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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일 저녁 수원 팔달문 '차 없는 거리'에서 집회가 끝난 뒤 참석자들이 중동사거리-도청사거리-수원역 남측 광장까지 2.5km구간을 거리행진으로 이동하고 있다.
7일 저녁 수원 팔달문 '차 없는 거리'에서 집회가 끝난 뒤 참석자들이 중동사거리-도청사거리-수원역 남측 광장까지 2.5km구간을 거리행진으로 이동하고 있다. ⓒ 김한영

 7일 저녁, 경기 수원 팔달문 근처 ‘차 없는 거리’에서 진행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무능·무책임 박근혜 정권 규탄' 집회 모습.
7일 저녁, 경기 수원 팔달문 근처 ‘차 없는 거리’에서 진행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무능·무책임 박근혜 정권 규탄' 집회 모습. ⓒ 김한영

'참담한 죽음 앞에 눈물만 흘리지 않겠습니다.'
'국민의 죽음 앞에 무능한 나라, 기억하겠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

세월호 대참사가 발생한지 22일 째를 맞은 7일 저녁, 경기 수원 팔달문 근처 '차 없는 거리'에는 박근혜 정권을 겨냥한 갖가지 구호들이 넘쳐났다. '박근혜 퇴진'은 물론 '박근혜가 죽였다'는 자극적인 구호까지 등장했다. 세월호 침몰사고의 총체적 부실대응에 분노한 수원시민들의 정권규탄집회 현장 모습이다.

수원지역 시민사회단체와 목회자단체 등으로 꾸려진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무능·무책임 박근혜 정권 규탄 수원시민행진'(이하 시민행진)이 주최한 이날 집회에는 각계 시민 200여 명이 참석했다. 시민들은 침묵을 상징하는 하얀 마스크를 쓴 채 손에는 흰 국화 한 송이와 각종 구호들이 적힌 크고 작은 팻말을 들었다.

윤은상 수원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사회로 진행된 집회에서 시민들은 묵언을 통해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사고발생 초기 늑장 대응으로 단원고 학생 등 300여 명의 대참사를 부른 정권의 무능과 무책임한 행태를 규탄했다.

한상진 경기남부 평통사 사무처장은 규탄발언을 통해 "최소 30분에서 최대 4시간 동안 세월호 탑승자들을 살릴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면서 "그런데도 무슨 이유인지 구조를 미루며 자기들끼리 말을 맞추고 거짓으로 국민을 우롱한 정부의 무능력하고 무책임한 태도에 대한 진상을 규명해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사무처장은 "총체적인 거짓과 기만의 책임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할 이 나라, 이 정부 권력의 정점인 대통령에게 있다"며 "그래서 우리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그 책임을 묻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가 세월호 희생자들에게 '잊지 않겠다',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한 약속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나약함과 두려움을 깨버리고 이 나라 주권의 주인으로 돌아와야 한다"면서 "선거를 통해 바꿀 수 있다면 선거에 참여하고, 아니라면 직접 시민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7일 밤, 수원역 남측 광장 시민분향소 옆에서 진행된 ‘세월호 희생자 추모 및 무능·무책임 정권 규탄 촛불문화제’ 모습.
7일 밤, 수원역 남측 광장 시민분향소 옆에서 진행된 ‘세월호 희생자 추모 및 무능·무책임 정권 규탄 촛불문화제’ 모습. ⓒ 김한영

그러면서 "우리는 오늘 하루하고 끝낼 행동이 아니다"라며 "세월호 참사의 진상이 규명되고 무능과 무책임으로 일관했던 '불량권력'이 국민 앞에 사죄하고 국민을 권력의 주인으로 섬기는 순간까지 힘차게 한걸음, 한걸음 앞으로 내딛자"고 강조했다.

이날 집회에는 현직 고교 교사도 규탄발언에 나서 주목을 끌었다. 수원 Y고교 정아무개 교사는 세월호 침몰사고로 많은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이 희생된데 대해 "고교 2학년을 가르치는 교사로서 더 아프고 미안하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주 학생들로부터 '왜 착한 사람들이 죽어야 하나요, 왜 아이들을 살리지 못했나요'라는 질문을 받고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부끄러웠다"면서 "정부는 살릴 수 있었던 아이들을 차가운 바다 속에 방치해 단 한명도 살리지 못하고 온 국민의 염원을 무참히 짓밟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가 이토록 분노하는 것은 너무나 추악한 자본과 국가의 민낯을 보았기 때문"이라며 "노동자, 민중을 탄압할 때는 총력을 기울여 일사불란하던 정부가 사람 목숨을 구하는 데는 허둥대며 오락가락 했고, 그 정부의 맨 꼭대기에는 인간에 대한 연민이나 책임감 없는 대통령이 앉아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정 교사는 "우리가 잃어버린 안타까운 생명들이 주는 가장 중요한 교훈은 이 위험한 세상에서 가만히 있으면 죽는다는 것"이라며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을 위한다면 슬픔을 넘어 분노하고 참사의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과 함께 위험천만한 사회구조를 바꾸기 위해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사무국장은 "세월호가 불법 개조되고 기준량의 3배가 넘는 화물을 싣고 바다를 수없이 왕래했던 '죽음의 항해'를 누구도 감시하지 않았던 원인과 배가 침몰하는 순간에도 선실로 들어가 아이들을 구조하지 않고 바라보았던 해경·해군, 그 위의 권력자들에 대한 진실이 무언지 밝혀질 때까지 우리는 이 행동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금 유가족들이 가장 원하고 있는 것도 이번 사건이 왜 일어났는지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해달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시민행진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 등을 촉구하기 위해 집회와 거리행진을 계속 이어갈 방침이다.

 7일 밤 수원역 남측 광장에서 ‘세월호 희생자 추모 및 무능·무책임 정권 규탄 촛불문화제’가 진행되는 동안 ‘시민분향소’를 찾아 조문하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7일 밤 수원역 남측 광장에서 ‘세월호 희생자 추모 및 무능·무책임 정권 규탄 촛불문화제’가 진행되는 동안 ‘시민분향소’를 찾아 조문하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 김한영

이날 집회가 끝난 뒤 참석자들은 중동사거리-도청사거리-수원역 남측 광장까지 2.5km구간을 거리행진으로 이동해 '세월호 희생자 추모 및 무능·무책임 정권 규탄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수원역 남측광장은 지난달 30일부터 시민단체들이 자발적으로 '시민분향소'를 설치, 운영하며 매일 촛불을 들고 있는 곳이다.

이날 오후 7시 30분부터 시작된 촛불문화제는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의 참여가 늘어나면서 3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희생자들에 대한 묵념, 대안언론 <뉴스타파>의 보도영상 상영, 추모노래, 자유발언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촛불문화제가 진행되는 중간마다 참석자들은 사회자의 제안에 따라 "아이들을 살려내라", "대통령이 책임져라", "가만히 있지 않겠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안산에서 온 두 딸을 둔 엄마이자, 가수라고 밝힌 오아무개 씨는 자유발언에서 "딸들이 모두 단원고를 졸업했고, 세월호를 타고 제주도 수학여행도 다녀왔다"고 소개하면서 이번 참사에 대한 안타까움 심경을 밝혔다. 오씨는 '노란손수건'이란 다음카페를 만들어 '안산엄마'들이 행동에 나서도록 한 장본인으로 알려졌다.

오씨는 "한 나라의 사고에 대한 대처가 이 정도밖에 안 되는 것인지 너무 한스러웠다"면서 "우리 엄마들이 빨리 구조를 서두르도록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생각해 카페를 개설했다, 아이들의 원한을 풀어줄 힘을 모아 끝까지 진실을 밝혀내 책임자를 처벌하고 대통령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진실을 밝히기 위한 우리 모두 행동에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한 오씨는 "오는 10일 안산화랑유원지 합동분향소 옆에서 열리는 촛불집회에 수원에서도 달려와 주길 바란다"고 당부한 뒤 '사랑하는 딸들에게' 등의 추모노래를 불러 현장 분위기를 더욱 숙연하게 만들었다.


#세월호 참사#박근혜 정권 규탄#촛불문화제#시민분향소#시민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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