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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정호 경남교육감 후보 기자회견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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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윤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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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오전 10시 30분께, 평소에는 인적이 드문 시내를 벗어난 농촌 마을에 있는 경남 창원의 한 고등학교 앞에 말끔한 옷을 차려 입은 중장년의 남여 50여 명 이상이 10여 대 차량에 나눠 타고 학교로 몰려들기 시작합니다.
잠시 후에는 창원 지역 주요 방송사 카메라 기자들과 언론사 기자들도 학교 앞으로 몰려들기 시작합니다. 전국 최초의 공립형 대안학교로 언론의 주목을 많이 받았던 창원의 태봉고등학교는 이날 6·4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권정호 후보의 '출마선언과 정책발표' 기자회견으로 떠들썩하였습니다.
오전 11시가 가까워지자 적막한 느낌이 드는 조용한 학교 앞으로 권정호 후보의 지지자들이 우르르 몰려들고, 뒤따라서 방송카메라와 장비를 든 기자들과 사진 기자, 취재 기자들이 권정호 후보를 따라서 태봉고 본관 건물이 바로 보이는 화단으로 만든 담장 앞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아이들 수업시간, 학교 담장 앞에서 출마선언 기자회견?
기자회견에 앞서서 권정호 후보는(전 경남교육감) 지지자들과 기자들을 학교 밖에 세워두고 혼자서 학교 안으로 걸어 들어가 '우수에 젖은 표정으로' 화단을 따라 걸으며 '연출' 된 촬영을 하고 학교 밖으로 되돌아 나옵니다.
보통 후보자를 따라다니던 방송 카메라와 기자들은 사전에 일제히 약속이나 한 듯이 교육감 후보가 학교 안으로 걸어 들어가도 학교 안으로 따라 들어가지 않고 담장 밖에 침착하게 자리를 지키며 교육감 후보의 동선만 촬영합니다.
오전 11시가 되자 출마선언과 정책발표 기자회견이 시작되었습니다. 과거 교육감을 지낸 권 후보는 경남 교육의 청렴도를 회복하겠다는 말로 자신의 출마 이유를 밝혔습니다. 지지자들은 아이들이 수업 중인 학교 앞 기자회견을 의식하였는지, '구호를 외치거나 후보자를 연호' 하는 일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기자회견을 위해 사용한 앰프(비록 소형이었지만) 소리는 작은 시골 동네에 크게 울려 퍼졌습니다. 직장인에게는 노동절이 휴무일이었지만, 학교 건물 안에서는 아이들이 수업을 하고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앰프소리는 작은 운동장을 지나 있는 태봉고 본관 건물 안까지 울려 퍼졌습니다. 쉬는 시간이 되자 아이들이 '기자회견' 장소로 몰려들었고, 학부모회 임원들이 아이들을 막아 교실로 돌려보냈습니다.
30여 분간, 소형 앰프소리 교실까지 울려 퍼져이 분이 전국 최초의 공립형 대안 학교인 창원 태봉고를 설립한 전직 교육감이 맞나하는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사실 그런 의구심은 학교 앞에서 앰프를 켜놓고 기자회견을 하기 전부터 들었습니다.
권정호 후보가 자신이 설립을 주도(?)한 태봉고 앞에서 기자회견을 계획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진 것은 전날 오후 2시께이었습니다. <오마이뉴스>에 "권정호 후보가 5월 1일 오전 11시 창원 태봉고에서 출마선언 기자회견을 한다"는 기사가 보도되었기 때문입니다. 기사를 본 학부모들이 '밴드'를 통해 의견을 교환하면서 동시에 권정호 후보의 페북에도 사실 여부를 묻는 질문을 남겼습니다. 학부모들의 의견의 대체로 다음과 같이 모아졌습니다.
"학교가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 같다, 학교 설립에 큰 기여를 한 것은 많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다.""아이들이 수업을 하고 있는 학교에서 정치 행사를 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마치 태봉고등학교 구성원들이 권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오해를 살 수도 있다.""학부모 대표들이 장소를 옮기라고 요구해야 한다."페이스북에는 태봉고 학부모 중 한 명인 기자가 "아이들이 수업 중인 시간에 학교 앞 기자회견은 바람직하지 않으니 장소를 옮기는 것이 좋겠다"는 글을 남겼습니다. 하지만 권정호 후보 측에서는 발뺌을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학교에서 기자회견을 한다고 보도된 것은 보도 자료가 잘못 나간 것이다. 학교 안이 아니라 학교 입구에서 기자회견을 할 것이다. 학교에는 아무런 피해가 없도록 할 것이다"하고 답글이 올라왔습니다.
하지만 대다수 학부모들의 의견은 학교 입구라고 하더라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쪽으로 모아졌고, 학교 운영위원장을 통해 권정호 후보 측에 장소 변경을 요청하였습니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 권정호 후보 측에서는 학부모들의 요청을 거부하고 "오래 전에 계획되고 발표한 내용이라 번복이 어렵다"며 강행하겠다는 의사를 통보해 왔다고 합니다.
모 언론사 기자에게는 "선거법상 학교앞에서 출마기자회견을 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말도 하였다고 하더군요. 권 후보 캠프에서는 선거법만 중요하고 아이들의 수업권이나 '정치적으로 이용당할 수 있다'는 학부모들의 염려는 아무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을 한 것이지요.
일부 지지자 학교 담장 안에서 담배 연기 뿜는 추태출마선언 기자회견은 학교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었습니다. 앰프를 틀어 놓고 기자회견을 하는 동안 작은 앰프에서 울려나온 소리는 교정과 교실까지 울려 퍼졌습니다. 권정호 후보 지지자 중에는 '절대 금연 구역'인 학교 담장 안과 담장 바로 밖에서 '담배'를 피는 추태도 부렸습니다. 자신들이 도대체 어디에 와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제대로 인식조차 못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권정호 후보 본인도 궁색한 변명과 발뺌으로 일관하였습니다. 김용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가 학부모회의 반대가 있었는데 왜 하필 학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였는지 묻자, "학교와 학부모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 일부러 연락하지 않았다"고 변명합니다.
"학교와 학부모에게 피해가 될까봐 알리지 않고 그냥 진행했다" (권정호 후보가 알리지 않았지만, 학교측과 학부모회에서는 장소 변경을 요구했습니다.)"내가 태봉고를 설립했는데, 학교에 피해를 줄 생각이었으면 교정에서 하든지 강당을 빌리든지 했을 것이다." (아무리 권 후보가 태봉고를 설립했다고 해도, 출마선언에 학교 시설을 사용하겠다고 요청했으면 당연히 거절 당했을 것입니다.)"알리지 않고 조용히 출마선언 하려고 했는데, 어찌 알고 왔는지 지지자들이 많이 왔고, 기자들도 왔다." (알리지 않았는데 지지자들이 많이 왔다는 말도 궁색한 변명이고, 기자들은 자발적으로 온 것이 아니라 보도자료 받고 몰려온 것입니다.)아울러 권 후보 캠프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준비했기 때문에 장소를 변경하기 어렵다"는 답을 하였습니다. 미루어보면 학교이나 학부모의 반발을 예상하고 일부러 사전에 양해를 구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밖에는 달리 해석할 수가 없습니다.
권정호 후보는 태봉고 학부모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수업시간에 학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강행한데 대해서 미안한 기색한 번 내비치지 않고 "잡음이 있는 것은 상대 후보의 음해라고 생각한다"며 기자회견을 마쳤습니다.
권정호 후보는 기자회견 내내 지켜보고 있던 학부모 대표들은 애써 외면했다. 이어 방송사 카메라와 언론사 기자들이 철수하자, 지지자들에게 둘러싸여 유유히 학교를 떠났습니다. 끝내 "미안하다"는 사과 한 마디 하지 않고 가버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