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면서 '죽지 말고 살아 돌아오라'는 말이 인사가 될 수도 있는 그런 끔찍한 사회를 상상하며 사는 부모의 마음을 교육감은 아는가?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교육감 후보들의 대안적 정책을 기대하며 동시에 교육감의 진심이 담긴 사죄와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강력이 촉구한다."진주외국어고등학교(사립)에서 최근 잇따라 학교폭력으로 학생 2명이 사망해 충격을 준 가운데, 지역 여성·노동단체들이 "이 땅의 부모라는 이름으로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경남여성단체연합, 경남여성연대, 경남여성장애인연대,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경남연합, 경남교육희망, 경남진보연합,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학교폭력 없는 경남교육을 위한 10만 서명운동'에 들어갔다.
이들은 8일 오전 경남도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폭력 근절 도움 안 되는 학생생활평점제 완전 폐지' '학생인권 보장하는 인권조례 제정' '경남형 혁신학교 설치' '경쟁교육․고입선발고사 폐지' '스쿨존 전지와 유해환경제로의 학생안심구역 설치'를 요구했다.
진주외고에서는 지난 3월 31일과 4월 11일 학교폭력으로 학생 2명이 사망했다. 진주외고는 고영진 경남도교육감의 부인이 1993년부터 이사장으로 있다가 학교폭력 사건이 터진 뒤인 지난 4월 14일 사직했다. 고영진 교육감은 지난 4월 24일 '대도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경남여성단체연합 등 단체들은 "진주외고 학생사망사건 발생 뒤 13일 동안 사과 한 마디 하지 않더니, 세월호 참사사건(4월 16일)으로 전국이 애도물결로 덮인 시점에서 '대도민 사과문'을 슬그머니 발표한 것은 이번 참사에 진주외고 사건을 슬쩍 얹어 넘어가려는 꼼수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진정성이라곤 도무지 찾아볼 수 없는 사과문을 보며 분노한다"고 밝혔다.
이어 "사건이 발생한 뒤 그동안 교육감이 한 것이라고는 형식적인 사고조사를 실시하고, 문제가 커지자 자신의 부인인 진주외고 이사장의 자진 사임과 교육부에 특별감사를 요청한 것 밖에 없다"며 "도민들이 요구했던 실질적인 학교폭력 예방 대책은 어느 것 하나 내어놓은 것이 없으며, 학생사망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는 도민들의 요구도 묵살한 채 '사과문'만으로 책임을 다했다는 듯한 태도는 교육감으로서의 철학을 의심케 한다"고 덧붙였다.
이들 단체는 "경쟁교육 완화, 학급당 학생수 감축, 학생과의 만남 시간 확보를 위한 학교업무 정상화, 학생인권 보장 등이 시급한 과제"라며 "무엇보다 회복적 차원의 교육이 우리사회에 자리 잡도록 전 국민적 각성과 실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오늘 어버이날을 맞이하여 어버이로서 그 역할을 다하기 위해 학부모들의 여론을 모으고자 한다"며 "인원이 보장되는 학교, 폭력없는 학교를 위한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이번 6·4 지방선거는 단순한 선거를 넘어 온 도민이 새로운 경남교육을 실현할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이들은 "도민의 간절한 목소리는 교육감 후보들에게 전달하여 명확한 입장을 들을 것이며, 지방선거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서명운동을 전개해 폭력에 대한 사회적 각성을 촉구할 것"이라며 "이것이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아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의무이며, 폭력 없는 세상을 만들어 아이들이 공동체의 다양한 가치를 배우며 살 수 있도록 해주고 싶은 부모로서의 양심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