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로 해수온도 상승 등 해양생태 환경이 변해 국내 어족 자원이 대거 교체되고 있다. 동해안 오징어배들은 난류성 어종인 오징어를 잡기 위해 서해로 이동하고 있는가 하면 서해는 물이 따뜻해져 남해에서 잡히던 홍어, 아귀, 참돔 등 난류성·온대성 어종의 어획량이 늘어났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한반도 주변 해역의 표층수온은 최근 20년(1991~2010년)간 0.81℃ 상승해 세계 수온 평균 상승치(0.19℃)의 4배를 넘겼다. 한반도 주변 바다는 수온 상승이 더 가파른 만큼 아열대화가 더욱 빨리 진행되고 있다.
'아열대'는 열대와 온대의 중간 지역(위도 25∼35℃)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1년 중 4~11개월 월평균기온이 20℃ 이상인 곳이다. 또 아열대 바다는 연평균 수온이 20℃ 이상이 되는 해역이다. 이 기준에 따라 국내의 아열대 해역은 현재 제주도 북쪽 추자도 주변 해역까지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수온 상승은 한반도 해양생태계에 큰 변화를 불러왔다. 그동안 제주도 연안에서만 종종 관찰되던 열대어인 두동가리돔과 해포리고기가 수온상승의 영향으로 부산 연안에서도 출현하고 있다.
두동가리돔은 서·중부 태평양과 인도양, 오스트레일리아 등지의 열대 해역에서 주로 서식한다. 해포리고기도 남아프리카, 홍해, 필리핀, 일본 등지의 열대 해역에 널리 분포하고 국내에서는 제주도 연안에서 관찰됐다.
남태평양에서 많이 어획되는 참치 역시 우리 바다에 출몰하고 있다. 아열대성 어류인 참치는 제주와 포항 등지에서 잡히고 있다.
제주연안 아열대 어류 절반 넘어... 동해 아열대성 상어 출현제주 연안에 정착해 살고 있는 아열대성 어류는 해마다 늘어나 전체 어류 중 절반을 넘어섰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총 95종의 어류가 제주연안에 서식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 아열대성 어류는 48종이 출현해 전체 어류의 51%를 차지했다.
대표적인 아열대성 어류로는 청줄돔, 가시복, 거북복, 쥐돔, 꼬리줄나비고기, 철갑둥어 등이다. 이 종들은 주로 필리핀, 대만, 일본 오키나와 연안 등에 서식하는 어류들이다.
한편 사람을 공격하는 것으로 알려진 아열대성 청새리상어가 동해 앞바다에서 최근 잇따라 발견됐다.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은 지난달 21일과 24일 동해에서 길이 170㎝ 가량의 청새리상어 두 마리를 발견했다.
청새리상어의 동해 출현은 수온 상승에 따라 한반도 주변 해역이 아열대화되고 있다는 증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주로 봄과 여름 서해와 남해안에서 나타났던 상어의 출현 패턴은 수온상승과 함께 변화하고 있다.
지난 2009년 2월과 3월에는 동해 주문진 앞바다에서 백상아리가 출현했고 8월에는 강원도 고성 앞바다에서 청새리상어가 발견됐다. 또 2011년 7월과 9월에는 경북 영덕 앞바다에 청상아리가 출현했다. 지난해 11월엔 부산 태종대 앞바다에서 대형 청상아리가 어선 그물에 걸렸다.
수온상승으로 적조·독성 해파리 피해 심각지난해 7월 전남 여수와 통영을 포함한 경남 해안 전역에 동시다발적으로 '적조'가 발생했다. 이 적조는 순식간에 동해안까지 퍼지면서 사상 최대의 피해를 낳았다.
대개 8월 이후 찾아오는 적조가 지난해에는 7월 중순에 발생해 최근 10년 새 가장 빨랐다. 특히 동해안에 발령됐던 '적조주의보'는 지난 2008년 이후 5년 만에 발생했다.
적조란 바다 속 미생물인 플랑크톤이 크게 늘면서 바닷물 색깔이 적색 또는 황갈색으로 변하는 것을 말한다. 땅의 오염물질이 바다로 흘러들어 미생물의 먹이가 많아지는 현상으로 적조 발생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수온상승'이다.
또한 바다 피서객을 위협하는 독성 해파리들은 바닷물이 따뜻해지면서 인천 앞바다까지 올라왔다. 백령도, 소청도 등 먼 바다는 물론 연안과 가까운 장봉도 해역에서도 독성 해파리가 발견됐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지난 여름 옹진군 대청도 인근 해역에서 조업에 나선 어민들이 노무라입깃해파리를 발견했다. 노무라입깃해파리는 강한 독성과 함께 최대 직경이 2m까지 성장하는데 2012년 8월 인천 중구 을왕리해수욕장에서 여자 어린이가 쏘여 숨지기도 했다.
이 뿐만 아니라 지난 여름 전남 진도 해역에서는 노무라입깃해파리가, 고흥에서는 보름달물해파리가 발견돼 이 일대에 해파리주의보가 발령되기도 했다.
갯녹음 현상으로 해조류 급감→전복·소라·성게 감소지구 온난화 등으로 해양환경이 악화돼 한반도 내 갯녹음 지역도 지속적으로 늘어났다. 갯녹음은 수심이 얕은 바닷가 암반지역에서 해조류가 사라지고 흰색의 무절석회조류가 달라붙어 암반지역이 흰색으로 변하는 현상이다.
갯녹음이 진행되면 해양의 1차 생산자인 해조류가 감소한다. 해조류를 섭식하는 전복, 소라, 성게 등 무척추동물과 연안에 서식하는 어류 등 해조류 군락지를 산란장으로 이용하는 수산생물 자원이 감소해 해양 생태계 균형이 훼손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해양생태계 복원을 위해 바다숲을 조성하고 있다. 바다숲 조성사업은 지난해까지 4년간 281ha에 83억 원을 투입해 갯녹음 현상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여수시를 시작으로 실시됐다.
올해는 여수 초도, 완도 청산, 무안 망운 3개소 321ha에 32억 원을 투자해 조성할 계획이다. 특히 무안에 잘피숲(해수에 완전히 잠겨서 자라는 식물) 21ha를 조성할 예정으로 바다숲 조성사업이 다양화되고 해당 지역 특성에 맞는 맞춤형 사업으로 변화하고 있다.
어업인들의 새로운 소득창출 위한 방법 마련돼야이처럼 해양·수산 분야에서도 기후변화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국립수산과학원은 기후변화에 적합한 수산자원 확보를 위해 뱀장어, 해삼, 능성어, 전복, 넙치, 참다랑어, 관상어, 새우, 갯벌참굴, 해조류 등 10대 수산물 수출 전략 품목 육성에 힘을 쏟고 있다.
또 동해 가리비, 서해 바지락, 남해 멍게, 제주 방어 등 해역별로 8개 브랜드 품목을 선정하고 어촌 소득 창출을 위한 연구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최근 어획량이 급격히 줄어든 동해산 국산 명태 되살리기에 나섰다.
우리나라 동해에서만 잡히는 국산 명태는 지난 1970년대까지만 해도 연간 7만t, 1980년대 7만4000t, 1990년대 6000t씩 잡혔으나 2000년대 중반부터 100t 미만으로 어획량이 급감했고, 2007년 이후 현재까지는 연간 1~2t에 불과한 실정이다.
명태가 동해안에서 사라진 이유로는 과도한 어획 문제도 있지만 해수온도가 상승하면서 어획 지도가 변한 것이 주로 꼽힌다. 동북지방통계청의 '지난 20년간 강원지역 어업생산동향'에 따르면 2010년 강원 지역의 어업생산량은 5만 8000t으로 1990년 생산량(8만5000t) 대비 31.8%나 감소했다.
또 명태, 청어 등 한류성 어종의 어획량은 5만 3818t으로 20년 전(8만 426t) 보다 33.1% 줄었다. 반면에 난류성 어종인 정어리와 멸치, 고등어, 꽁치, 방어, 오징어 등은 난류를 따라 북상하면서 동해바다에 출몰하고 있다.
이는 회유성 어종의 회유 패턴 변화와도 연관이 있다. 겨울철 월동을 위해 따뜻한 남쪽 해역으로 내려가는 난류성 어종이 수온 상승으로 겨울철에도 동해안에 분포하면서 새로운 어장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해양수산부가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가운데 강원도 해양심층수수산자원센터가 명태치어 부화에 성공했다.
지난 3월 중순과 하순 2차에 걸쳐 어민들이 잡아온 명태에서 알을 받아 인공수정을 시도한 끝에 9만4000여 마리를 부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해양심층수수산자원자원센터 한 관계자는 "어민들의 소득증대에 이바지할 수 있는 치어 방류를 위해서는 더 많은 명태확보와 치어생산이 필요한 실정"이라며 "국내 연구와 함께 외국에서 수정란을 수입하는 방안 등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제주 지역의 아열대 어류와 산호류는 빛깔이 화려하고 생김새도 특이해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제주의 바다는 봄부터 가을까지 파도가 잔잔하고 바닷속이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로 물이 깨끗해 스킨스쿠버 등 체험 관광도 가능하다. 제주도 내에서는 이미 '시워크(Sea walk)' 개발에 대한 논의가 가시화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김태환(kth1984@onkweather.com) 기자는 온케이웨더 기자입니다. 이 뉴스는 날씨 전문 뉴스매체 <온케이웨더(www.onkweather.com)>에도 동시 게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