 또한 초등학교 4-5학년의 경우에는 언어성 지능과 동작성 지능 모두가 필요한 것으로서, 인지기능 전체를 잘 활용해야만 수학을 잘하는 아이가 될 수 있다고 하죠. 그 말은 곧 단순히 수학 공부만 해서 잘 하는 게 아니라 문장제 문제가 길어지고 복잡해져도 이해할 수 있도록 언어적 능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뜻입니다.
결국 이 책을 통해 공부를 잘 할 수 있는 방법은 거기에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아이와 함께 부모가 커가는 것 말이죠. 조금은 의미심장하지 않습니까? 달리 말해 아이와 함께 책을 소리 내서 읽고, 아이와 함께 그 읽은 바를 밥상머리에서 함께 식사를 하며 토론하고, 또 그 주제에 대해 발표토록 하고, 그리고 그걸 글로 정리하여 쓰는 일기장 연습을 하도록 하는 것 말입니다.
이를 위해 부모가 자녀에게 해 줘야 할 것은 기본적으로 필요-충분조건으로, 매슬로우의 5단계 욕구 중 가장 기본적인 생리적 욕구가 충족되어야 함을 일깨워줍니다. 그 바탕 위에 적절한 보상시스템을 개발토록 하여 보상을 해 주고, 그에 따른 칭찬을 아끼지 않으면, 그만큼 성취동기가 활발하게 고취된다고 하죠.
그와 함께 주변 환경도 적절하게 바꿔줄 것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아이들이 '햇빛 아래서' 놀게 하고, '충분한 수면'을 취하게 하고, '식탁에 콩을 첨가'토록 하고, '철분이 풍부한 음식'을 먹게 하고, '때때로 아이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하도록 하고, '노는 시간을 일정하게' 하고, '부모와 아이 사이의 스킨십'을 활용하고, '복식호흡을 통해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결과보다 과정의 중요성'을 느끼도록 하여 과정을 즐기게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여태껏 아이들의 공부 방법에 대해 많은 책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이 책만큼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학습방법을 소개한 책은 처음 대한 것 같았습니다.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사실들을 하나하나 실천한다면, 나중에 우리 집 세 아이들이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다니고, 또 수능을 본다해도 좀 더 슬기롭게 준비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덧붙이는 글 | 아이의 공부두뇌- EBS와 공동기획| 김영훈 (지은이) | 베가북스 | 2012-01-17 | 15,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