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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양수산부(아래 해수부)가 '세월호 침몰사고' 직후 상황을 담은 보고서를 '두 개 버전'으로 작성한 사실이 드러났다. <오마이뉴스>가 '목포, 인천-제주 운항 여객선 세월호 침수사고 보고(해수부 종합상황실 작성)' 문서의 '원본(왼쪽)'과 '수정본(오른쪽)'을 입수해 비교한 결과 승선인원, 선박제원, 피해사항, 조치사항 등에서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수부가 사고파악과 초동대처의 미흡함을 감추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해양수산부(아래 해수부)가 '세월호 침몰사고' 직후 상황을 담은 보고서를 '두 개 버전'으로 작성한 사실이 드러났다. <오마이뉴스>가 '목포, 인천-제주 운항 여객선 세월호 침수사고 보고(해수부 종합상황실 작성)' 문서의 '원본(왼쪽)'과 '수정본(오른쪽)'을 입수해 비교한 결과 승선인원, 선박제원, 피해사항, 조치사항 등에서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수부가 사고파악과 초동대처의 미흡함을 감추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 소중한

해양수산부(아래 해수부)가 세월호 침몰사고 직후 상황을 담은 보고서를 '두 개 버전'으로 작성한 사실이 드러났다.

<오마이뉴스>가 '목포, 인천-제주 운항 여객선 세월호 침수사고 보고(해수부 종합상황실 작성)' 문서의 원본과 수정본을 입수해 비교한 결과 승선인원, 선박제원, 피해사항, 조치사항 등에서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수부가 사고파악과 초동대처의 미흡함을 감추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특히 해수부는 수정본을 통해 승선인원을 바꾸고, 화물·차량 적재량을 누락하는 등 초동대응에서 중요한 선박 정보를 보강·삭제했다. 또 사고 초기 해수부에 꾸려진 중앙사고수습본부 설치 시간도 애초 작성한 보고서보다 한 시간 앞당겨 수정본을 작성했다.

이 보고서의 원본은 사고 당일인 지난달 16일 오전 9시 26분 처음 1보가 발송돼, 이후 16보까지 이어졌다. 수정본은 사고 이틀 후인 18일 1보부터 16보까지 한 번에 압축파일로 묶여 국회 측에 발송됐다.

원본과 수정본은 1보부터 16보까지의 내용 중 2보까지의 내용에서 차이를 보였다. 원본이 담긴 이메일의 발신인은 '해양수산부'였고, 수정본은 해수부의 한 직원이었다.

앞서 해경은 사고 당일 청와대와 총리실 등에 사고 상황을 축소 보고한 것이 드러나 물의를 빚은 바 있다(관련기사 : 해경의 황당한 보고서..."함선 33척·항공기 6대 동원").

원본에서 잘못된 화물·차량 적재량, 수정본에서 '삭제'

 해양수산부(아래 해수부)가 '세월호 침몰사고' 직후 상황을 담은 보고서를 '두 개 버전'으로 작성한 사실이 드러났다. 왼쪽은 승선인원을 501명으로 기재한 원본(2보)이고, 오른쪽은 475명으로 기재한 수정본(2보)이다.
해양수산부(아래 해수부)가 '세월호 침몰사고' 직후 상황을 담은 보고서를 '두 개 버전'으로 작성한 사실이 드러났다. 왼쪽은 승선인원을 501명으로 기재한 원본(2보)이고, 오른쪽은 475명으로 기재한 수정본(2보)이다. ⓒ 소중한

해수부가 작성한 보고 문서의 원본과 수정본은 승선인원에서부터 차이를 보인다. 16일 9시 26분 발송된 원본의 1보에는 승선인원을 474명(승객 450명, 선원 24명)으로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18일 발송된 수정본 1보에는 471명(여객 447명, 선원 24명)으로 기록돼 있다.

2보의 경우에도 원본엔 501명(승객 477명, 선원 24명), 수정본에는 475명(승객 446명, 선원 29명)이라고 기재돼 있다.

화물·차량 적재량의 경우, 원본 1보에는 잘못된 수치가 기록돼 있고 수정본엔 이 내용이 누락돼 있다. 원본 1보에는 세월호에 화물 657톤, 차량 150대가 실려 있다고 나온다. 이에 반해 수정본 1보에는 화물·차량 적재량이 빠져 있다.

특히 원본 1보에 기록된 화물·차량 적재량은 이후 밝혀진 실제 적재량(화물 1157톤, 차량 185대)과 큰 차이를 보인다. '화물 과적'이 사고 원인으로 꼽히는 가운데 해수부가 기본적인 선박 정보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등 초동대처의 미숙함을 덮으려고 수정본을 작성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 대목이다.

해수부의 사고대책본부 역할을 한 중앙사고수습본부의 설치 시간도 수정됐다. 원본 2보에는 중앙사고수습본부 설치 시간이 오전 10시 40분으로 기재돼 있지만 수정본 2보에서 9시 40분으로 바뀌었다. 원본에서 수정본으로 변경되면서 대책본부 설치 시간을 한 시간 더 앞당긴 것이다.

 해양수산부(아래 해수부)가 '세월호 침몰사고' 직후 상황을 담은 보고서를 '두 개 버전'으로 작성한 사실이 드러났다. 위쪽은 중앙사고수습본부 설치 시간을 오전 10시 40분으로 기재한 원본(2보)이고, 아래쪽은 오전 9시 40분으로 기재한 수정본(2보)이다.
해양수산부(아래 해수부)가 '세월호 침몰사고' 직후 상황을 담은 보고서를 '두 개 버전'으로 작성한 사실이 드러났다. 위쪽은 중앙사고수습본부 설치 시간을 오전 10시 40분으로 기재한 원본(2보)이고, 아래쪽은 오전 9시 40분으로 기재한 수정본(2보)이다. ⓒ 소중한

조치사항, 보다 구체적으로 수정... 해수부 "두 개 버전 만들 이유 없어"

조치사항도 보다 구체적으로 바뀌었다. 원본 1보에는 '제주해경(3002함, 1502함) 출동', '긴급구조 요청 유선통화', '조난선박 발생통보' 등 비교적 간단한 내용이 담겼다.

이에 비해 수정본 1보에는 '해경 해경정 4척·해군함정 7척·헬기 3척 출동', '인근 유조선 두라에이스호 구조협조', '해사안전정책과, 항해지원과, 비상안전담당관실, 해양안전심판원, 연안해운과, 해운정책과에 통보' 등 보다 자세한 조치사항이 기록돼 있다.

특히 수정본 1보의 조치사항 중 '해경 해경정 4척·해군함정 7척·헬기 3척 출동', '인근 유조선 두라에이스호 구조협조' 부분은 원본 2보를 그대로 옮긴 것이다.

한편 원본 1보에 기록돼 있던 '선장 핸드폰 번호'도 수정본에선 사라졌다.

해수부 측은 수정본의 출처를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8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해수부 상황실에서 (두 가지 버전으로) 그렇게 작성할 이유가 없고 어떤 경로로 수정본이 나갔는지 모르겠다"며 "상황을 조작하거나 바꾸는 일은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당시 상황실은 메모보고를 통해 직원들과 공유를 했고, 원본이 우리가 만든 것"이라며 "보고서가 계속해서 업데이트 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간에 버전을 바꿀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세월호 침몰사고#해양수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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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악의 저편을 바라봅니다. extremes8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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